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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즈(Brown Eyes)
Two Things Needed For The Same Purpose And 5 Objets
(2008/Mnet)
6.4


01. Your Eyes
02. 가지마 가지마
03. Like A Flame
04. 이 순간 이대로
05. 너 때문에
06. Let's Get Down
07. Summer Passion
08. Piano Nocturn
                                                         09. Don't You Worry
                                                         10. 사랑을 말해요
                                                         11. Let It Go
                                                         12. 한걸음
                                                         13. 루아흐


1. 뮤지션

예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오빠"
"응?"
"오빤 이런 음악이 좋아?"
"갑자기 왜."
"아니 그냥 이상해서. 이런거 들어보면 그냥 기타 하나 들고 막 노래하는데 뭐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기타도 자꾸 틀리게 치고 그러잖아. 솔직히 오빠가 싫다고 하는 애들이 노래는 더 좋은 거 같아서 그래."

아닌 게 아니라 '에쵸티'와 '젝키'가 색동옷을 입고 무대를 뛰어다니던 90년대라면 모를까, 사실 더 이상 음악에 있어서 '뮤지션'이라는 단어는 완성도의 보증수표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거대 기획사들이 훌륭한 기술과, 실력 있는 전속 작곡가·프로듀서진의 활용으로 좋은 곡을 곧잘 뽑아내곤 합니다. 온갖 장르의 요소를 끌어다 쓰면서도 난잡스럽지 않았던 적절한 곡 구성과 화려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동방신기의 <Rising Sun>이나 보코더의 세련된 사용이 돋보였던 태양의 <기도>와 같은 곡들이 그런 좋은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심지어는 시아준수나 권지용(G-Dragon)과 같이 깔끔한 작·편곡 실력을 선보이며 뮤지션임을 내세우는 아이돌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 내는 곡 역시 어디에 내놓아도 좋을, 그런 듣기 좋은 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그러한 거대 자본에서 떨어져 음악을 만드는 이들을 진정한 '뮤지션'이라고 추켜세우며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왜냐하면 그 '뮤지션'들의 음악에는 소비를 우선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상업적 음악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뮤지션 그 자신, 그리고 진정성과 독창성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우리는 <새벽 3시>를 들으며 1980년대의 만화주제가 느낌을 재창조해낸 달콤한 비누의 재치에 미소를 짓습니다. 또 망각의 그림자-희망-귀향-토로-감사-독백으로 이어지는 김동률의 앨범들을 들으면서 그가 전람회 이후 10여 년 동안 유학과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느꼈을 생각과 감정을 간접체험합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입니다.


2. 브라운 아이즈

7년 전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 1집과 2집의 놀라운 성공, <벌써 일 년>과 <점점>을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 그리고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순간에서의 갑작스런 해체.

윤건과 나얼의 2인조 그룹 브라운 아이즈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느샌가 '전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그들이 한국 가요계에 미친 영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비록 비슷비슷한 가수들의 양산이라는 비판을 들어야했지만 이후에 등장하여 큰 성공을 거둔 SG 워너비와 M2M과 같은 소위 '한국형 알앤비 그룹'들이 들고 나온 음악은 분명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이나 <With Coffee> 같은 곡들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해체 이후 이미 예상되었던 대로 각자의 행보를 걸었던 윤건과 나얼의 모습도 주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이전부터 흑인음악(특히 올드 훵키 소울)과 그들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나얼은 소울을 앞에 내세운 중창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역시 소울을 모토로 한 개인 앨범 [Back To The Soul Flight]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 앨범들의 음악적 완성도가 어찌되었든, 대중들은 진지한 모습의 '뮤지션' 나얼에게 무척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팝 발라드로 나아간 윤건 역시 세련된 느낌의 음악과 나아진 보컬을 바탕으로 윤건이란 이름의 '뮤지션'으로 홀로 서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7년이 흘렀습니다. 나얼과 윤건이 각각의 위치에서 각각의 몫을 해내는 만큼, 대중의 이들에 대한 기대와, 무엇보다도 이 두 '뮤지션'이 만나 이룰 브라운 아이즈 3집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정말 뜻밖에도, 결코 나올 것 같지 않던 3집이 나왔습니다. 7년 만의 일입니다. 이전의 해체가 두 멤버간의 불화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고 게다가 이후 브라운 아이즈라는 이름을 건 활동이 모두 나얼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둘의 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브라운 아이즈의 수많은 팬들에게 있어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새로 들고 온 음악은 7년의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너무도 부족해보입니다. 7년의 갈증이 너무 큰 탓도 있겠지만, 이 앨범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저 달콤한 허쉬 초콜릿에 지나지 않습니다. 


3. '품' 마크 공산품.

그래도 저는 이 앨범이 "츄파 춥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다시 말해 이 앨범은 제법 완성도 있는 앨범입니다. 특유의 풍성한 바이브레이션과 기교가 곁들여져 있는 나얼의 보컬은 곡을 풍부한 감정으로 잘 소화해냅니다. 그러면서도 브라운 아이드 소울 앨범에서와 같은 지나친 기교와 감정 과잉이 이 앨범에서는 많이 줄어들어 곡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습니다. 또한 윤건은 여전히 좋은 멜로디를 쓰고, 매끄러운 프로듀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앨범에는 '신선함'이 없습니다. 두 '뮤지션'이, 다시 한 번 씁니다만, 두 '뮤지션'이, 그것도 7년 만에 만났을 때는 뭔가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변화를 가지고 돌아올 법 하지 않은가요? 그러나 브라운 아이즈의 3집에는 그러한 새로움이 없습니다.

타이틀 곡인 <가지마 가지마>부터가 그런 앨범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곡은 조용히 흘러가는 듯싶다가 듣는 사람의 감정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후렴구에서 한꺼번에 폭발해버리고, 곡은 그런 후렴구에 전적으로 의존한 채 흘러갑니다. 뜬금없이 후렴구에 몰려있는 모든 반주와 세션,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있는 힘껏 기교를 발휘하는 나얼의 모습까지(물론 이 부분은 나얼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곡은 자연스럽게 기-승-전-결로 흐르면서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신파조의 연극과도 같이, 어떤 감동을 억지로 짜내려는 강박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게다가 이런 형식은 이미 SG 워너비 등의 그룹을 통해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차라리 이런 전형적인 '소몰이 알앤비'의 모습은 이전의 브라운 아이즈에게서는 그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굳이 억지로 '변화의 시도'라 말해본다면, 보도 자료에서 '가장 브라운 아이즈 스러운' 곡이라 극찬하던 <너 때문에>는 그야말로 윤건이 <벌써 일 년>, 아니 그 이전에 팀(Team)의 멤버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내놓았던 곡들의 계속된 반복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곡에서 반복되는 7년 전 미디엄 템포의 리듬과 구성은 이 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Like A Flame>, <Don't You Worry> 등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혹자는 <Don't You Worry>에서는 일렉트로니카를 시도했으며, <너 때문에>와 <Like A Flame>의 차분하고 어쿠스틱한 느낌과는 또 다르다고, 그렇게 반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요? 사실은 같다시피 한 곡을 다만 편곡만 다르게 했을 뿐,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하얀 마티즈와 빨간 마티즈, 그리고 노홍철의 자가용 사이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나마 그루브한 퍼커션의 느낌이 돋보이는 네오 소울 계열의 <Let It Go>나 브라운 아이즈 앨범에서는 잘 보기 힘들었던 훵키 리듬이 돋보이는 신나는 노래 <Summer Passion> 정도가 평범한 팝 발라드와 비슷비슷한 리듬과 형식의 미디엄템포 곡들 사이에서 돋보입니다. 그나마도 <Let It Go>는 윤건 솔로 앨범에 실려 있던 곡 몇몇 곡들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지만요. 


4. 건이 형 미안, 하지만 할 말이 없다.

오늘날 가요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음반 판매 감소가 아닙니다. 실제로 예전에 음반 판매로 얻어지던 수익의 상당부분은 오늘날 각종 이동통신사 및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들을 통한 음원 판매로 얻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외국 팝과 직접 어깨를 맞부딪히다시피 하며 겨루다보니 생겨난 창의력 고갈입니다.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나라는 최신 유행의 외국 음악을 우리나라의 음악만큼이나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예전처럼 외국의 음악을 베껴 자신의 창작인양 발표하는 행위를 줄어들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작곡가나 프로듀서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어필하려다 보니 독창성을 드러내기보다는 다만 외국의 최신 유행만을 따라가려 하는 현상을 낳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새롭고 참신한 '뮤지션'들, 특히 브라운 아이즈처럼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뮤지션'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브라운 아이즈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깔끔하고 좋은 음악,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브라운 아이즈의 음악과 흡사한 음악으로 이번 3집은 다시 큰 성공을 거두겠지요. 하지만 씁쓸함만이 남습니다. 좋아하는 여학생을 만나기로 하고 들떠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그녀는 자기 남자친구와 같이 나타난 것 같은 느낌. 참신함과 신선함으로 7년 전에 그랬듯이 다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길 바랬지만, 믿었던 브라운 아이즈, 믿었던 윤건마저 보여준 것은 (죄송하지만) 안일함, 그리고 창작의 피로함뿐인 것 같습니다. (권민기/객원필자)
                                                        

2008/07/15 00:00 2008/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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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껄껄껄 2012/02/20 16:31  |  M/D  |  Reply

    가지마 가지마 들으면서 좋은데 조금 이상하게도 반복해서 듣다보니 식상해 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것이 바로 말씀하신 그런 이유였던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저는 브라운 아이즈 처음 두개 앨범에서의 엄청난 완성도와 "참신함" 이라는 것에 너무 길들여 져 있었는지도요.. 그래도 윤건 나얼, 이두사람의 시너지 효과 는 대한민국 어떤 가수들도 따라할수 없다 생각합니다. 나얼의 독보적인 가창력과 윤건의 독보적인 프로듀싱 능력, 부디 4집 에서는 이들을 더 좋은 모습으로 볼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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