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무지개 [We Are All Together]
- Posted at 2010/01/05 00:00
- Filed under review/국내

We Are All Together (2009/Mirrorball Music)
5.5
01. 그냥 걸어가
02. Anyway
03. 너에게
04. 시간여행
05. We Are All Together
06. 지금, 여기, 이대로 좋아요
07. 여보세요
08. 시와무지개
시와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시와가 얼마나 좋은 가수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공연장 안의 공기마저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화양연화>나 <길상사에서> 같은 빼어난 곡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작곡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오지은이나 한희정, 임주연 같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 가운데서 한 명의 미래에 대해 내기를 해야 한다면 시와에게 모든 걸 걸겠다고 농담처럼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농담처럼 얘기했어도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시와는 좋은 가수이고 좋은 창작자입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시와의 공연에는 옆에서 기타를 연주해주는 이가 함께 하기 시작했습니다. 레인보우 99(Rainbow 99). 류승현이라는 본명을 갖고 있는 이 기타리스트는 시와뿐 아니라 어른아이, 하이 미스터 메모리(Hi, Mr. Memory) 등의 음반과 공연에서 기타 연주를 들려주며 이름을 알려왔습니다. 시와의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끊어질 듯 계속 이어지는 레인보우 99의 연주는 '시너지'란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조합이었습니다. 그리고 둘은 자신들의 이름을 합친 시와무지개란 프로젝트 팀을 만들었습니다.
둘의 조합, 시와무지개란 존재를 알았을 때 사람들은 각자 어떤 음악을 상상했을까요? 제가 그 상상들을 다 짐작할 순 없지만, 이 EP에 담겨있는 음악을 상상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을 거라고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둘이 선택한 건 그들의 과거 행보에서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일렉트로닉 음악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의외'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의외'란 말은 긍정적인 뜻으로도, 부정적인 뜻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전 여기서는 지극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음악인이 변화를 꾀하는 것, 또는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깨는 것은 부정적인 게 아닙니다. 하지만 시와무지개의 두 멤버는 '변화'란 말을 붙이기엔 아직까지 보여준 게 너무 적습니다. 시와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건 EP 한 장을 냈을 뿐이고, 솔로 활동을 시작한 레인보우 99는 자신의 지향점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음반을 듣고 공연을 보면서 기대를 품었던 이들에게 전혀 다른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저에겐 너무 성급해보이고 부정적으로 보입니다. 장르로서 얘기할 때도 이 음반은 딱히 칭찬할 만한 구석이 없습니다. 신선한 비트를 들려주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감상용 전자음악을 만든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둘의 장점들이 휘발되었을 뿐이죠. 레인보우 99의 아름다운 기타 연주도, 시와의 서늘한 목소리도 이 음반에선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음반의 마지막 곡 <시와무지개>에서 이들이 얘기하는 '재미' 정도일까요? 그 '재미'마저도 듣는 이들보다는 만든 이들만 만족하는 측면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면 조금 더 뒤에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얘기하고 싶고, 재미를 위해서 한 거라면 그리 재미는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음반은 둘만의 기념품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둘만의 기념품보다는 듣는 이들이 기념할 수 있는 그런 음반 아닐까요? 시와의 목소리와 레인보우 99의 기타 연주를 온전히 들을 수 있는 그런 음반 말이죠. (김학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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