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 그리고 뷰티플 민트 라이프 2010 (2)
- Posted at 2010/05/10 00:00
- Filed under feature/음악

5월 1일 두리반에서 11시간쯤 공연을 보고 돌아온 다음 날 뷰티플 민트 라이프 2010(이하 뷰민라)로 향했다. 두리반 공연이 없었다면 첫날부터 보았을 공연을 하루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하루라도 놓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날씨는 연달아 맑고 화창했다. 가장 오월답게 아름다운 날씨였다. 공연이 열리는 고양 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사람들이 벌써 가득했다. 한정된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반증하듯 야외극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주 공연장 격인 야외극장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객석이 계단식으로 배치된 공간이었다. 이전까지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두 번째 무대 'Cafe Blossom House'는 작지만 돗자리를 깔고 앉을 수 있는 잔디밭이었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상징이 된 잔디밭 객석은 이곳에서도 한결같았다. 사람들은 익숙하게 자리를 펴고 앉아 공연을 보고 박수를 보내고 사진을 찍었다.
주무대격인 야외극장의 'Loving Forest Garden'과 두 번째 무대격인 'Cafe Blossom House'의 거리는 채 30미터가 되지 않았다. 어느 쪽에서든 고개만 돌리면 반대쪽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열렸던 그 어느 페스티벌보다 짧은 이동거리였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공연장의 가장 자리에 앉아 꼼짝 않고 공연을 보기도 했다. 다닥다닥 붙은 공연 시간표를 확인하며 바쁘게 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물론 두 공연장 사이가 너무 가까워 리허설을 하는 소리가 섞이기도 했지만 음향을 크게 쓰는 공연이 거의 없어 아주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크지 않은 공간에 맞게 한정된 수의 관객들만을 입장 시킨 탓에 공연장 공간에는 그다지 사람들이 북적북적 하지도 않았다. 공간을 다 채우기는 했지만 듬성듬성 떨어져 앉을 수도 있는 공간의 여유로움은 분위기를 더욱 쾌적하게 했다. 지난해 GMF에 지나치게 많은 이들이 몰려와 특유의 편안함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떠올려보면 뷰민라는 GMF 본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특별 한정판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 했다.
물론 어떤 이들은 뷰민라를 일컬어 GMF의 봄 복사판일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뷰민라는 봄에 열리는 GMF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GMF 본연의 매력과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축제라는 점과 축제를 열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찾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중음악 축제가 계속 확장되고 발전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축제의 명칭에서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대신 라이프라는 말을 쓴 것은 이 축제가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약하고 즐기는 자리라는 자기 지향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서울 어디에서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올 수 있는 거리에서 열리는 축제이며 누가 들어도 부담 없는 한국 팝을 주로 들려준다는 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열린다는 점, 그래서 주로 문화적 지출이 많은 여성들이 주관객 층이 된다는 점은 누구나 GMF의 매력이며 장점이라고 말하지만 공연을 기획하는 쪽에서 의도하는 것은 단지 음악을 즐기는 장으로서만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세련된 문화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고 확인하는 장으로서 이 축제를 기획하고 배치하며 확장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번 뷰민라에서는 음악 외적인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지만 티켓 판매와 공간 구성, 물품 판매 등에서 여전히 세심한 접근이 돋보였다. 그리고 지난 해 GMF에서 문제가 되었던 쓰레기 분리수거 역시 매우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뷰민라의 전체 책임자인 이종현 대표 역시 수시로 쓰레기를 줍고 다녔고 분리수거대 앞의 민트 플레이어들은 관객들의 쓰레기를 꼼꼼하게 분리했다.

그리고 뷰민라의 둘째 날 공연은 어떤 공연도 시간을 넘기지 않고 제 시간에 끝나고 제 시간에 시작했다. 한쪽의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쪽의 공연이 시작하는 형식이라서 각별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을 텐데 출연 팀들도 적극적으로 시간을 지켜줌으로써 공연 시간표는 모두 지켜졌다. 둘째 날 공연에서 10cm는 발랄한 어쿠스틱 공연을 들려주었고, 이아립은 최소한의 악기로 속삭이듯 노래했다. 파니 핑크(Fanny Fink)는 좀 더 팝에 가까워진 신곡들을 선보였고 줄리아 하트(Julia Hart)는 가장 매끈하고 달콤한 팝을 들려주며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최강의 실력을 과시했다. 평소 록킹한 곡들을 주로 연주했던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은 이날 분위기에 맞게 모던 록 성향의 부드러운 곡들을 주로 연주했지만 마지막 곡 <사막>을 연주할 때는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곧바로 앙코르로 이어졌다. 뷰민라에서 가장 의외로 보이는 허클베리 핀이 출연한 것은 로컬 씬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이렇게 록킹한 사운드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자칫 획일화되고 지루할 수 있는 뷰민라의 강약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으로 읽혔다. 그 같은 의도는 다소 지루했던 양양의 공연과 애잔했던 짙은의 공연 이후에 배치된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공연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박주원은 현란한 연주력으로 집시, 플라멩고 스타일의 곡들을 연달아 연주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막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들려진 그의 연주는 뷰민라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활기를 불어넣었고 아직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의 가슴에 박주원이라는 이름을 또렷하게 아로새겼다. 많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서 노 리플라이(No Reply)의 노래가 이어졌고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도 특유의 코믹하고 잡종스러운 노래들을 신나게 들려주었다. 그런데 신나는 곡들에 맞춰 춤이라도 출 법한 관객들은 도무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노래가 끝나갈 때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뷰민라를 찾은 관객들이 대부분 노 리플라이나 루시드 폴(Lucid Fall) 같은 섬세한 팝을 좋아하는 여성들이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확실히 열광적인 분위기는 적었다.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지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들은 거의 없었고 흥청망청 술을 마시는 이도 드물었다. 우연히 만난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은 이것이 동아시아 여성들의 특징인 것 같다고 했다. 유니섹스하게 옷을 입고 함께 모싱도 하는 서양의 와일드한 여성들에 비해 동아시아의 여성들은 훨씬 조용하고 은근하다는 것이다. GMF와 뷰민라는 바로 그러한 동아시아 여성들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축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GMF와 거의 같은 축제라고 생각해서인지 대중음악 담당 기자나 대중음악평론가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맑은 날씨와 쾌적한 장소, 한정된 인원, 엄선된 출연진들 덕분에 올해의 뷰민라는 여느 때의 GMF보다 훨씬 편안하게 즐길 수가 있었다. 함께 공연을 지켜본 페이퍼의 최승우 기자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비록 첫날 공연의 사운드가 매우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분명한 팬 층이 있고 좋은 장소와 새롭게 발굴되는 좋은 뮤지션들이 있는 이상 앞으로도 충분히 계속할만한 축제였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름까지 비슷한 다른 봄철 대중음악축제들과의 차별성을 획득하고 특히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뷰민라와 GMF는 한국의 대표적인 팝음악 축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GMF는 여전히 순항 중이었다. (서정민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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