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의 현재와 과제
- Posted at 2009/06/26 00:00
- Filed under feature/음악

*2009년 6월 12일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대중음악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이며 <보다>의 Feature란에 올려진 <여섯 번째 한국대중음악상의 전망과 과제>가 부분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부족한 글이지만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짐으로써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논의가 더욱 풍부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린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을 부탁드린다.
1. 들어가며
지난 2009년 3월 12일 제 6회 '한국대중음악상'이 우여곡절 끝에 여섯 번째 시상식을 치렀다. 시상식 본 행사를 일주일 앞에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돌연 3천만 원 가량으로 약속한 예산지원을 중단해버려1) 물의를 빚고 행사가 연기․축소된2) 한국대중음악상은, 이제 안정적인 예산의 확보라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단순히 재정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만이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상의 지난 발전과정을 돌아보며 각계에서 요청되는 비판과 지적들을 정리해 진일보한 발전 전망을 모색해보는 것은 한국대중음악상의 향후 운영을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다. 이 글은 1회부터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필자가 한국대중음악상의 발전과정과 한국대중음악상을 둘러싼 주요 논란을 정리하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며 그러므로 논문이라기보다는 담당자의 보고서에 가까운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필연적으로 주관적인 평가이거나 논증되지 않은 가정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2. 한국대중음악상의 출발
한국대중음악상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4년이다. 문화운동단체인 문화연대와 일간 언론사인 문화일보의 공동주관으로 시작된 이 상은 사실 문화연대가 중심이 되어 펼친 한국대중음악시장에 대한 개혁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대안적 문화운동 방식의 시상식으로 처음 출발했다. 문화연대는 2001년 문화연대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 한국민족음악인협회(이하 민음협) 등의 문화운동단체뿐만 아니라 이승환 팬페이지 연합 '우리가 지키자', 서태지 팬클럽 '태지매니아', 조용필 팬페이지 '필21', 블랙 홀 팬페이지, 대중음악판바꾸기위원회 등의 팬클럽 단체들과 함께 대중음악개혁을 위한 연대모임(이하 대개련)을 결성했다. 대개련은 결성 이후 지속적인 토론회와 거리서명운동, 기자회견, 콘서트, 1인 시위 등을 펼치며 당면한 한국대중음악시장의 개혁운동을 펼쳤고 특히 지상파의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운동에서 많은 호응과 주목을 받았다. 대개련은 뿐만 아니라 음반유통개선, 표현의 자유 수호, 연예오락프로그램 개혁, 가요계 PR비 제보, 언더그라운드 음악인 생활환경개선, 온라인 음악저작권 개선, 라이브 공연활성화 캠페인, 공연부가세 폐지운동3) 등 한국 대중음악 시장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와 직접적 실천을 병행하며 의미 있는 문화운동집단으로 인정받았다. 진보적이고 대안적 음악을 생산하고 공급하려했던 창작물 중심의 1980년대 음악운동과는 달리 기존 대중음악시장의 문제적 시스템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2000년대의 음악운동을 펼친 대개련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각각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며 한국대중음악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문화운동 단체와 전문가 집단, 팬클럽이라는 네티즌들의 탄탄한 연대로 진행된 대개련 활동은 새로운 문화운동의 주체를 발견하는 수용자 운동의 발전이라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대개련 활동이 3년에 걸쳐 계속되며 자신들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발생하지 않는 문제까지 팬클럽 단위가 지속적으로 결합하기는 쉽지 않았고 대개련 활동을 주도했던 문화운동 단체 역시 내부의 사정이 겹치며 대개련 활동은 다소 주춤해질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대개련이 제기한 문제 역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과제들이 더 많은 탓에 기존의 기획사와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주류 문화 권력을 뚫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매우 쉽지 않았다. 대개련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각광 받았으나 실제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효과발생까지는 멀고도 험난했던 것이다. 때문에 활동 3년째인 2003년 말로 접어들면서 대개련 활동은 상당히 지체되어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좀 더 포지티브한 방식의 활동에 대한 방향 전환이 자연스럽게 요청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개련 회의에 참가하던 박준흠, 성우진, 이동연 등의 대중음악평론가들과 문화연대를 중심으로 대중음악시상식을 직접 진행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이후 문화연대가 주축이 되어 대중음악평론가들과 기자 등을 조직하고 문화일보와 제휴하여 첫 한국대중음악상을 개최하기에 이른다.
3. 한국대중음악상의 진행
앞서도 언급했듯 2004년 문화연대와 문화일보의 공동주관으로 시작한 한국대중음악상은 대개련이 펼쳤던 한국대중음악개혁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포지티브한 방식의 방향 전환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간 한국대중음악계에서 진행되었던 여러 시상식들, 특히 방송사의 시상식들은 오랜 역사성과 규모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냉정한 예술적 기준을 통해 한 해의 음악적 성과를 엄정하게 평가하고 정리하기보다는 시장 권력과 방송 권력의 짬짜미와 나눠먹기를 반복하며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특히 소위 주류매체에서 자주 소개되지 않는 인디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 혹은 소수 장르의 뮤지션들은 철저히 배격한 채 주류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일부 오버그라운드 뮤지션들만의 잔치로 치러지는 대중음악시상식들은 한 해의 대중음악을 총결산하고 평가하는 장이라기보다는 그들만의 잔치를 총결산하는 하나의 연말 특집 쇼에 불과했다. 전체 장르를 아울러 매해 가장 빛나는 대중음악 창작물을 기념하고 그해 한국대중음악진영의 다양한 발전지점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상식은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를 총괄하기보다는 오버그라운드 시장의 흐름을 자의적으로 취합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한국대중음악 시장의 독점과 왜곡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이미 1980년대 이후로 수십 년 간 지속된 현상이었기 때문에 그 카르텔을 깨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일부 음악전문 웹진4)이나 언론매체에서 별도의 연말 결산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그 규모나 영향력에서 비할 바가 없었던 탓에 그것은 거의 소수 평론가과 음악 마니아들만의 자족적 이상의 효과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는 하드웨어적인 개선에 치중했던 대개련 활동에서 벗어나 좀 더 음악 자체에 천착한,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활동을 전환하며 별도의 대중음악 시상식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대안적이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작된 한국대중음악상이 출발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당연히 한 해에 출시된 대중음악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예술적 평가였다. 기존의 문학이나 영화계에서 진행하는 시상식이 그러하듯 대중음악에서도 명확한 예술적 기준만을 가장 큰 가치기준으로 두고 선정에 임함으로써 애초부터 특정 장르나 특정 씬의 음악을 제외해버리는 기존 방송과 주류 언론에 의해 소개되지 못한 인디음악과 소수 장르에도 평등하고 단일한 가치 부여와 평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한국대중음악상의 목적이었다. 한국대중음악이라는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씬을 아울러 전체 음악 창작물과 뮤지션을 대상으로 단일한 기준을 적용하려고 했던 일원적이며 미학적이고 평등한 평가의 시도가 바로 한국대중음악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대중음악상은 제작자 같은 한국 대중음악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을 가급적 배제하고 대중음악평론가, 기자, 방송사 PD들을 중심으로 공정성과 안목을 고려해 선정위원들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평론가들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도 상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폭넓은 장르를 포괄하기 위해 당연한 귀결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은 각자의 오랜 경험에 기초한 예술적 안목과 조금씩 다른 음악적 판단기준을 기초로 대중음악 장르적 완성도와 활동분야에 대한 1년여의 창작과 활동 성과를 총괄해 심사를 진행했다. 첫해에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선정위원은 평론가, 기자, PD, 시민단체 등을 주축으로 그 수는 16명5)이었고 후원을 맡은 문화일보는 선정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운동 단체와 일반 언론사가 함께 시상식을 준비했다는 사실과 오랜 대중음악 관련 경력을 가진 선정위원들의 면면, 그리고 주류 언론사와는 다른 시상식을 직접 열겠다는 의지는 다른 시상식이라면 사실상 후보에 오르기 힘들었을 1회 시상식의 후보들의 면면으로 가시화되었다. 그리하여 한국대중음악상은 첫 시상식을 준비하는 기자회견에서부터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올랐음은 물론이다6). 그 후 첫 번째 시상식은 성균관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순조롭게 출발하였고, 이후 대학의 대규모 공연장과 전문공연장등에서 매년 계속 이어졌다. 2회 시상식에서는 선정위원들이 30명으로 늘어났고 동시에 첫 해에는 11개였던 시상 분야 역시 계속 추가되고 분화되었다. 선정위원들은 2009년 시상식 당시 41명으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5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시상분야 역시 네티즌 선정 분야까지 포함해서 모두 25개로 늘었다.
이처럼 선정위원과 시상분야가 증가한 것도 한국대중음악상의 성장을 반영하는 사례로서 의미 있는 일이지만 단순한 산술적 증가를 넘어서는 긍정적인 사실은 이제 한국에서 음악을 통해 전업적으로 대중음악 관련 글을 쓰는 이들 대부분이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위원으로 포괄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며 한국대중음악상이 포괄하는 대중음악의 지점들 역시 보다 정교해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도록 하겠다.
한국대중음악상이 6회의 시상식을 치루는 동안 시상식의 내외적 규모가 커진 것 외에도 시상식 내부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제 3회 시상식부터 추가된 각 장르별 올해의 노래 선정과 올해 시상식부터 만들어져 적용된 선정규정이 아닐까 싶다. 장르별로 올해의 앨범을 선정하는데서 그쳤던 1, 2 회 시상식에 비해 3회 시상식부터는 장르별로 올해의 노래(싱글)을 함께 선정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음악적 평가가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시상분야도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항상 선정기준과 과정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 올해 정리한 선정규정은 다소 추상적인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의 기본적 지향과 흐름을 선정위원들이 수차례 토론하고 합의해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임에 분명했다. 사실 이미 첫해부터 만들어졌어야 할 선정규정은 다소 늦게 명문화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배가시키기도 했기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이 선정규정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의 기본지침으로 기능하며 계속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한국대중음악 시장 자체가 협소함으로 인해 지금처럼 두 개 장르가 묶여진 장르 분야에 대한 보다 세밀한 구분은 매 선정과정마다 논란이 되고 있고 네티즌 투표를 반영하는 문제 역시 계속 논란이 되지만 여기에 대한 평가와 대안은 이후의 장에서 다시 정리하기로 한다.
4. 한국대중음악상의 성과와 논란
4.1. 성과
한국대중음악상은 해방 이후 최초로 민간 전문가들이 직접 개최한 한국대중음악 전문시상식으로서 6회에 이르는 시상식을 꾸준히 진행해왔다는 점을 우선 가장 큰 성과로 보아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언론사와 정부, 포털 사이트 등의 지원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민간전문가들이 직접 상을 발의하고 준비하고 재정을 마련해서 6회의 시상식을 진행한 것은 기존의 언론매체와는 다른 방식의 시상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특히 주류방송사의 연말가요시상식이 내외의 비판을 받아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황7)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은 그 존재가 더 돋보였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시상식의 선정과정에서도 대중음악을 음악장르의 차별성으로 구분하고 음악적 완결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방송용 시상식에서 곡해되었던 음악적 장르 구분과 평가의 기준을 분명하게 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또한 한국대중음악상은 음악 창작물만이 아니라 음악 창작물과 뮤지션, 프로그램 등이 음악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에서 만들어내는 파장에도 주목하여 이를 높이 평가함으로써 한국대중음악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올곧게 평가하는 기능을 다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5회 시상식부터는 국내 최대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함께 한국대중음악상을 홍보하고 진행하며 이 주의 앨범을 비롯한 대중음악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들에게 한국대중음악상을 알리고 양질의 대중음악 콘텐츠를 소개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1회 시상식에서부터 음악의 예술적 완성도를 가장 큰 조건으로 걸었기에 기존의 대중음악 시상식에서는 후보에 이름조차 올릴 수 없던 음악인들이나 이런 저런 이유로 정당한 음악적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음악인들이 다수 상을 받고 감격해하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대중음악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며 양질의 음악을 쏟아내고 있는 인디 씬과 2000년대 이후 발전하고 있는 헤비 씬, 재즈 씬 같은 소수 장르의 성과가 한국대중음악상을 통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비로소 한국대중음악시장에도 한해의 음악적 성과를 총괄할 수 있는 시상식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혹자는 한국대중음악상이 인디 씬에 과도한 애정과 편견을 드러낸 편파적인 시상식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소위 오버그라운드의 음악인들을 역차별하지 않는 일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단언컨대 어떤 뮤지션의 음악이 그가 주로 활동하는 장의 성격 때문에 호평을 받거나 저평가된 일은 없다. 그간 상을 받았던 휘성, 빅마마, 윤건, 이상은, 조PD, 이승철, 클래지콰이, 거미, 윤도현, 조규찬, 더더, 노 브레인, 박선주, 엄정화, 이적, 윤하, 에픽 하이, 드렁큰 타이거, 윤미래, 토이, 김동률, 태양, 코코어, 전경옥, 모그, 바세린, 두 번째 달, W, 윈디 시티, 연영석, 스왈로우, 머스탱스, 배장은 트리오, EBS SPACE 공감, 예산족, 할로우 잰, 빵 컴필레이션 3, 정태춘, 언니네 이발관, 미연&박재천, 김두수 같은 이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대중음악상이 오버와 언더, 주류와 비주류, 음반과 노래라는 도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 창작물과 현재의 씬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하려고 애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적 기준에 따라 일부 음악적 평가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대중음악상이 특정한 씬을 더 호평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대중음악상은 지금까지 어느 대중음악 관련 시상식에서도 획득하지 못했던 공정성과 안목, 권위를 뮤지션과 음악 마니아들에게 획득하며 한국대중음악계의 가장 대안적인 시상식으로 인정받아 가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당대 한국대중음악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정리의 장이며 또한 다양한 음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수의 오버그라운드 뮤지션들이 직접 대중음악상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기도 하지만 가령 제 4회 시상식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분야의 수상자로 결정된 엄정화가 가장 받고 싶은 상을 받았다고 감격해 했던 것이나 어렵게 치러진 6회 시상식에 기꺼이 많은 음악인들이 참석했던 것, 그리고 지난 5월 한국대중음악상 후원공연에 10개 팀이 기꺼이 무료로 참여했던 것과 거의 대부분의 언론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의 후보와 수상결과를 다루고 있는 점은 한국대중음악상의 의미와 성장을 반증하는 사례일 것이다. 공연하는 것 말고 다른 이유로 무대에 올라와본 게 처음이라고 했던 거장 뮤지션 이정선의 1회 공로상 수상 소감이나 늘 감동적이고 진지한 고백을 쏟아냈던 여러 음악인들의 수상 소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6회 시상식을 거치며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해 굳건한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다수 음악팬들의 존재 역시 한국 대중음악상의 성과를 반영하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4.2. 논란
4.2.1. 대중음악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에는 몇 가지 논란들과 어려움들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혹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먼저 한국대중음악상이 말하는 이른바 '대중음악' 규정에 관한 문제제기이다. 사실 한국대중음악상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대중음악에 대한 규정이기도 하다.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는 비판은 한국대중음악상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음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대중음악이 아닌 것을 평가하는 평론가 혹은 지식인들만의 시상식이라는 것8)이다.
그러나 한국대중음악상이 말하는 대중음악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음악을 한정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중음악(Popular Music)은 거칠게 구분하자면 서구의 고전음악(이른바 클래식 음악)과 한국의 전통음악(이른바 국악)에 대별되는 양식적 구분으로서 광범위한 음악적 장르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유통의 성격과 유통의 방식과도 무관하지는 않다9)(사실 대학교육 과정 등에서도 일정하게 구분되어 있는 장르적 차이를 다시 원론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대중음악의 기준으로 삼았을 때는 그것을 음반 판매량의 정도나 인지도만으로 구분하기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음악 장르 모두가 대중음악으로 통칭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런 식의 통합적 사고가 필요한 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의 지향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른 예술과는 달리 음악에서는 대중음악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중음악이 포괄하는 범주가 계속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대중음악의 범주를 단지 지명도와 인지도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음반 판매량 만 장 이상이라거나, 방송 회수 백 회 이상 같은 기준을 정하는 순간부터 이미 기존의 방송사에서 하고 있는 순위프로그램처럼 이미 오버그라운드에서 광범위한 인기를 획득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시상하고 헤비메탈이나 재즈 같은 소수 장르는 제외해버리자는 주장으로 곡해될 수 있는 위험이 다분하다. 한국대중음악상은 대체로 팝음악의 자장에 묶일 수 있는 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라는 특정 장르의 시상식으로서 차별적이고 명확한 자기 위상을 가진다. 이른바 대중적 인기에 국한되지 않고 대중음악 자체의 미학과 효용가치에 주목하고자 하는 관점의 차별성은 획일적인 시상식들만이 존재10)하는 현재 한국대중음악시장의 종 다양성의 차원에서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4.2.2. 대중성 논란
대중음악에 대한 규정과 함께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대중성'에 대한 정의이다. 대중성과 예술성 혹은 음악성 같은 말처럼 논란이 되는 정의도 많지 않을 텐데 일부에서는 지금 많은 대중들이 듣고 좋아하는 것을 대중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소위 오버그라운드의 음악들이야말로 대중성이 있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소수밖에 좋아하지 않는 인디 씬이나 소수 장르의 음악은 대중성이 없는 음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11)
그러나 얼마나 많은 대중들이 좋아하느냐의 문제는 사실 음악 자체의 특성과 완결성만이 아니라 그 음악이 어떻게 유통되고 보급되느냐 하는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령 1980년대 중후반 국내에서 이른바 록과 헤비메탈이 대중적인 음악이었으나 지금은 상대적으로 소수 마니아의 음악이 된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루 종일 국악만 틀어주면 아마 국악이 대중음악이 될 거라는 국악 관계자의 농담처럼 한국의 비주류, 비인기 음악들이 지금처럼 방송 등의 매체에서 소외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소개될 수 있다면 분명 대중들의 반응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도 동떨어진 채 소수의 장르에 의해 독식되어온 현재 한국 주류 매체의 불균형과 이 불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모순을 고스란히 인정하며 대중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게다가 대중들이 손쉽게 선호하는 음악을 대중성으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이른바 최근의 후크송이나 성인가요 이상의 대중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실제로 현재 한국대중음악상을 제외한 여타의 대중음악시상식들은 대부분 그러한 음악들을 대상으로 치러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대중음악상에게 같은 음악적 관점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획일화의 폭력이기도 하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이른바 인기와 판매고만을 평가하는 상이 아니고 또한 인기와 판매고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기에 음악 본연의 가치와 파장에 주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즉자적 즐거움만을 대중성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개별 작품들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별적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미학적 기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구조의 마련일 것이다. 그래서 대중문화평론가 이동연은 지난 2008년 6월 24일 열린 대중음악상 토론회에서 "창작능력이 대중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기본 전제가 된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고 인정하며 "음악적 성취를 통한 대중성의 새로운 이해는 대중성과 배리되지 않으면서 음악성의 성취라는 질적 발전을 가능케 하고 이는 '대중음악'과 '대중적인 음악'을 혼동하고, 대중성과 음악성을 대립적으로 구별하려는 현재의 대중음악 환경을 넘어설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음악적 성취 혹은 음악 자체의 미학에 대한 편견 없는 평가야말로 대중성이라는 말이 가질 수 있는 오해를 극복하고, 아이돌에 대한 과평가와 저평가, 인디 씬에 대한 과평가와 저평가를 피하며 대중추수주의와 음악성, 혹은 진정성이라는 엄숙주의의 좌우 편향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과정에는 언제나 이러한 대중성에 대한 가치 부여와 예술성에 대한 가치 부여가 취향과 안목의 차이와 뒤섞이며 혼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령 소녀시대의 <Gee>나 김두수의 음악을 두고 그 가치를 평가하게 될 때 엇갈리게 될 그 판단은 더 이상 대중성이라는 이름의 일면적 기준의 모호함에 기댈 수만은 없는 것이다.
4.2.3. 비주류 논란
한편 이 같은 대중성에 대한 논란은 결국 비주류만을 옹호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www.kmusicawards.com)에는 이러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12). 이들은 일반인들에게는 '듣보잡'에 가까울 음악인들이 주류의 뮤지션들을 제치고 선정되는 선정 결과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한국대중음악상이 주류음악을 의도적으로 차별한다는 비난의 근거로 활용하곤 한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의 역대 수상결과를 보면 반수에 가까운 수상자들이 이미 주류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우리가 TV만 켜면 접할 수 있는 뮤지션들 가운데 상당수의 뮤지션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방송빈도를 평가하는 상이 아니며 그들의 음악에 대해서도 편견 없는 나름의 평가를 거친 결과임을 언급하고 싶다.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기준은 단지 방송빈도나 음반판매량만으로 설정될 수 없는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 만약 나머지 반의 수상자들마저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뮤지션들이 차지해야 정당하다는 주장이 아니라면 역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결과만으로도 주류를 폄하하거나 비주류를 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은 사실 단지 음악적 질의 차이만으로 형성되지는 않는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거대기획사를 주축으로 한 소수의 장르가 주류 매체를 독점하고 있는 사이, 주류와 비주류를 결정하는 권한은 방송매체에게 독점되고 있다. 운 좋게 방송에 계속 소개될 수 있는 일부 장르의 뮤지션들은 계속 주류의 위치를 독점하지만 그러지 못한 장르 뮤지션들은 본의 아니게 비주류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고 음악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현실이다. 당대의 트렌드가 존재함에도 다양한 장르가 비교적 고르게 인기를 끄는 영미권의 음악시장과는 달리 극도로 협소한 장르만이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반복·재생산되는 한국 대중음악시장에서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 유사한 음악들을 구사하더라도 비주류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기 일쑤이다. 사실 한국대중음악시장에서 비주류라는 이름은 낮은 음악성과 동의어가 아니라 현재의 문화권력에서 소외되었다는 것과 동의어인 측면이 다분하며 그러므로 파워게임에서 밀린 약자이거나 방송과 매체가 덜 친근하게 느끼는 장르 모두에게 해당하는 태생적 주홍글씨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비생산적인 일이며 주류/비주류 담론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는 보다 다양한 음악들을 보편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요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장기하와 얼굴들을 위시로 한 몇몇 인디 씬의 음악들이 대중적으로 호응을 받고 동시에 다양한 음악을 차별 없이 소개하는 음악전문프로그램들이 생겨남으로써 적지 않은 인디 뮤지션들이 비주류라는 원치 않는 딱지를 조금씩 벗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공중파의 몇몇 음악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인디 뮤지션들이나 소수 장르의 뮤지션들이 더욱 공평한 언론 소개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면 이러한 비주류 논란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4.2.4. 인디 역차별 논란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은 한국대중음악상이 비대중적이거나 비주류인 음악인들을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음악인들을 더 옹호하며 인디를 역차별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한국대중음악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일 것이다. 여하간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위원이 많지 않았던 초기에 비해 선정위원들이 계속 늘어나는 지금은 상대적으로 인디 씬이나 소수 장르의 개성 넘치는 작품이 최고의 평가를 받기보다는 보다 많은 선정위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진 작품이 더 많은 지지를 받으며 선정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앞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결과가 지금보다 더 무난하거나 평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앞으로도 인디 역차별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위원들이 지금처럼 계속 늘어난다면 최종 회의는 사전 투표 결과를 인준하는 역할 이상을 하기 힘들어 이러한 결과를 번복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결과가 소수가 열광하는 명작 대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치우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대중음악상은 매해 가장 훌륭한 작품을 가장 완벽하게 선별하는 시상식도 아니다. 사실 그처럼 이상적인 선정결과는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한다고 증명할 수도 없다. 한국대중음악상에는 모두 다른 관점을 지닌 선정위원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고 특정 동인처럼 단일한 미학적 기준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가 일관된 관점을 공유하며 만장일치로 선정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말 그대로 오해에 불과하다. 매해 예술성과 대중성, 활동성 등을 척도로 벌어졌던 논란은 선정위원들의 무수한 미학적 기준을 반영하는 것이며 또한 한국대중음악상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행위였다. 그러므로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결과는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무수한 입장과 관점사이의 최소한의 합의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아마 갈수록 다양해지는 관점들 사이에서 합의되는 결과가 필연적으로 무난하고 보수적인 결론에 이르러 더 이상 새롭고 날카로운 안목을 느낄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결과는 현재 한국대중음악진영에서 종사하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합의하는 지점으로서 존중되어야 할 가치는 마땅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나친 실험성이나 시대성 등으로 인해 소외되는 장르와 작품이 없도록 보완하는 것은 한국대중음악상이 존재하는 내내 끈질긴 숙제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분야로 결정되어 있는 장르들 가운데 두 개의 장르가 인위적으로 묶여있는 장르를 각기 분리하고 포크나 헤비메탈 같은 장르를 신설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 씬이 매우 불균등한 형태를 이루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유사한 장르를 묶어두었지만 이는 타당하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편의적 발상일 뿐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품 수가 적다는 이유로 언급될 기회마저 봉쇄당한 장르에 대해서도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그 해 특정한 장르로 묶이지 않지만 명확한 가치가 있는 음악에 대해서는 별도로 배려하고 언급해주는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도 의미 있는 보완책이 될 것이다.
4.2.5. 영향력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섯 번의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애초에 목적했던 대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불균형과 왜곡을 얼마나 바로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의 바깥에서 나름의 양화(良貨)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해온 한국대중음악상은 여전히 안팎으로 뜨거운 쟁점과 논란 속에 서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지향과 판단을 옹호하는 이들도 많지만 한국대중음악이라는 범주가 대중음악으로서의 장르적 구분인지, 아니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음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 주류와 비주류를 모두 통합하고자 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일관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불평등한 시장의 질서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소위 비주류나 소수 장르 음악에 대한 공정함조차도 그들만의 리그로 오인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사실 소위 주류 뮤지션들이 이 시상식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것은 분명 그들의 오해일수도 있지만 기실 한국대중음악상의 영향력이 아직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한국대중음악상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것은 규모를 키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이며 논리적 정합성과 설득력의 측면에서 타당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다수화하는 것으로서, 이는 오랜 주류시장의 독점으로 인해 발생한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해나간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이른바 '대중성'과 '음악성'에 대한 정의, 그리고 '주류'와 '비주류'라는 구분이 계속적으로 유지되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기제를 한국대중음악상이 얼마나 혁파하고 개선해나가는가 하는 것이야말로 한국대중음악상이 얼마나 스스로 정당성과 권위를 스스로 만들거나 만들지 못하는가를 증명하는 한 축이 될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단 한 번의 자체 시상식 프로그램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향력은 한계가 분명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발돋움하여 장르와 활동의 장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음악인들이 기꺼이 참여하는 대중음악상이 되고, 더 많은 일반인들이 그 존재와 의미를 공감할 수 있는 시상식이 되지 못한다면 한국대중음악상은 '대안적인 시상식'으로 남아 있을 뿐, '대안이 되는 시상식'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역시 문제는 한국대중음악상의 규모와 권위, 영향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5. 한국대중음악상의 발전을 위한 제언
한국대중음악상은 여섯 번의 시상식을 거치며 부족하지만 나름의 지명도와 권위를 쌓아왔다. 그러나 논리적 근거에 대한 보완과 기존 논리의 논파와 동시에 행사 자체의 안정적 개최를 위한 물질적 조건의 창출역시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 정부가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지원을 갑작스럽게 철회한 이후 다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될 수 있을지는 매우 미지수이다. 게다가 정부가 대규모의 시상식을 개최하겠다고 했고 네이버의 지원마저 축소된 상황이라 자칫하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더 이상 시상식을 치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선정결과 발표만으로 명맥을 이어나가야 하거나 올해처럼 계속 시상식을 축소·진행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된다.
5.1. 선정위원 확대
한국대중음악상은 기존 한국대중음악진영을 제대로 포괄하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해13)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위원들을 매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현재 한국에서 전업적으로 음악 관련 글쓰기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 포괄되어 있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앞으로도 계속 선정위원들을 늘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평론가와 기자, PD등의 관련 전문가들을 계속 선정위원회로 인입하는 작업을 펼치면서 동시에 음악학자나 대중음악 관련 교육기관의 교육자들 같은 권위 있는 관계자들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포괄함으로써 시상식의 음악적 권위를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중음악 관련 필자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대중음악상이 함께 할 수 있는 유력한 직군은 각 대학의 대중음악관련 교육자들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의 권위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밖에도 다양한 대중음악전문가들을 발굴해서 선정위원으로 적극 참가시켜야 할 것이다. 선정위원의 수와 권위야말로 한국대중음악상의 권위와 영향력을 담보하는 기본 요소 중 하나이다.
5.2. 시민선정위원단 운영
한국대중음악상이 전문가들만의 시상식으로 유지된다면 그 권위는 확보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더 많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영향력의 확대뿐만 아니라 운영비의 안정적 마련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앞서 제기한 문제들이 대부분 논리적 정합성과 타당성, 권위에 대한 논란으로 실제 한국대중음악상의 개최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안인데 반해 운영비의 문제는 한국대중음악상의 개최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실질적 문제이다. 지금까지 한국대중음악상은 정부의 지원과 포털 사이트의 지원 등으로 시상식을 꾸려왔지만 올해 시상식을 거치면서 당분간 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부는 2009년 2월 4일 한국의 그래미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거의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자신들의 의도를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은 행사를 축소해서 어렵게 진행했고 이후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후원회원들을 모집하고 후원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에만 일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후원회원 모집으로는 수천만 원의 행사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기존 방송사나 언론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대자본의 손을 잡는 노력도 병행해야겠지만 그보다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시민선정위원회를 대폭 조직하여 재정적 효과와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실제로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제 6회 시상식을 앞두고 올해 최초로 네티즌 선정위원단을 후보선정에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자 했었다. 결과적으로 네티즌 선정위원단의 참여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이 보다 큰 대중적 영향력과 공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각계의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다수 선정과정에 참여하고 또한 비직업적 전문가들 역시 선정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의 외연이 확대되어야만 한다. 앞으로의 시상식에서는 네티즌을 비롯한 시민 선정위원들의 참여가 제한적인 방식으로나마 반드시 도입되고 목적의식적으로 배가될 필요가 있다. 시민 선정위원회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취지에 동의하고 한국대중음악상의 개최를 위해 얼마간의 후원회비를 지출할 수 있는 다수의 대중음악애호가들로 조직한 후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1차 후보 선정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성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한국대중음악상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고 한국대중음악상을 널리 알릴 수도 있어 여러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정부의 부당한 지원중단을 음악계 혹은 시민들의 힘으로 해결해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겠는가.
5.3. 한국대중음악상 운영 개선
현재 한국대중음악상의 방식 가운데에서도 수정·보완되어야 할 지점이 있다. 먼저 한국대중음악상의 후보 기간을 최대한 현실화시켜 최소한 11월말까지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청계광장이나 시청 앞 광장 등으로 옮겨 보다 더 축제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앞서 언급했듯 대중음악 장르분야에 대한 세분화와 함께 '올해의 음반 커버'나 '올해의 뮤직비디오', '올해의 음반 프로듀서', '올해의 디지털 싱글' 등의 분야를 계속 추가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음악시장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영문판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를 제작한다거나, 한국대중음악상 선정결과를 바탕으로 한 방송이나 공연, 음반, 책자 제작들을 통해 한국대중음악상의 활동을 더욱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한국대중음악상이 매년 1회의 시상식으로 활동을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한 의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대중음악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단위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가 별도의 연구 기구 등을 통해 이러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한국대중음악상 본연의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네이버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대중음악전문 콘텐츠를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와도 연결해냄으로써 한국대중음악상의 활동을 확장하는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음악계와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설문조사나 토론회 역시 계속 진행할 필요가 있다.
5.4. 문화체육관광부 압박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조심스러운 우려를 표시했을 뿐 정부를 설득하고자 하는 별도의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물론 많은 언론14)과 네티즌들이 정부를 비판하기는 했지만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이 철회되지는 못했다. 단일한 체계와 방침을 가진 조직이 아닌 한국대중음악상의 위치와 조건을 생각할 때 실상 취할 수 있는 행동이 그리 많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처럼 소극적인 자세로서는 지원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상 내년의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지원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은 정부의 지원을 막연하게 기대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인 여론전을 준비해야 한다. 피해자로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유인촌 장관의 반문화적 행정이 공공연하게 펼쳐지고 인디레이블 제작 지원 등의 사업도 폐지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비판과 행동이 요구된다. 가령 문화연대, 민예총, 한국대중음악학회 등 관련 단체들을 조직해서 성명을 발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공개질의서 발송, 1인 시위 등의 행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또한 아고라를 통한 서명운동이라던가, 뮤지션 서명운동, 신문광고, 토론회 같은 방식을 통해 실제 당사자들만이 아닌 문화계의 쟁점으로 문제점을 좀 더 알리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은 행사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올바른 대중음악 지원을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결코 이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아울러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선정위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정부가 준비하는 한국의 그래미에 대한 어떠한 참여도 하지 않도록 조직하고 이를 알리는 방식도 부당한 지원 철회에 대한 정당하고 강력한 비판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6. 나오며
예술을 평가하고 시상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은 건강한 대중음악의 발전을 염원하는 이들의 최소한의 버팀목이자 건널목이고자 했다. 6회 시상식을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치룬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음반시장의 장기적 불황과 음원시장의 상대적 성장, 그리고 대형대중음악축제의 상설화와 오버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주목할 만한 변화, 인디 씬의 재도약이라는 현실은 한국대중음악상을 추동하는 긍정적 조건임과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의 또 한 번의 변화 역시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중음악상을 운영해온 이들의 노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대중음악계와 음악팬들의 구체적인 지지와 호응 역시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지난 6년간의 노력이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발상만이 현재의 시련을 극복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 향후 한국대중음악상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
1) 2월 26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담당 실무자와 지원 금액 및 입금 시점에 대한 논의가 끝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역대 수상자 내역과 위원장 프로필을 요구했고, 절차상 문제와 내부 사업비 부족 등을 이유로 돌연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고 밝힌 바 있다.
2)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은 원래 2월 26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3월 12일 학전 블루 소극장으로 옮겨서 진행되었다.
3) 이동연, 「대중음악 개혁운동과 수용자운동의 평가와 전망」, <노래 5>, 2004.
4) 대중음악 웹진 가슴(www.gaseum.com)과 보다(www.bo-da.net), 웨이브(www.weiv.co.kr), 이즘(www.izm.co.kr) 등에서 매년 연말 결산을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5) 학계: 김창남(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신현준·성우진·박준흠, 라디오 음악 담당 PD: 김우석(KBS)·남태정(MBC)·구경모(SBS)·김우호(CBS)·신정수(PBC), 일간지 음악 담당 기자: 이승형(문화일보)·김고금평(헤럴드경제), 시민단체: 이동연(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서정민갑(민음협 조직홍보팀장), 음악전문지: 원용민(오이뮤직 편집장)·송수연(TUBE MUSIC) 이상 16명.
6) 첫해 시상식 기자회견 이후 '이효리 없는 가요시상식'이 열린다는 다소 선정적인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7) 지금은 MBC, KBS, SBS 모두 순위식으로 선정하는 연말 가요시상식을 중단하고 음악 축제 형식을 띠고 있다.
8) 한국대중음악상 자유게시판 1581번 글 「대중음악상이 아니라 평가단음악상이네요」.
9) 로이 셔커(이정엽·장호연), <대중음악사전>, 한나래, 1999.
10)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요시상식인 MNet-KM 뮤직페스티벌, 골든디스크상, 서울가요대상 등은 대동소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11) 한국대중음악상 자유게시판 44번 글 「대중음악상이란 말이 안 어울리네요」
12) 한국대중음악상 자유게시판 47번 글 「대중음악상에 대중이 가장 사랑한 노래가 없다??」.
13) 월간 <핫뮤직> 조성진 편집장이 2004년 초에 밝힌 의견(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6&aid=0000006479)이 대표적이다.
14) <한겨레신문> 2009년 2월 21월자 사설 「한국 대중음악상 지원을 재개하라」가 대표적이다.
- Posted by 보다
- RSS http://bo-da.net/rss/response/602
- Trackback URL http://bo-da.net/trackback/602
Comments List
feature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들
- 2009/08/17 2009년 여름 펜타포트와 지산 왕복 여행기 (2)
- 2009/06/26 한국대중음악상의 현재와 과제 (2)
- 2009/02/19 애니멀 컬렉티브로 가는 길 (1)
- 2009/02/03 여섯 번째 한국대중음악상의 전망과 과제 (2)
- 2008/12/26 2008년 올해의 음반 (68)
- 2008/11/15 Hunk of Bullshit, CSS [Donkey]
- 2008/11/10 해뜰날을 기다린 고수의 두 번째 일격, Band of Horses [Cease to...
- 2008/10/14 Summersonic Festival 2008 후기 Day #2
- 2008/10/06 68혁명과 대중음악
- 2008/10/02 Summersonic Festival 2008 후기 Day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