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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 [차연(Diffe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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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
차연(Differance)
(2012/GMC Records)
7.8

01. 소멸의 시간
02. Grace Kelly
03. 감긴 눈 위로 비추는 불빛
04. 바라밀다 part 1
05. 바라밀다 part 2
06. 구원의 손길
07. 텅 빈 눈동자 part 1
08. 텅 빈 눈동자 part2
09. Connection


여시아문,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잠비나이의 첫 음반은 국악기 편성으로 직조할 수 있는 가장 돌발적이고 파격적인 사운드의 집체였다. 피리와 해금, 거문고가 국악의 맥을 놓지 않고 이종의 장르를 끌어안을 때 우리에게 던져진 것은 국악도 아니었고, 국악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퓨전이었고, 아방가르드였다. 그러나 이미 전위적 아우라를 상실한 옛 단어로는 그 새로움을 제대로 호명하기 힘들었다. 그것은 바로 잠비나이의 음악이었다.

그 후 귀명창들의 은근한 열광을 잠식해가던 잠비나이는 드디어 두 달 전 첫 정규 음반을 내놓았다. [차연(Differance)]이라 했다. 이 무슨 자크 데리다 돋는 제목인가 싶지만 아무튼 새 음반에는 아홉 곡의 음악들이 꽉 차게 들어있다. 그러나 수록곡들의 제목은 앨범의 타이틀만큼 모호하다. <Grace Kelly>와 <바라밀다 part 1, 2>, <구원의 손길>이라는 제목 앞에서 어떤 이들은 난감함을 느끼고 또 어떤 이들은 허세를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언어에서 기표와 기의가 무관한 것처럼 수록곡들의 제목과 음악에서 직접적 상관관계를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잠비나이가 구축한 음악의 생경한 정서와 어두운 분위기, 돌연한 전개뿐일 수 있다. 흡사 공포영화처럼 갑작스럽고 강력한 음악적 흐름과 포스트 록의 서사, 메탈코어의 격렬함이 뒤섞인 음악은 그저 연주될 뿐이다. 잠시 독백 같은 말들이 흘러가지만 그 말 또한 알아듣기는 어렵다. 잠비나이는 어떤 것도 명확하게 지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압도적인 사운드의 강도와 비극적 정서로 충격을 던져주는 음악은 수시로 기승전결을 무시한 도치와 갑작스러운 출몰을 감행함으로써 더욱 불친절하고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물론 포스트 록이나 메탈코어에 익숙한 이들은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는 어법이지만 잠비나이는 장르적 전형을 재현하는데 몰두하지 않는다. 국악으로 포스트 록이나 메탈코어를 연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잠비나이에 대한 가장 손쉬운 오해이다. 첫 음반에서 국악적인 질감을 거칠게 유지했던 잠비나이는 이 음반에서는 국악적인 어법을 덜어내고 대부분 국악기를 하나의 악기로 사용할 뿐이다. 그래서 더 이상 잠비나이를 국악 퓨전 밴드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이들은 국악기로 연주할 뿐 그들의 음악은 국악의 방법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잠비나이가 국악기로 다른 장르의 사운드를 복제하고 재현하는데 몰두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익숙한 장르적 방법론을 구사할 때에도 국악기와 양악기를 고루 사용해 미묘한 이질감과 차이를 발생시킴으로써 기존의 장르적 어법을 해체한다. 그것은 단지 국악기로 기존의 장르를 재현함으로써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충격을 주는 일차원적 접근이 아니다. 장르적 사운드스케이프를 발생시키는 요소를 변화시킴으로써 다층적인 파장들을 끊임없이 구성하고, 부분을 변화시킴으로써 전체의 합조차도 새롭게 변이시키는 것이 바로 잠비나이의 방법론이다. 합 속에 마찰과 탈주가 있고, 변이 속에 재창조되는 경계가 있다.

잠비나이의 성취는 그 뿐만이 아니다. 경계를 허무는 과정에서 감성을 분출하는 선명한 표현들을 계속 구사함으로써 탐미적이고 스타일리쉬한 면모를 유지한다는 것도 잠비나이의 매력이다. 고요와 파동, 질주, 폭발이라는 다른 속도감과 공간감을 구현하는데 창조적인 앙상블은 독주와 합주, 완과 급의 경계를 서슴없이 넘나드는 파격에서 비롯한다. 또한 파격으로 휘감듯 마구 덧칠하는 사운드는 명확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추상적인 소리들을 취합함으로써 그 모호함마저 정념과 사유의 혼재라고 납득할 수 있고 감응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음악은 없다 해도 이렇게 도발하는 음악을 일러 전위적이라 말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오늘, 한국 대중음악의 척후병이 사납게 전진하고 있다. (서정민갑)




2012/04/10 09:00 2012/04/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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