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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뱀장어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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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뱀장어
충전
(2011/붕붕퍼시픽)
5.8

01. 너의 이빨
02. 스테이크
03. 비밀
04. 자외선
05. 구조지질학





사전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은 쓰는 사람에겐 곤혹스러운 무엇이다. 서로를 루저라고 인식하던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2009년 결성된 밴드가 클럽공연을 통해 손발을 맞추다 우연히 문래예술공장의 지원을 받게 되고, 그 자금을 통해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전형적인가? 이런 스토리는 주변에서 쉽사리 구할 수 있다. 멤버가 군대에 가기도 하고(제대하고 나면 밴드가 해체해 있다. 제대했더니 집이 이사 갔다는 것만큼이나 허무한 이야기다), 실연에 휘청거리며 연주를 등한시하기도 한다. 팀명을 바꿔볼까 고민하기도 하고, 공연을 망친 날에는 값싼 장비 탓에 그랬다며 한풀이를 늘어놓기도 한다. 이 모든 에피소드들은 어쩌면 너무나 일반적이기에 주목받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간단한 검색으로만 찾아본 전기뱀장어의 이야기도(디테일하게는 알 수 없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그리고 곡을 듣기 전 예상했겠지만, 전기뱀장어의 음악은 온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전류를 흘려보내지는 않는다. 곡들의 퀄리티에도 편차가 있는 것처럼 보이며, 그 배열과 진행 역시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앨범 소개문에서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처럼, [충전]은 약간은 산만한 결과물이다. 한 곡에 몰입되더라도 그 흐름을 금세 끊어버리는 다음 곡 때문에 집중은 생각만큼 긴 시간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그렇지만 좋게 생각해보자. 이것은 아직 정체성을 탐사하고 있는 밴드의 성장기일수도 있고, 여러 장르를 굴착하고 싶은 멤버들 욕심의 발현일수도 있다(아니, 어때서?).

다섯 곡이 수록된 앨범은 전반적으로 '패배자 정서'의 소용돌이에서 헤엄친다. 대문을 열어젖히는 <너의 이빨>부터가 그러하다. 외관상으로 이 곡은 얼마나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가. 밥 좀 사달라며 여기서, 저기서 "헤헤"거리는 신입생의 표정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우린 마치 노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내가 어딜 가든 자꾸 날 따라다녀/ 우린 마치 머저리 같아 사람들이 속삭이는 것 같아/ 너와 너의 손을 잡고서 말하고 싶어"라고 읊조리는 가사와 매치시켜 다시 들어보는 순간 생각은 바뀌게 된다. 발랄함은 곧 찌질함으로 전환된다. 밀린 월급 받은 날, 사랑 가득한 날, 모두 함께 대동단결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자는 <스테이크>로 연결되면 찌질함의 강도는 극점으로 치솟는다. 몸부림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어디에선가 묘한 슬픔의 냄새가 밀어닥치는 순간이 있다. 전기뱀장어의 미덕은 전기도 아니고, 스테이크도 아닌 바로 그것이다. 익숙한 멜로디의 기시감을 끌어당기려 노력했으나 감흥을 주지 못하는 <비밀>은 패스한다.

<비밀>을 넘어 화장조차 지운 채 맨얼굴로 바다를 향해 침잠해 들어가는 <자외선>은 그 미덕에 가장 충실한 곡이다(조금 갑작스럽긴 하다). 이 노래를 기점으로 앨범의 후반부는 전반부의 장난기를 완전히 제거한 채 스트레이트하게 밑바닥으로 돌진한다. 우선 <자외선>. 향후 밴드의 지향점이 되면 잘 어울리겠다 싶은 그런 트랙으로 과용되지 않는 노이즈와 절제하는 보컬, 포스트 록의 방법론이 잘 조화를 이룬다. 무슨 의도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마지막 한 발의 220v를 감추어둔 <구조지질학> 역시 제법 인상적이다.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와 무심한 듯 파편을 쏟아내는 보컬. 이런 콘셉트를 강화해본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부연하자면, 후반전이 더 좋았다는 거다.

경우에 따라, '주목할 만한 시선'이 될 수도 있는 그룹이라고 여겨진다. 말하자면, 현재의 앨범은 좀 어중간하다. 실험성으로 기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사운드를 탐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 어중간함이 매력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정체성으로 확립되지 못한 밴드에게는 그냥 혼돈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너무 급하지 않게,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기를. (이경준/보다)

배가 뜨려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 한유주, <육식 식물> 중에서 -




2011/06/29 02:00 2011/06/29 02:00
  • Posted by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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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ㅇㄴㅇ 2011/07/23 16:49  |  M/D  |  Reply

    뭘 모르시네...왜 모든 밴드가 실험성을 갖추거나 혹은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전 애네 듣고 딱 위저같다라는 생각을했는데...도대체 글쓴이께서 주장하는 그 실험성이라는게 뭔지 궁금하네요 핑크플로이드처럼 시계소리 잔뜩집어넣고 그래야하나요?

  2. ㅇㅈ 2011/10/18 10:47  |  M/D  |  Reply

    확실히 위저느낌이죠.

  3. ㅋㅋㅋ 2011/10/19 16:32  |  M/D  |  Reply

    불쌍한 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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