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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코베인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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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코베인
Tales
 (2008/Eggman)
6.5

01. 아빠가 벽장
02. 납골묘
03. 하이웨이 몽키스타
04. 엄마 몰래 Space
05. 바훔톨로메
06. 지옥에 가다
07. 하늘은 UFO
08.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09. 횟집에서
                                                         10. 안 돼


1. 코미디, [파는 물건], [Pop To The People]

"눈뜨고 코베인은 유치하고, 말장난하기 좋아하며, 전혀 진지하지 않기에, 그래서 일종의 코미디와 다를 바 없는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이다."

오해하지마시길. 앞의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수식들은 절대로 그들의 음악을 폄하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들이 아니에요. 오히려 이러한 연유로, 눈뜨고 코베인은 이 좁은 홍대 앞 신에서 나름의 특수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었거든요. 혹 진지한 청자들은 "그들의 농담은 일종의 패션이며, 실은 그 아래에 가려진 진실이 중요하다"라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이런 경우에, 이러한 음악을, 그러한(진지한) 방식으로 감상하는 것이 과연 적합할지- 글쎄요. 코미디란 이성적으로 분석하려는 순간 재미없어지기 마련이라서. 모름지기 코미디라면 우리의 갖가지 '고민'들이 끼어들기 전, 우리의 대뇌피질 틈새로 슉슉- 재빠르게 훅을 날려주어야겠지요. 정치적 올바름이나, 선과 악, 뭐 이런저런 기준들에 의해 한번 걸러지기 시작한 농담이란 최소 반 이상은! 재미없어질 테니까요.

재미. (그들 초기의 작업들에 한정하자면) 그것은 분명 그들의 핵심 모토이자 슬로건, 일종의 정언명령 같은 것 아니었을까요? 여기에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이라는 덕목이 추가된다면- 자명하게 '대중가요', 특히 가벼운 댄스-팝의 기획이 완성되겠지요.(이미 밴드는 [Pop To The People]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첫 풀-렌쓰(Full-Length)로 '대중가요'의 재개념화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다만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요새 아이들은 잘 듣지 않는) 산울림과 송골매, 캠퍼스 그룹-사운드에 그 중심을 놓고서 펑크 록과 레게, 하드 록 등 다채로운 록의 하위 장르를 잡종 교배시킨 것뿐입니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으며, 또한 재미있을 것." 눈뜨고 코베인은 공히 대중가요를 지향하지만, 그로 향하는 길은 철저히 마이너하며 시대착오적인 까닭에 그들의 노래들은 종종 청자를 난감한 상황으로 몰아넣고는 하는데, 또한 각별히 신경 쓴 듯한 그들의 노랫말 역시 당혹스럽기로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습니다. 가령,

a) 헤어진 사람 방에 / 중요한 걸 깜박 놔두고 왔네 / 그냥 놓고 갈까 / 아니면 다시 돌아갈까(<헤어진 사람 방에 중요한 걸 깜박 놓고 왔네>

b) 형은 뭐 하고 있어요 / 아직도 취직시험 본단다 / 뭐 잘 되겠지요 뭐(<네 종종 전화할게요>)

c) 나의 어색한 마음 / 너의 자연스러운 마음 / 하지만 내가 어색하니까 / 우리는 어색한 관계(<어색한 관계>)

-처럼. 도무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대중가요의 노랫말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들이지요. 오히려 이는 노랫말보다는 일종의 상황극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실지로 눈뜨고 코베인은 그들의 공연에 종종 (연)극적인 요소를 삽입하기도 합니다.(<네 종종 전화할게요>의 간주부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어머니에게 "다음 명절 때는 꼭 찾아뵙겠다"며 전화를 드리는 것은 대표적인 예시겠지요.) 그들의 상황극을 빗대는 데 있어 '교착상태'보다 좋은 말이 있을까요. 교착이란 그 자체로 비극입니다. 앞으로도, 뒤로도 옴짝달싹 할 수 없지요. 평온한 일상에서 파국의 교착상태로 진입하는 순간, 눈뜨고 코베인의 유머는 그 순간에서 기원하고 있습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자학적인 제스처. 하지만 삶의 어떤 비루먹은 풍경들이 눈뜨고 코베인 특유의 한껏 과장되고 패러디의 혐의가 짙은 사운드에 실렸을 때, 이들의 노래는 일순간에 不快에서 快로, 비극에서 희극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이성이나 도덕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을 우리의 공격적이고 불온한 어떤 지점을 향해, 그들은 속삭여옵니다. "타인의 고통을 비웃어라."

이러한 전략은 눈뜨고 코베인이 낸 데뷔 EP, 그리고 한 장의 풀-렌쓰 앨범 전반을 관통하고 있지요.(위의 예시로 든 a) b) c)는 모두 첫 번째 풀-렌쓰 앨범 [Pop To The People]에 수록되어 있는 곡입니다. 가장 초기의 작업들을 모은 데뷔 EP [파는 물건]은 이후의 작업들에 비하여 원초적인 언어유희에 치우진 경향을 보이지요.) 산울림, 레게, 송골매, 사이키델릭, 송창식, 하드 록 등 언뜻 연관 없어 보이는 지나간 세대의 아이콘들을 꿰매어 직조해낸 그들의 전작들은 괜히 젠 체하지 않으면서도, 대중가요의 클리셰를 돌파하려는 인상적인 시도로 기억될 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간만의 신보, [Tales]. 눈뜨고 코베인의 두 번째 풀-렌쓰는 여전히 흥미로운 모양새입니다.


2. 환상 [Tales]

당신은 당신의 지나간 날들을 사랑하나요? 예, 저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답니다. 이것이 (그들의 전작들에 대한) [Tales]의 대답입니다. [Tales]의 모든 순간들은 나르시즘에서 비롯됩니다. 나르시즘은 자신에 대한 도착, 자기에 대한 물신화지요. 눈뜨고 코베인은 [파는 물건]과 [Pop To The People]에서 정립된 고유의 노선을 좀 더 극단으로 밀고 가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Tales]에서 그들의 스타일은, 명백히 과잉적입니다.

몇 가지 징후가 보입니다. 설화(Tales)라는 타이틀은 그들의 새로운 음반이 나아갈 방향을 굉장히 압축적으로, 간명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2008년, 가장 훌륭한 음반명으로 뽑힐지도!) 전작에서 희극적인 스펙터클로 제시되었던 일상과 비-일상의 파국적인 조우를 가볍게 뛰어넘어, 눈뜨고 코베인은 설화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설화란 픽션, 그러니까 환상/상상의 기획입니다. 우리가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그들의 환상은 일전의 파국에서 비롯하고 있지요. (친절하게도) 눈뜨고 코베인은 이를 음반의 가장 첫 트랙에 명료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상황극의 형태를 띄고 있지요. '엄마'는 "아빠가 벽장 안에 있을 리가 없잖아 / 아빠는 영국으로 출장가신 거야"(<아빠는 벽장>)라며 아이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얼핏 아이의 망상이려니, 하지만 뒤이어 "엄마 속 썩이지 말고" "꼭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하는 '엄마'는 어쩐지 당황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뚱한 베이스 라인, 그리고 강박적인 드럼 비트는 마음 졸이는 '엄마'의 표정을 생생하게 묘사하지요. 하이라이트를 수놓는 날카로운 톤의 (또한 마녀의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 웃음소리는 의혹을 증폭시킵니다. 아이가 벽장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아빠는 어디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몇 가지 결말을 상상하게 됩니다. 끔찍한 장면에서 피식- 웃고 넘길 농담까지. 이런 의혹들, 갖가지 상상, 그리고 환상들. 이는 [Tales]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단서는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고속도로 한복판에는 원숭이가 살고 있네 / 3년 전에 지나가다 보았는데 아직도 살아있네"(<하이웨이 몽키스타>)라는 노랫말에서 우리는 '원숭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원숭이'가 액면 그대로 원숭이를 이야기 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물인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한복판에는 원숭이가 살고 있네 / 먹이를 주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살아 있네."라는 구절을 참조해도 도무지 알아낼 수 없습니다. 불가해하며,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우리는 이쯤에서 한 가지를 약속해야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이 음반을 듣는 동안은, 이 모든 상황을 모두 참이라 여길 것." (다소 주관적인 관점에서지만) <아빠가 벽장>의 뒤를 잇는 두 번째 트랙 <납골묘>에서 여덟 번째 트랙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까지, 환상은 [Tales] 대부분의 수록곡에서 주요 모티브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외계인이 날 납치할거야>에서 보였던 소극적인 망상의 차원이 아닌, 적극적인 환상으로의 진입.(원숭이 3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까닭은 그곳이 현실계에서 이탈된 환상의 세계이기 때문이지요. 그곳에서는 우리 세계의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거든요!) 전작에서의 교착, 그리고 <아빠가 벽장>에서의 미스테리는 환상의 세계의 문을 열기 위한 훌륭한 진입로가 되고 있습니다.

정확히 이 지점까지, 눈뜨고 코베인은 자신의 미학을 갱신하며 동시에 한 단계 도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바른 판단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유니크하며, (전작들에 대한) 나르시즘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기획 역시 성공적입니다. 미리 샴페인을 준비해두어야 할까요? 흔들흔들, 그런데 이즈음, 경쾌하게 병뚜껑을 날리기가 조금 망설여지는 것은 왜일까요? 시원하게 엄지손가락을 하늘로 치켜 들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3. 코미디가 코미디로 남기 위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잠시 우리는 눈뜨고 코베인의 전작들이 제시했던 몇 가지 핵심 키워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교착' 그리고 '코미디'. 글의 두 번째 부분에서 지적했듯, 전작에서의 정서적인 교착상태는 [Tales]에서 '환상'으로 귀결되고 있지요. 교착과 환상. (눈뜨고 코베인에게) 이는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교착과 환상은 정확히 '다른 차원'에서 구성된다는 것입니다. 교착은 비록 불안정한 비-일상의 에너지가 침투해옴으로서 시작되기는 하지만 면밀하게 살펴보았을 때, 그것은 아직 현실의 차원에서 구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환상은 현실을 넘어선 곳, 이를테면 異세계 정도로 표현될 수 있는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지요. 두 차원의 확고한 대비. 이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일찍이 한국어로 된 좋은 노랫말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는 눈뜨고 코베인에게 서사란 그들이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이며, 서사의 문제는 곧바로 음악 자체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부분의 변화가 필연적인 전체의 변화를 동반하는 것이지요. 이곳에서 [Tales]는 어떤 곤란한 질문에 필수적으로 답변을 해야 합니다. "아직도 당신의 코미디가 유효한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Tales]가 구축한 환상의 세계에서 코미디는 엄밀하게는 '불가능'해집니다.

잠시 샛길로 새지요. 일찍이 채플린은 자신을 바보로 희화화 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주성치도, 짐 캐리도, 그 외의 수많은 코미디언들은 바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누군가 한 사람은 바보가 되어야 하니까. 참, 꼭 바보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살찐 몸이나, 작은 키, 큰 코, 특이한 말투, 이상한 행동도 훌륭한 코미디의 소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말하자면 코미디에는 어떤 '과잉'이 필수적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 (특히 상황극으로서의) 코미디에서는 모든 요소가 '과잉 일변도'로 치닫고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코미디에는 또한 정상의 범주에 속할만한 무엇인가가 분명 필요합니다.(굳이 예시를 들지 않아도, 지금 이 시간에도 TV에서 줄기차게 방영되고 있는 수많은 코미디물을 상상하면 되겠지요.) 정상과 비정상의 명백한 대비(contrast). 코미디는 이 둘의 충돌을 강력한 희극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비가 성립되기 위하여, 사전에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경계선이 설정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눈뜨고 코베인의 코미디는 모호해지기 시작합니다.

앞서 지적했듯 [Tales]의 세계는 더 이상 현실의 영역에서 구성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과 닮은꼴이되 같지 않은 그 세계는 원숭이가 3년 동안 먹이를 받아먹지 않아도 여전히 살아있으며(<하이웨이 몽키스타>), 보이지 않는 섹시 금붕어 바훔톨로메가 노래를 하고(<바훔톨로메>), 하늘은 커다란 UFO인(<하늘은 UFO>) 세계입니다. 명실공히 허구임을 자청하는 이 설화를 즐기기 위하여 우리는 이것을 모두 '참'이라 여길 것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거짓말이 참말이 되고 불가능도 가능해지는 세계. 그렇기에 우리는 더 이상 [Tales]의 세계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해낼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정상을 범주화하던 경계선은 잔뜩 흔들리고, 뒤틀리고, 모호해집니다. 모든 개별에 위계를 부여할 수 없는 시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대비를 구성해낼 수 없으며, 그렇기에 이는 코미디로서의 해학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오히려 [Tales]의 서사가 주는 쾌감은 카니발의 그것에 가까워지지요. [Tales]는 전작의 희극적인 충돌을 (양적으로) 과잉시켜 결국에는 어떤 질적인 전환을 이루어내지만, 동시에 그것은 이전과 '단절적'인 양상을 띠게 됩니다.

문제는 [Tales]의 시적 서사, 즉 노랫말에서 눈뜨고 코베인은 코미디에서 카니발로의 (단절적인) 전환을 이루어냈음에도 불구, 그들이 전환된 서사를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방법론에서는 그만큼의 도약을 이루지 못했기에 발생합니다. 2인 3각을 뛰는 데 한쪽이 계속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형국이랄까요. 물론 항상 발이 맞지 않는 것만은 아닙니다. <납골묘> 같은 트랙은 전작들에서 들을 수 없었던 기타와 키보드의 좀 더 '넓어진' 운용이 인상적인 수작입니다.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는 레트로한 느낌이지만 팝적으로 완성도 있으며 특히나 박력이 넘치는 키보드가 매력적인 트랙이지요. 하지만 때로는 조금 더 섹시한 사운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 하고(<바훔톨로메>), 엄마 몰래 우주로 가야된다 말하기에는 조금 덜 낭만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엄마 몰래 Space>). <하늘은 UFO>라는 초대형의 '구라'를 견뎌내려면 좀 더 야심찬 사운드가 필요할 법 한데, 눈뜨고 코베인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봅니다. 예전부터 추구해왔던 것들, 그러니까 옛 캠퍼스 그룹-사운드와 장르 음악들의 요소를 패러디하고 희화화 하는 단계에 그들은 여전히 한쪽 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종의 보험일까요? 그렇기에 눈뜨고 코베인의 키치적인 사운드는 비극을 유머로 승화시키고 교착을 코미디화 하는 데 일품이겠지만, 오히려 이제 그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일이지요. 환상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트랙들(<납골묘>에서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까지)를 제외한 나머지 트랙에서 이러한 위기감은 가시화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타이틀곡인 <아빠는 벽장>과 함께 개별적으로 가장 완성도 높으며 귀에도 잘 들어오는 축에 속하는 <횟집에서>가 사실상 첫 번째 음반에 실려도 무방할(혹은 더욱 잘 어울릴) 노래라는 점에서 그들의 딜레마가 생각보다 떼어내기 쉽지 않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나아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조금,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4.

봄꽃이 총총히 피어날 때쯤, 또 하나의 훌륭한 신인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와 함께 했던 조인트 공연에 절친한 친구가 다녀왔다 했습니다. 최근에 그들의 공연을 보러간 적이 없었음을 상기하며, 그래- 그래서 공연은 어땠는지 물어보았지요. 여전히 재미있고, 흥겨운 공연이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몇 주가 지난 뒤 유투브에서는 그들의 그날 공연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라온 영상은 그들의 데뷔 EP [파는 물건]에 수록되어 있는 <외로운 것이 외로운 거지>. 워낙에 재미있어 좋아하는 노래기도 하며- 게다가 무대에서 (노래방에서나 어울릴 법한) 막춤을 추는 사내-아마 청년실업의 멤버 중 한명으로 추정되는-의 댄스가 흥겨운 나머지 괜히 몸이 들썩들썩 거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지요. 그러면서 또 괜시리 옛날 생각이 나고. 아- 그때 눈뜨고 코베인 노래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라면서 말이지요.

여전히 좋은 공연을 하고 있다는 그들은 (그렇기에) 좋은 밴드임이 분명합니다. <아빠가 벽장>은 전작의 그것들에 비해 한층 더 세련된 싱글이며 <횟집에서>는 구슬프기까지 합니다. 워낙에 패러디의 혐의가 짙은지라 눈뜨고 코베인의 송라이팅에 대한 시비는 끊이지 않으나, 작금의 상황에서 그들 같은 곡을 쓸 수 있는 밴드가 없음 역시 자명하지요. 비록 [Tales]는 질적으로 다소 들쑥날쑥함에도 불구하고, 눈뜨고 코베인이 부단하게 영역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텍스트이기도 합니다. 조금씩 기복이 있을 수는 있지요. 중요한 것은 그들의 고민이 현재-진행형인지, 혹은 그렇지 않을지- 가 아닐까요. 다행스럽게 눈뜨고 코베인은 아직 전자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진취적이며 늘 고민하고 있는 밴드를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 게다가 눈뜨고 코베인은 명료한 색상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파는 물건]부터 [Tales]까지. 그들의 재미있던 옛 노래들과 요즘 새로 나온 노래들을 번갈아 듣다보면- 아, 역시 코미디에 소질이 있는 것만은 확실해! 라며 괜히 되뇌게 되고는 하지요. 매일 봄인 것은 아니니까, 가끔씩 조금 외로울 때나 꿀꿀할 때. 침대에 누워 이 친구들의 살짝 비틀린 노래들을 들으며 생각 없이 히죽거리다 보면 글쎄, 아마 이들의 다음 작업도 금방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확실히, 기다려지는 일입니다. (단편선/보다)


2008/06/12 00:00 200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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