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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All Or Nut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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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Joosuc)
All Or Nuthin'
(2010/101 Entertainment)
5.5

01. J's On Fire
02. Message From Choo
03. All Or Nuthin'
04. Pop & Drop
05. So Beautiful
06. Futuristik Muzik
07. No.1 Lady
08. 놀이동산
09. Life Ain't Eazy          
                                                         10. 매일 아침 눈뜨면          
                                                         11. Don't Cry        
                                                         12. 오아시스


실망스러운 앨범이다. 그러나 이 한 문장으로 이 앨범에 대해 결론짓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도대체 어디에 명문화 되어있는지 알 수 없음에도 끊임없이 요구되는) 리뷰어로서 보여야할 최소한의 성의나 의무 때문은 아니다. 나의 단순한 느낌을 리뷰어라는 (실상은 보잘 것 없는) 수식어로 남에게 내세운다는 인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무엇보다 이 앨범과 관련해, 음악적 성취도에 대한 논의는 다소 미루고라도, 주석이 걸어온 커리어에 대해 잠시 돌이켜보고 싶다. 주석이 걸어온 길이 한국 힙합 씬에서 분명 드문 것임에도, 많은 이들에 의해 여전히 모범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생각의 여지들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앨범의 매력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라고 적으려 한다. 또는 "그것뿐이다"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곳곳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본 힙합의 영향이 묻어나지만, 데뷔 EP인 [Only The Strong Survive]에서부터 주석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뉴욕이었다. 한때 어떤 사람들은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힙합 씬을 '본토'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그 이면에는 물론 미국의 힙합 씬이 단순히 힙합의 발상지를 넘어 여전히 흐름을 이끌어나가고 있으며, 다른 국가의 힙합은 그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류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한국의 경우 유독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힙합이 주류 문화에 얼굴을 내밀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라임과 랩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명확했던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환경과 랩은커녕 운을 맞춘다는 것에조차 뿌리 깊은 거부감이 있던 한국의 환경 사이에는 시작부터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때문에 적어도 한때 한국에서 힙합을 한다는 것은 문화 속에서 자연스레 성장하면서 흡수하기보다는 외국의 것을 보고 익히면서 자신의 사회에  그것들을 '이식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 시절 속에서 자라난 뮤지션이었던 주석 역시 그러한 방법을 따랐다. 가령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정규 앨범에 [Beatz 4 Da Streetz]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붙였지만 당시 그가 만들어낸 'Beatz'들을 소화해낼 만한 'Streetz'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랬기에 계속해서 앨범을 내는 동안 주석은 자신과 비슷한, 즉 한국에 본토의 힙합을 전도하겠노라는 사명감을 지닌 몇몇 이들의 지원 정도밖에 기대할 수 없었고 그의 행보는 결코 수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오래 전 <My Poetry>에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해 남긴 메시지도, 그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듣기를 원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아 주기를 원하는 메인스트림 뮤지션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주석은 메인스트림의 길을 걸으면서도 자꾸만 뉴욕으로 향하는 자신의 발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국이라는, 자신들이 늘 머릿속으로 그려오고 동경해오던 '본토'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그뿐만이 아닌 여러 뮤지션들이 지니고 있던 한계였다. 그리고 그중 많은 이들이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상황에서도 메인스트림 구석에서나마 자신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주석에 대해 어떤 이들은 "최후에 선 자가 승자"라는 그의 노래 가사를 인용하며 찬사를 보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늘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애매해진다.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해 메시지를 남겼지만 여전히 주석의 가장 큰 지원군이 되어주는 이들은 바로 그 마니아들로 여겨진다(그리고 주석의 가사 수준이 다시 '높아질' 날도 지금으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그의 팬들이나 이현도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에 따르면 소울 샘플을 활용한 그의 프로듀싱 스타일은 "저스트 블레이즈도 인정할 정도"라고 하며 깜짝 놀랄 수준이라지만 정작 그의 그러한 능력이 발휘된 <Peek-A-Boo>나 <너 없이>와 같은 곡이 공일오비(015B)의 <그녀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 이상의 주목을 받은 적은 드물다. (개전 2002가 알케미스트 프로듀싱의 <Hey You>와 비교되어 지금도 가끔씩 언급되곤 하지만) <힙합 뮤직>이 한주 동안 방송횟수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지만 그것이 메인스트림 뮤지션으로서의 주석이 바라는 목표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번 앨범과 <Pop & Drop> 역시 주석에게 '돈을 벌어다'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석은 자신의 블로그에 "곡도 랩도 지금 현재 상태가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주석에게는 미안하게도, 음악 시장은 지금 현재 풀린 결과물만을 본다. 그리고 뉴욕을 지향하던 야심찬 젊은이로 남지도, 돈을 그리 벌지도 못한 주석의 디스코그래피에 다시 '어느 정도의 성과' 이상으로는 남지 않을 이 앨범은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냉정하게 실패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석의 길을 걸어가려는 새로운 세대의 뮤지션들이 있다. '본토 힙합'을 한국에 이식시키려는 열망과 종교적 사명감에 불타는, 그리고 그 열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제이 지(Jay-Z), 아니 한국의 릴 웨인(Lil Wayne)이나 티아이(T.I), 구찌 메인(Gucci Mane)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뮤지션들. 빌보드 차트의 인기곡과 인기 가수들이 오늘날 쉽게 한국에서 언급되고 빌보트 차트의 유행이 거리낌 없이 한국 차트로 넘어오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은 그래도 주석보다 쉬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가장 촉망받는 한 래퍼가 거대 기획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열광의 도가니로 들끓고, 얼마 전부터 활동을 활발히 재개한 어느 뮤지션은 기획사들에게 자신을 제발 뽑아달라고 애원(?)하는 곡을 내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여전히 한국에는 10년 전 주석이 말하던 'Beatz'를 소화시킬 'Streetz'가 없다는 것. 여전히 힙합 시장은 정착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운 소비 대신 소수에 의해 주도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소 씁쓸하다. 그 소수조차도 더 이상 뮤지션과 팬이 아니라 거대 기획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권민기/보다)




2010/08/31 00:00 2010/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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