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 단편선 [백년]
- Posted at 2012/05/11 00:00
- Filed under review/국내

백년 (2012/자립음악생산조합)
7.9
01. 백년
02. 이상한 목
03. 소독차
04. 백치들
05. 빙빙빙
06. 오늘 나는
07. 동행
08. 구지가
09. 코피가 날 무렵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회기동 단편선(이하 단편선)은 뮤지션이자 비평가이며 활동가이다. 그는 여러 해 전 [스무살 도시의 밤]이라는 괜찮은 자체 제작 음반을 내놓은 바 있고, 이제는 클럽 대공분실을 비롯한 여러 공간들에서 종횡무진 노래하고 있다. 또한 그는 한동안 대중음악웹진 <보다> 등에 꾸준히 기고했던 비평가이며, 지금은 자립음악생산조합과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의 일원으로 맹활약하는 중이다. 그는 두리반에서, 마리에서, 서울광장에서, 그리고 트위터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자발적 저항의 판을 조직했고, 그 판은 하나의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졌다. 활동가로서의 활약이 워낙 두드러지다보니 음악이 겸업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회기동 단편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지 6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 [백년]은 그가 엄연한 뮤지션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뛰어난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못하는 게 뭐냐고 물어야 할 판이다.
단편선의 앨범 [백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뜨겁고 흥미로운 텍스트이다. 앨범에 담겨 있는 그의 음악과 메시지는 그의 활동과 겹쳐지면서 빚어지는 일치와 불일치로 더욱 풍성해진다. [백년]에 담겨 있는 음악들은 기본적으로 포크의 질감을 담고 있다. 그것은 그가 통기타 한 대로 노래를 시작했으며 지금도 라이브에서는 그렇게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젊은 포크 뮤지션의 음악이 아니다. 그는 통기타의 질감에 기초한 음악을 펼쳐놓으면서도 풀 밴드로 편성을 확장했고 자신의 말마따나 '사이키델릭, 슈게이징, 포스트 메탈, 노이즈/아방가르드, 국악 등 여러 장르의 문법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즐'겼기 때문이다. 앨범의 수록된 음악들은 기타와 보컬이라는 가장 단순한 편성에 기반해있는 듯하다가 노이즈와 사이키델릭, 메탈, 국악 등을 예고 없이 뒤섞어버림으로써 돌연하고 낯선 사운드의 향연을 드라마틱하게 펼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디적인 사운드의 일단을 모두 취합해 재현하고 있는 음악의 광범위함과 자유로움은 단편선의 개인적 음악 취향과 다양한 장르의 문법들을 만끽하게 한다.
그러나 단편선은 이러한 음악적 시도를 단순한 모방에서 그치지 않게 할 만큼 완성된 형태로 제출하고 있다. 로-파이 스타일로 불투명하게 녹음되어 명쾌하게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백년>에서부터 <코피가 날 무렵>까지 이어지는 모든 수록곡들이 각기 다른 음악적 지향을 명확하고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또렷하지 않은 발음과 여린 보컬의 약점조차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구성된 사운드 안에 연출되어 배치된 보컬은 때로는 노이즈처럼 때로는 로커처럼 때로는 독백처럼 실연되다가 종종 반주에 묻혀버릴 정도로 개별 곡과 장르의 방법론 안에서 충실하게 작동한다. 장르의 방법론은 특히 극적인 음악적 서사를 가진 곡들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이 앨범의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꼽을 수 있는 <이상한 목>에서 사이키델릭한 인디 록의 어법은 이질적인 정서와 상징들을 완성도 높은 사운드와 극적인 구성으로 구현하며 단편선의 음악적 역량을 증명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돌연 노이즈를 결합시킨 <소독차>의 공간감 넘치는 울림이나 로큰롤의 질감을 끌어안은 <백치들>, 영롱한 포크적 정서를 처연하게 드러내는 <빙빙빙>, 젊음을 느낄 수 없는 공백의 쓸쓸함이 돋보이는 <오늘 나는>, 감성적인 모던 록 스타일을 밀고 나가다 감각적인 건반 연주를 이으며 앨범의 도드라진 두 번째 정점이 된 <동행>, 국악적인 호흡을 보여주는 <구지가>와 히든 트랙처럼 등장하는 <코피가 날 무렵>까지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명확한 차이와 또렷한 완성도로 개별적 존재감을 확실하게 구현하며 한 개의 앨범으로 집적되고 있다. 단편선은 이 모든 음악의 연출과 지휘를 성공적으로 집행해낸 주인공이다.
단편선의 [백년]이 흥미로운 것은 사운드의 다채로움과 완성도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기존의 대중음악들에서 부실했던 가사 쓰기의 약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완결성 있는 내러티브와 깊이를 갖춘 노랫말을 통해 자신과 세대, 그리고 오늘의 일단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그의 음반을 끌고 가는 정서는 과거 포크의 단정한 서정적 일체감도 아니고 낙관과 비관을 가르는 명쾌한 태도도 아니다. 그는 세계를 꽉 끌어안는 대신 세계와 한 발 떨어져 냉정하고 무심하게 관찰하며, 결코 결합하고 안정할 수 없으며 무엇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본능적 불안감과 무기력, 회의를 드러낸다. 소수자나 패배자에 가까운 주체의 시선을 유지하는 탓에 가사에서는 쓸쓸함과 슬픔이 자주 배어난다. 하지만 그는 낙관하지 못하는 내일과 달갑지 않은 현실 속에서 과감하고 무모하게 열정을 불태우며 자신을 내던지지도 않고, 소리 높여 슬픔을 토해내지도 않는다. 대신 무력한 현실 속에서 반복적인 삶 밖에는 선택할 수 없는 존재의 비감한 현실을 담담한 관찰의 독백으로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그는 밑도 끝도 없는 자기계발 담론에 기초한 젊음의 낙관과 스스로 분리하고, 대중가요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며, 상투적인 분노와 극복 의지를 드러내는 민중가요와도 거리를 둔다. 이것이 저항을 통한 승리를 경험하지 못해 486과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좌절과 체념을 일상화해야 하는 현재 20대의 정서 때문인지, 아니면 단편선 개인의 특수한 정서인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20대들의 불안한 상황과 겹쳐지며 추론할 수 있는 세대적 정서는 사회적 현장에 늘상 유희하듯 출몰하는 그의 활동가적 면모와는 분명히 다른 음악적 주체를 구현하며 20대 음악인으로서의 단편선을 구별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또한 냉정한 관찰과 조심스러운 고백이 돋보이는 가사들은 저항적 메타포를 가진 음악과 주체의 현실성과 사유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한 장의 음악이 높은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개성적이고 안정적인 사운드와 함께 개별적이고 사회적인 주체로서의 깊이 있는 시선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를 두루 갖춘 음반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의 대중음악은 대부분 사운드의 완성도에 경도되어 있으며 가사는 뒤로 밀리기 일쑤이다. 또한 가사에서 표상된 주체들도 대동소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다르다. 매우 획기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단편선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음악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 개별적인 가사의 언술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가사 쓰기 능력, 특히 권력과 대중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날카롭게 포착한 <이상한 목>이나 열패감과 삶의 의지를 애잔하게 담아낸 가사의 성취는 앞서 언급한 수록곡들의 음악적 성취, 그리고 냉정한 주체의 형상화와 함께 단편선의 앨범 [백년]을 돋보이게 만든다. 풍부한 질감을 가진 음악을 분명하게 구현해낼 줄 알고, 선명하게 자기의 관점과 문제의식을 형상화해낼 줄 아는 신인 음악가의 이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음악은 이렇게 해야 한다. (서정민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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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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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2012/06/01 21:21 | M/D | Reply
뭐 7.9점이나 주셨나요 0.79점이 맞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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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팍 2012/06/22 11:46 | M/D | Reply
가수가 혹시 해외 교포? 발음이 이상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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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06/28 14:15 | M/D | Reply
보다 자주들르는데 이건 아니네요;; 이해가 안됨;;
다 섞으면 좋은줄아나 으 -
ㅎㅎ 2012/07/16 12:37 | M/D | Reply
하여튼 잘빨아준다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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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2012/07/17 16:46 | M/D | Reply
이쓰아응한 모글 가쥔 사라뮈 이써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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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2012/07/31 16:23 | M/D | Reply
음악은 이렇게 해야한다 라니.. 절망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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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08 02:27 | M/D | Reply
좋네요... 회기동 단편선의 스무살..음반도 좀 평이하지만 세련되단 인상이었는데, 요샌 다 깨끗해서 그런지 가끔 이런 이상한 노래도 좋아요. 예전부터 가사가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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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ㄴ 2012/11/06 17:46 | M/D | Reply
그냥 당신들만의 리그입니다 음악적 개취존중입니다만 본인의 취향 위주의 음악들에게만 항상 높은 점수와 좋은 평 쓰시는 이유기도 하겠지요. 왠지 이건 단편선은 높게 주겠는데 하는건 참으로 어김없이 좋은 평이던데 이런거야 말로 식상 그 자체 아닐까요? 예상 가능한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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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2013/01/31 11:18 | M/D | Reply
자립생산과 그 친구들 점점 서로 빨아주며 존재감 상승 주작질 쩌네. 단편선 나름 괜찮게 하는건 맞지만 억지로 명반 만드는 꼴 보여주는건 진짜 아니다. 특히 너네 열심히 하는건 알겠는데 평론적으로 수작이라며 과도하게 빨아주면서 주작질 하는거 특히 조심해라. 보다랑 자립생산 그리고 그와 관련된 쇼와 그와 관련된 밴드들 전부 말이다. 밤섬, 무키무키, 단편선 이런 친구들 말야. 뻥을 정도껏 치라고.
그리고 첫문단 봐라. 차라리 그냥 시원하게 아는 사이라 점수 많이 주겠습니다라고 쿨하게 써라. 뭘 돌려서 이야기 하고 그래. 다들 니네들 뭐하는 놈들인지 다 아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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