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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 Him [Volume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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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 Him
Volume One
(2008/Pastel Music)
7.2


01. Sentimental Heart
02. Why Do You Let Me Stay Here?
03. This Is Not A Test
04. Change Is Hard
05. I Thought I Saw Your Face Today
06. Take It Back
07. I Was Made For You
08. You Really Gotta Hold On Me
09. Black Hole
                                                         10. Got Me          
                                                         11. I Should Have Known Better          
                                                         12. Sweet Darlin'


솔직한 이야기로 (그들의 첫 싱글인) <Why Do You Let Me Stay Here?>의 P/V를 넷 상에서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저는 그들에게서 (이를테면 최근 발매된 TV On The Radio의 신보 같은) 어떤 '강렬함'을 느끼지는 못했답니다. 그저 '재치 있는 친구들'이라 생각했을 뿐- 주이 디샤넬(Zooey Deschanel)이란 이름을 몇몇 영화의 크레딧에서 발견한 적 있었고 M 워드(M. Ward)의 몇몇 트랙들을 얼핏 스쳐가며 들은 적 있었으나 둘 다 관심권 안쪽은 아니었으니. 적당히 재기 발랄하고 조금 컬트적이기도 한 쉬 앤 힘(She & Him)의 첫 P/V를 감상하면서 전 제가 그들을 이토록 꾸준하게 듣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지요. 하지만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쉬 앤 힘을 '잘' 듣고 있습니다. 꽤나 귀여운 그들의 P/V도 역시나 가끔 찾아서 '잘' 보고 있고요.

물론 여기서 주이 디샤넬이 배우 출신임을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퀄리티를 담보해주는 것도 아닐 테니- 우리 중 대부분이 스칼렛 요한슨의 그 디스크(!)를 듣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되레 [Volume One]의 미덕은 거반이 주이 디샤넬의 (외모가 아닌!) '음악적 역량'에서 나오고 있답니다. 그녀는 무려 (배우 출신으로는 흔치 않은) 싱어송라이터, 그것도 좋은 싱어송라이터니까요. M 워드가 그쪽 바닥에서 가지고 있는 입지가 그렇게 자그마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 본 작에서 M 워드의 역할이란 말 그대로 '왼손은 거들 뿐.' 그는 굳이 크게 욕심내지 않습니다(고로 M 워드의 지난 트랙들과 본 작의 것은 상당한 온도 차이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주이 디샤넬, 그녀의 음악적인 역량이 과연 어떠하기에? 배우 출신이니, 거창한 할리우드식 수사라도 동원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러나 서두에 언급했듯, 그녀의 송라이팅은 단지 '재치 있는 친구들'을 연상시키는 정도의, 혹은 평범한 스웨터 한 벌 정도를 연상시킬 정도의 '소박함'을 체현하고 있습니다(그러니 할리우드식과는 거리가 멀지요). 그녀의 노래 실력도 아주 '인디'한 느낌: 여기서의 '인디'란 메이저 사본 시장으로부터의 독립적(independent)이다- 라는 클래식한 용법에서의 인디(펜던트). 굳이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이, '썩 잘하는지는 모르겠다'고 압축할 수도 있겠습니다. 동네에서 노래 좀 한다는 친구 한명 데려다놓고 연습 좀 시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최소한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듣게 될 정도는 아니라 이거죠. M 워드의 어레인지 역시 축소-지향적이며 특별한 무엇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Volume One]은 처음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평범하고 소박합니다. 제 주변 친구들처럼(물론 제게 외국인 친구 따위 있을지 없지만).

그런데 그런 범상함, 오히려 메리트 있기도 합니다. 제 주변 친구들에게는 쬐끔 미안한 이야기지만, 솔직하니 볼장 다 본(!) 그 녀석들과 아직도 매일 같이 만나거나, 연락하는 것처럼. 또한 그런 범상함, 오히려 요즘은 찾기 힘들기도 합니다. 자기 PR 시대라고 하나요? 다들 자신을 마케팅 하는 시대, 그것에 거부감 가지지 않는 시대, 되레 안하면 바보 되는 이 시대. 그러나 제 주변의 (이 나이에도 아직 바보 같은) 언제나 마이-페이스인 제 친구들처럼 쉬 앤 힘의 이 초지일관 범상함은 '특별한 아이콘'이 되기도 합니다. 이 디스크 전체에 흐르고 있는 리듬은 전반적으로 과거의 것들, 요즘의 속도와는 많이 다르거든요. 세련되거나 멋진 악세사리 하나 달리지 않은 주이 디샤넬의 목소리나 영 욕심 없어 보이는 M 워드의 기타(그리고 아주 가끔씩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조그마한 스피커를 통해 울릴 때, 세계의 속도는 묘하게 느려지고는 합니다. 아니 어쩌면 보통의 속도로 돌아오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요즘의 세계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니까요. 그렇게 늦추어진 속도란 털스웨터 하나 걸친 듯 왠지 모르게 따듯합니다. 그러다보면 괜히 약간의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요.

쉬 앤 힘의 데뷔작, [Volume One]은 크게 특출나거나 색다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는 않으며, 그저 자신의 리듬에 충실한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기도 하지요. 멀리 바다 건너의 모 매거진에서는 '배우 출신이 낸 디스크 중 역대 최고'라는 식의 상찬을 늘어놓고 있다는데, 그들의 데뷔작에 상찬이라- 글쎄, 조금 미스 매치 아닐까요. 그들의 디스크가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리듬의 디스크를 낸 강단 있는 그들이라면 아마 역대 최고 같은 부류의 현란한 수사에 그다지 마음 쏟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장식들' 없이도 [Volume One]은 충분히 소중하거든요. 마침 파스텔 뮤직에서 그들의 데뷔작을 최근 공수해왔다 해요. 이미 더위도 가셨고, 봄에 발매되었던 디스크이지만 이렇게 옷깃을 살짝 여미기 시작하는 계절에도 듣기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죠. (단편선/보다)

+

각 트랙들에 대한 소개들이 부실한 듯하여(라기 보다는 글을 끝까지 쓰고 보기 트랙에 대한 언급이 전혀 안되었기에). 전반적으로 괜찮은 디스크인 [Volume One], 그 중에서도 보다 깊은 떨림을 간직한 트랙들을 골랐습니다.

<Sentimental Heart>: 맞바로 이어지는 <Why Do You Let Me Stay Here?>도 그러하지만, 청승이 신파로 흐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듯 깔끔한(그리고 담담한)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특히 후반부의 만개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심지어 황급한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빠르게 접혀버리는 데, 여간 뒷맛이 강한 것 아닙니다.

<This Is Not A Test>: 왠지 라스의 어떤 노래들이 연상되는. 노랫말과는 관련 없이 이 트랙에서 주이 디샤넬은 유독 딱 부러지는 뉘앙스로 노래하고 있는데, 그것이 무척 매력적이에요.

<I Thought I Saw Your Face Today>: 밴드 불싸조의 한상철은 [Volume One]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이 아름다운 트랙에 대한 언급을 남겼는데, 그에 더 추가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에 그의 글 일부분을 그대로 옮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던 트랙 중 하나로 브릿지 부분의 뭔가 슬픈 듯한 멜로디 라인과 친숙한 버스/코러스, 그리고 휘파람 떼창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뭔가 뜨거운 설레임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끔 만든다."

<Black Hole>: 맛있는 슬라이드 기타, 흥겨운 리듬, 그리고 복고풍의 백보컬까지 가미된 설탕 같은 트랙, 빠져들지 않을 수 없지요.

<Sweet Darlin'>: 공식적인 최종 트랙. 주문과도 같은 코러스 "Sweet Darlin' / Come hold me"를 계속 듣다보면 왠지 저도 지금 당장에 Sweet Darlin'을 찾아 떠나야만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역시나 설탕맛 강한 트랙입니다. 뒤로 이어지는 짧달 막한 (히든) 트랙 <Swing Low, Sweet Chariot>과 은근한 대구를 이루는데, 그렇게 마지막까지 듣고 나면 뭐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 텅 빈 듯한 무기력함이 엄습해옵니다. 그럴 때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라면? 바로 [Volume One]을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 시키는 것.


2008/10/30 00:00 200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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