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로와 (2012/예나)
6.5
01. 달로와
02. 오후 어느 무지개
03. 이별 앞에 독백
04. 숨바꼭질
05. 하늘 끝에
06. 꽁
07. 여행의 또 다른 목적
08. 네 마음속 바다
09. 뿌리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민중가요 진영의 활동이 활발해졌을 때 그 중 다수는 노래모임에서 활동하다 솔로로 독립한 이들이었다. 상대적으로 집단적 목소리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노래모임의 음악에 비해 솔로로 독립한 이들은 훨씬 사적이고 내면적인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박창근, 박향미, 서기상, 손병휘, 연영석, 윤미진, 이지상을 비롯한 이들은 자신의 음악 속에 변함없이 현실의 문제와 운동의 가치를 담았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개인의 경험과 감성을 거쳐 표출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운동과 무관해 보이는 사적인 이야기들이나 서정적인 메시지까지 함께 담아냄으로써 노래모임 활동에서 드러내지 못한 자신의 취향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냈다. 덕분에 민중음악은 장르적으로 다양해졌으며 음악적으로 자유로워졌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도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지지부진해졌다. 이제는 민중가요 진영의 솔로 뮤지션들이 신작을 내놓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0년대 한국 민중가요 진영의 대표적인 노래패가 된 우리나라의 성원 두 명이 연달아 음반을 발표한 것은 이채롭다. 이는 당연히 팀의 활동이 위축된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팀의 활동으로 표현하지 못한 개인적 창작 욕구를 표출하기 위해서이겠지만 늘 어렵기만 한 민중가요 진영의 현실을 감안하면 고단하고 힘겨운 작업임을, 자신의 꿈을 지켜가려는 헌신적 노력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행히 먼저 세 장의 음반을 발표한 백자는 양질의 음악과 꾸준한 클럽 공연을 통해 주목받는 포크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그리고 4월 5일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 달로와가 바로 그 두 번째 주인공이다.
아홉 곡이 수록된 달로와의 첫 음반은 수수하고 정갈하다. 그는 노래패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며 반미와 통일, 노동을 주로 노래했지만 자신의 첫 음반에서는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메시지는 거의 표현하지 않고 있다. 음반에 담긴 그의 노래는 자신과 강상구가 나눠 썼음에도 사적이고 고백적인 톤을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일기장에 써두거나 소중한 이에게 들려줄만한 그리움과 이별의 두려움, 설렘의 사연들은 진솔하고 꾸밈이 없다. 미화하지 않고 은유하지도 않는 방식으로 소심하기까지 한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민중가요 진영의 뮤지션들 가운데 팀 활동과 솔로 활동을 가장 분리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그의 노래에서 민중가요에 흔했던 정서적 질박함이나 뜨거움을 찾기는 어렵다. 그는 어쿠스틱하고 간소한 연주로 매우 소박하고 꾸밈없는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달로와의 보컬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니고 있거나 독특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지 않다. 냉정하게 말해 큰 특색 없는 목소리인데 그는 예의 평범하면서도 맑은 보컬을 정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부담 없이 다가설 뿐만 아니라 음악의 진솔한 매력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듯한 사연들을 기교를 자제한 목소리로 들려줌으로써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해맑은 느낌을 주면서도 들뜨지 않고 차분한 보컬은 음반에 실린 곡들의 정서와 템포를 모두 자신의 방식과 속도로 끌어안으며 자기화하고 있다. 덕분에 음악의 정서적 진폭은 그다지 크지 않다. 포크와 포크 록을 중심으로 피아노, 키보드, 멜로디언을 앞세우고 최대한 어쿠스틱하게 담아낸 연주 역시 달로와 음악의 수수하고 순수한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데 음반에는 정공법에 가까운 서정가요와 가볍고 트렌디한 포크 송들이 함께 담겨있다. 어느 쪽도 결코 가벼운 만듦새는 아니지만 앨범의 톤이 일관되게 조율되고 있음에도 이 두 정서가 정서적으로는 다소 엇갈린다. 음악이나 메시지 측면에서 확고한 무게 중심을 주는 곡이 없음으로 인해 음반의 방향이 통일성이 없고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음악은 과거의 민중음악을 반복하지 않고 주류나 홍대 씬 어느 쪽에도 이끌리지 않음으로써 달로와만의 어법을 기대하게 한다. 사실 음악도 사람도 혁명도 느리게 완성되는 것이다. (서정민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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