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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엑스 [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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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엑스(Gumx)
Old
(2008/Access Music)
8.0


01. Silence The Enemy's Guns
02. The Road Untaken     
03. All Ends
04. Flower N'Shit
05. 불필요한 이야기   
06. My Bassist Likes This Song
07. 길 
08. Someday
09. Hollow
                                                         10. Millon Miles          
                                                         11. My Song's Not Ended          
                                                         12. 하루살이


'펑크(Punk)'라는 장르에 대해 당신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 일단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에서 시작해 클래쉬(Clash)를 거쳐 일탈과 저항의 상징으로 부상했으며, 한국에서는 인디 씬의 태동과 함께 노 브레인(No Brain, 정확히는 차승우가 있던 시절의 노 브레인)이라는 '역사'를 남긴 음악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90년대 중반 그린 데이(Greenday)와 NOFX에 의해 탄생하여 기존의 공격성보다는 친숙한 멜로디라인과 흥겨움을 내세워 인기를 얻은 '멜로펑크'라는 음악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인디 씬 초기의 펑크 밴드들이 전자의 세례를 받았다면 2000년대부터 하나 둘 등장하여 현재 주로 활동하는 펑크 밴드들은 주로 후자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2003년 한국의 한 멜로펑크 밴드가 일본의 대표적인 메이저 레이블 토이즈 팩토리(Toy's Factory)와 계약을 맺고 데뷔 앨범을 발매하여 현지에서 약 2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바로 껌엑스(Gumx)였다. 그 후 2집 [Green Freakzilla]를 발표하고 군 입대로 대중의 시야에서 잠시 사라졌던 그들이 3집 앨범 [Old]와 함께 다시 돌아왔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대부분 멜로 펑크의 공식에 충실하다.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라인과 들썩이는 리듬 파트는 공연장이든 방 안이든 장소와 관계없이 듣는 이의 모싱을 유발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거의 모든 수록곡들이 기타, 베이스, 드럼의 밴드 편성에 가장 적당한 3분대의 곡들로 인상적인 훅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그리고 개별 곡들이 구성에 있어 자신만의 얼굴을 지님으로써 곡들 사이에 멜로디만 다를 뿐 변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장르상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도 성공했다.

질주감이 강한 <Silence The Enemy's Guns>에서 시작해 전형적인 멜로펑크 곡인 <All End>를 거쳐 코어적인 사운드가 귀를 자극하는 <Flower N' Shit>등의 곡들로 구성된 전반부는 청자를 앨범에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앨범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후반부의 <Someday>, <Hollow>, <Millon Miles>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인상적인 멜로디와 흥겨운 무드라는 장르상의 미덕을 최대한 구현하는데 성공한 곡들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본다면 사운드상의 변화나 음악적으로 신선한 요소를 취하는 대신 멜로펑크라는 장르 내에서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것을 내놓는 안전한 길을 택한 모양새다. 그리고 이런 그들의 전략은 주효했다.

물론 첫 번째 트랙 <Silence The Enemy's Guns>에서부터 8번째 트랙 <Someday>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질주를 계속하는 앨범의 구성은 완급조절이라는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중간에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면 후반부의 <Someday>, <Hollow>, <Millon Miles>로 이어지는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더욱 반짝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이 앨범의 매력을 가릴 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편이다.

껌엑스의 3집 [Old]는 지난 1월 일본에서 먼저 발매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껌엑스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진행형인 이들의 성과가 해외 음악 씬과의 상호작용과 지속적인 교류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인디 씬의 역량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한류라는 이름의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성과는 일회적인 이슈 메이킹에 그치거나 혹은 한국 음악 씬과는 괴리된 채 철저히 현지 음악 씬의 손을 빌려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성과를 거두기도 힘들거니와 지금 한국 대중음악에 별다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게 당연하다. 지금 우리 앞에는 한류란 이름의 포장은 화려하지만 내용물은 빈약한 반짝 유행 상품과 아래서부터 쌓아올린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음악 씬에 몸으로 부딪혀 물꼬를 터온 작품들이 함께 놓여있다. 우리가 보다 주목하고 보다 귀히 여겨야 할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 공은 대중들 앞으로 넘어갔다. (최준하/보다)


2008/09/09 00:00 2008/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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