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컴플렉스 [O(ou)]
- Posted at 2012/05/14 11:00
- Filed under review/국내

O(ou) (2012/Showmust Records)
7.3
01. 첫사랑
02. 자꾸만 눈이 마주쳐
03. 몰라
04. 관성의 법칙
05. 젊은 날
06. 건축가
07. 어제
08. Love Me Good
09. 그건 너
10. 감정을 삼키고
11. 자꾸만 눈이 마주쳐 (Remix by Killer Cutz)
2000년대 초, 월간 [핫뮤직] 데모 컴필레이션에 실린 <Don't Let Me Down>으로 피터팬 컴플렉스를 처음 접했다. 섬세하면서도 파괴력 있는 보컬에 서정적인 멜로디. 네 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이들은 모던 록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헌데 근 4년 만의 정규 5집 [O(ou)]는 뜻밖의 결과물이다. 일렉트로닉과 신스 팝을 전면 수용한, 가히 전향에 준하는 변화. 사실 변화의 조짐은 건반과 전자음을 활용한 3집과 멤버들의 유닛 활동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리더 전지한의 '모르모토'와 드러머 김경인의 '로코모티브', 기타리스트 '이치원'의 블랙 블랙, 베이시스트 전지일의 '식스 핑거'. 지향하는 스타일은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모두가 일렉트로닉에 뿌리를 두고 있었고, 이 의외의 교집합은 신스 팝을 만나 한결 다채로워졌다.
예의 그들 음악이 보여줬던 폭발하는 서정성은 이번 앨범에선 담백하게 절제됐다. 하지만 소년 풍의 예민한 감정은 여전하다. 꿈결 같은 정서로 노스텔지아를 자극하는 <어제>, 어쿠스틱 정서의 타이틀곡 <감정을 삼키고>가 이전 앨범 정서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면, 일렉트릭-신디 사운드를 전면 활용한 트랙들은 앨범명[O(ou)]-(원점, 시작점)에 걸맞은 풋풋함을 노래한다. 포스탈 서비스(Postal Service)의 리듬감을 떠올리게 하는 <관성의 법칙>, 장난기 넘치는 전자음에 클라이맥스를 가르는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넘버 <Love Me Good>. 다시없을 첫 감정에 대한 애잔함을 산뜻하게 노래한 더블 타이틀 곡 <첫사랑>, 지난 해 싱글로 미리 선보인 <자꾸만 눈이 마주쳐>는 킬러 컷츠(Killer Cutz)의 리믹스 버전도 함께 실렸는데, 일렉트로-신스 팝쯤으로 분류될 두 곡 모두 훌륭한 댄스 유발 트랙이다.
피터팬 컴플렉스의 일렉트로-신스 팝은 정갈하다. 겹겹이 쌓아올린 변형된 사운드로 공간을 채우는 대신, 치밀하게 사운드를 배치하고 정돈한 결과다. 전지한의 보컬은 이전의 섬세함은 그대로 간직한 채 한결 담담해졌고, 섬세하게 짜인 신디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깔끔한 리듬감을 만들어냈다. 너른 공간을 부유하는 몽환적 사운드나 로-파이의 거친 질감을 살린 해외 인디-신스 팝 트렌드에 비하면 사운드가 직선적인데, 그래서 외려 신선하다. 네온 인디언(Neon Indian)이나 워시드 아웃(Washed Out)이 드림 팝과 엠비언트적 요소를 차용해 오묘한 향수를 자극한다면, 복고적 전자음을 덧입은 피터팬 콤플렉스는 직접적으로 1980년대 신스 팝을 소환한다.
장르는 사실 창작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가장 잘 구현하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다. 그래서 과감한 변화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자칫 적당한 흉내나 차용에 그쳐 실망스런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건데, 피터팬 컴플렉스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식의 변화라면 환영이다. 오랫동안 소화해 체화된 변화는 이제 온전히 그들의 것이다. 군더더기를 쳐내어 있어야 할 것만 남은 담백함은 하물며. 본래 충분한 숙고와 실험의 끝엔 응축된 에너지의 담백함이 남는 법이다. (조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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