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용 - 모니터 사운드가 제일 좋아야 뮤지션들이 좋은 음악을 한다.
- Posted at 2009/11/27 12:00
- Filed under interview/국내

카페 벨로주는 홍대 앞의 명소이다. 이미 많은 음악인들이 인터뷰 장소로 애용하며 사진을 찍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선데이 콘서트'는 많은 관객들의 호응 속에서 매주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홍대 앞 카페 콘서트의 모델이라고 보아도 좋을 카페 벨로주의 '선데이 콘서트'에 대해 주인 박정용 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웹진 웨이브(http://www.weiv.co.kr)의 필진으로 활동했으며 네이버의 콘텐츠 기획실장으로 오래 일하다가 카페를 연 그는 열혈 음악애호가이기도 하다. 창가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이 참 평화롭고 따뜻한 그 곳에서 나눈 긴 대화를 풀어놓는다. 카페 벨로주의 공연 소식은 홈페이지(http://www.veloso.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곳의 남다른 공연을 꼭 경험해보시길. 맛깔난 안주와 맥주 역시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일시: 2009년 10월 21일(월) 14:00~16:30
장소: 카페 벨로주
인터뷰: 박정용 vs 단편선, 서정민갑
사진 : 서정민갑
초벌 정리: 단편선, 서정민갑
최종 정리: 서정민갑
서정민갑: 웨이브 필진으로 활동하다가 네이버 콘텐츠 기획실장을 거쳐 카페를 운영하게 된 이력이 남다르다. 대중음악은 어떻게 경험했나?
박정용: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진짜 좋아해서 초등학교 5~6학년 때 장래희망 쓰는 칸에 '팝 칼럼니스트'라고 썼다. 밤새 독서실에서 공부한다면서 매번 라디오 녹음하고 듣고 사는 리스너였다. 첫 직장이 한겨레 문화센터였는데 대중음악 강좌를 기획하면서 (신)현준 형이랑 (이)정엽이랑 (이)용우 만나서 친하게 됐고 웨이브 창립 할 때 같이 하게 됐다. 말 그대로 열혈음악애호가였다.(웃음)
서정민갑: 어렸을 때 팝 칼럼니스트를 어떻게 알고 있었나?
박정용: 아버님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중3 때 일찍 돌아가셨는데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Before The Dawn>, 유럽(Europe)의 <Final Countdown> 같은 곡들을 같이 들을 정도로 아버지 영향이 컸다. 어렸을 때부터 가요 많이 안 듣고 팝 음악을 많이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서정민갑: 집에 LP가 많았겠다.
박정용: 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하긴 하셨는데 당시만 해도 라디오 들으면 다 들을 수 있어서 LP를 사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테이프를 많이 사서 첫 번째 산 테이프는 기억이 안 나고 첫 번째 산 LP는 기억이 난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Screaming For Vengeance] 였다. 주다스 프리스트가 내 인생을 바꿨다.(웃음)
서정민갑: 취향의 변천사랄까, 음악을 들어온 역사를 얘기해주면 어떨까?
박정용: 흔히 마니아들은 젊었을 때 헤비메탈 듣다가 프로그레시브 록 듣다가 재즈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아예 재즈로 가기도 하는데 나는 조금 달랐다. 특정 장르에 올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팝도 좋아하고 록도 좋아했다. 학교 다닐 때 음악 좋아하는 애들 모이면 주다스 프리스트 아니면 음악이 아니고,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아니면 음악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나는 같이 좋아하면서도 뒤에서는 유리스믹스(Eurythmics)를 정말 좋아해서 뉴웨이브 팝 몰래 듣고 정말 좋아했다. 당시에 포크도 굉장히 좋아했고 그냥 다 좋아했던 것 같다. 오디오를 좋아해서 오디오 시작하면서부터는 클래식이나 재즈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더라.(웃음)
서정민갑: 학교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중가요도 들었나?
박정용: 물론이다. 지금도 정태춘 선생님을 굉장히 좋아한다. 학회 일 하면서 큰 공연을 기획해서 정태춘 선생님을 모셔서 같이 공연했던 게 지금도 기억에 아주 남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CCM도 좋아한다.(웃음) 부총학생회장까지 했으니까 학생회에서 살았는데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못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학생회 일하는 것 외에 나머지 시간은 모두 음악에 올인하게 되었다. 학교 앞 자취방에 LP 2,000장을 늘 끌고 다녔다. LP 2,000장은 CD 2,000장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 이사 다닐 때 리어카 아저씨한테 욕먹고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서 LP 2,000장을 한 번에 팔았다. 지금도 그걸 제일 후회하고 있다. 일부러 도시락 안 싸고 매점에서 먹는다고 해서 돈 받아서 LP 사고 얘들한테 얻어먹고 그러면서 10년 이상 모은 거였다. (웃음)
서정민갑: 음반을 몇 장이나 가지고 있나?
박정용: 지금은 CD만 있다. LP를 사고 싶은데 고민이다. 실제로 오디오를 하면 아날로그의 소리가 너무 좋다. 그걸 아는데 시스템도 그렇고 손도 많이 가고 신경도 써야 한다.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LP는 한 장도 없고 CD만 7,500장에서 8,000장 정도 있다. 아무리 못 사도 한 달에 2~30장은 사는 것 같다.

서정민갑: 본격적으로 카페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자리를 버리고 카페를 내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박정용: 오래 전부터 마흔이 되면 홍대 후미진 곳에서 음악카페를 하고, 오십이 되면 춘천에 가서 살고 싶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나서 세상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 하면서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다 보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노력과는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중학교 때부터 깨달았다. 음악애호가들이 나이 삼십 되면서 로망처럼 갖는 꿈이 음악 카페 같은 것이지 않나. 그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기본적으로 생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불가능한 사회다. 그래서 나이 마흔까지 열심히 벌고 그 다음에는 욕심 부리지 말고 음악을 일상에 굉장히 가까이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네이버에서는 재미있게 일했고 의미 있는 일도 했는데 좀 많이 지쳤던 것 같다. 회사 그만 두면서(웃음) 진짜 미쳤냐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그런 얘기 들을 때 고민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년 동안 계속 가꿔왔던 생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애정이 강한 편이다. 주위에 있는 카페 사장들도 욕심이 있는 사람들 없다. 욕심 있는 분들이라면 이런 비즈니스를 할 이유가 없다. 욕심 없이 살고 싶어도 그게 너무 힘든 사회다.
서정민갑: 카페 벨로주 준비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나?
박정용: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회사 그만두기 1년 전, 지금으로부터 2년 전부터였다.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음악 공간을 생각할 때 한국에서 홍대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대안도 없어서 자연스럽게 여기 장소를 알아보면서 준비를 했다.
단편선: 상호 벨로주는 처음부터 벨로주라는 이름으로 하려고 했던 것인가?
박정용: 그건 아니었다. 벨로주는 내 블로그(http://blog.naver.com/veloso) 아이디인데 가게 오픈하기 몇 년 전부터 가게 이름을 뭘로 정해야 되나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굉장히 좋아하는 뮤지션이기도 하고, 있어 보이기도 하고, 유니크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이 아이디를 쓰다보니까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쓰게 되었다. (웃음)
서정민갑: 장소 알아보는 것 말고 또 어떤 준비를 했나?
박정용: 장소나 음악, 콘셉트, 디자인 말고 절반 이상으로 중요한 게 운영에 대한 경험, 음식이다. 사실은 친형이 이쪽 일을 했다. 내가 회사 다닐 때 형은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여기가 음악 카페라고 하지만 음악 틀고 공연 준비하고 이런 걸 제외한 나머지는 다 카페다. 그 외의 나머지 것들은 계속 경험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도 망하지 않고 선전하고 있는 것도 그 부분이 받쳐주니까 가능한 것이지 그 부분에 준비가 없었으면 금방 망했을 것이다. 좋은 음악 틀어주고 좋은 공연 한다고 되는 곳이 아니다. 형이 안 도와줬으면 못 했을 것이다.
서정민갑: 홍대 앞 음악 카페라면 CD를 많이 놓고 좋은 앰프로 틀어주는 곳이 90% 이상이다. 그런데 라이브 공연을 시작했다. 카페 만들 때부터 계획했던 것인가?
박정용: 그렇다. 일단 음악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다른 콘셉트보다 내 패턴이 중요했다. 나를 보면 재즈도 듣고 록도 듣고 포크도 듣고 다양한 장르를 일주일 내내 듣는다. 그런데 홍대의 음악 틀어주는 카페를 보면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나 잭 존슨(Jack Johnson) 같은 BGM 나오는 카페 아니면 70년대 록 음악 나오는 지하의 담배 연기 자욱한 록 카페,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쾌적한 곳에서 록도 듣고 재즈도 듣고 클래식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리고 음악공간을 만들려면 라이브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요즘 카페에서 공연을 많이 하면서 다른 카페 공연하고 비교되기는 하는데 그런 콘셉트는 아니고 여기는 음악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보통 6일은 다양한 음악을 듣지만 하루 이틀은 라이브를 본다. 그 두 가지가 공존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서정민갑: 영향을 받거나 모델이 된 곳은 없었나?
박정용: 솔직히 한국에는 없는 것 같다. 런던여행 갔을 때 기억에 남는 곳이 혹스턴 스퀘어(Hoxton Square)였다. 예술가들이나 여피 지식인이 많은 홍대 앞 같은 하나의 스퀘어다. 거기에 홉스턴 스퀘어 바라고 있는데 놀러갔더니 어제 뱀파이어 위크엔드(Vampire Weekend)가 와서 공연하고 갔다는 것이다. 뱀파이어 위크엔드 같은 밴드가 그냥 공연 하고 가고 평소에는 카페인 문화인 거였다. 내가 되게 가고 싶고 꿈꾸던 그런 공간이었다.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인구가 예전보다 늘어난 건 사실인데 어두컴컴한 지하클럽은 가는 사람만 가고 잘 안 가게 된다. 음악 듣고 싶고 공연 보고 싶은데 쾌적한 데서 제대로 된 사운드로 하는 곳이 있기를 바라는 요구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홍대 씬의 음악이 다양해졌지 않나. 다양한 음악들이 생겼기 때문에 할 만한 밴드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서정민갑: 카페 위치도 고려해서 선정한 것인가?
박정용: 그래서 무조건 지하는 아니어야 했다. 1층은 하고 싶어도 비싸도 못 하고 3층은 너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2층이고 후미진 곳이어야 했다. 후미진 곳이어야 되는 이유는 가격 문제도 있지만 너무 번잡한 곳은 오히려 하고 싶은 콘셉트와 안 맞았다. 뜨내기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 장사는 될지 모르고 여기는 몇 년이 걸려야 자리 잡는 곳이지만 길게 봐야 콘셉트가 잡혀진다고 생각했다.
서정민갑: 어떤 준비를 했는지 초창기 준비 얘기를 더 해 달라.
박정용: 일단 맞는 공간을 찾는 문제가 가장 컸다. 결국 구체적인 준비는 공간을 결정한 다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생각했던 건 일본풍의 레트로한 홍대 카페들과는 다르게 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공간 결정되고 3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공연 시스템은 해봤던 영역이 아니어서 좋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 클럽 타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친구가 같이 고민해줬고, 피아노도 임주연 씨가 같이 낙원상가에 가서 일일이 하나씩 다 치면서 골라주었다. 그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서정민갑: 공연 팀 섭외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박정용: 일일이 다 내가 전화한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다. "아니 무슨 카페에서 라이브를 해." 이러면서 섭외하기 힘들었는데 성심을 다하니까 되는 것 같다.(웃음) 한 명 한 명 만나서 얘기하고, 공연 하자고 얘기하는 어려움은 말도 못 한다. 그런데 2~3개월 하면서 자리를 잡으면서 좀 쉬워졌다. 기획하면서 보면 뮤지션은 많은 것 같은데 할 만한 뮤지션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뮤지션 입장에서 보면 클럽이나 공연장은 많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없다. 그러니까 다른 콘셉트의 공연장에 대한 갈급함이 뮤지션들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이 잘 맞았다. 지금은 여기서 하고 싶어해서 많이 수월해졌다. 특히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한테는 지금도 고마운 게 나름 인지도가 있는데 첫 공연을 같이 해주면서 다른 팀들을 섭외를 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단편선: 팀 섭외를 혼자 결정하고 혼자 진행하는 것인가?
박정용: 그렇다. 같이 할 사람이 없지 않나.(웃음) 여기는 전문 공연장이 아니니까 오디션 문의가 있는데 오디션을 볼 수는 없고 일주일에 한번 하는 공간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악, 라이브를 잘 하는 팀, 자기만의 색깔이나 느낌이 있는 팀이 기준이 된다.
서정민갑: 공연 팀의 장르가 다양한데 장르의 안배에 신경을 쓰나?
박정용: 그것이 애초부터의 콘셉트였다. 가게 로고가 올 카인드 오브 뮤직, 카페 벨로주니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진짜 올 카인드 오브 뮤직이 흘러나오고 공연 때도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공간의 한계 때문에 아폴로 18(Apollo 18),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같은 팀은 못하는 것이지 안하는 건 아니다. 조금 센 음악은 자연스럽게 어쿠스틱 공연을 하면서 같이 많이 하게 된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쿠스틱 사운드를 잘 잡는다. 그게 입소문이 나면서 국카스텐 어쿠스틱, 한음파 어쿠스틱처럼 밴드들이 어쿠스틱한 공연을 하고 싶을 때 벨로주에서 한 번 하자고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서정민갑: 팀 선정을 보면 평론가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밴드들도 있고 평론가 층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지만 대중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은 밴드가 있고 아직 안 알려진 밴드도 있는데 다 음악적으로 좋은 팀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인가?
박정용: 여기는 명분 같은 것을 고려하고 해야 될 곳은 아니다. 그냥 내가 좋으면 된다. 그게 자영업하는 가장 큰 매력이다.(웃음) 내 음악 취향이 약간 난삽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이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좋은 음악을 사람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딱 그것이다. 평론을 하다보면 선을 긋고 분석하다보니까 강박이나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직접 밴드 라이브를 기획하고 공연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많이 깨진다. 그런 식의 발견이나 편견들이 깨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 되게 재미있다.
서정민갑: 아무튼 굉장히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용: 그게 여기의 아이덴티티로 굳어졌으면 좋겠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팀들이 공연을 하고 싶어 하고 그런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되고 싶은 건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서 똑같은 재즈 클럽의 공연도 홍대 에반스(Evans)에서 하는 거랑 홍대 다른 클럽에서 하는 거랑 관객 드는 폭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에반스에서 하면 꽉 차는데 똑같은 팀이 홍대 다른 클럽에서 하면 10명도 안 든다. 왜 그러냐면 에반스가 그동안 고생하면서 자리를 잡은 것이 크지만 재즈 하면 에반스인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에반스에서 하는 재즈 공연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에반스에서는 내가 모르는 팀도 "에반스에서 하네? 한번 보러갈까?" 이게 된다. 그러면 물론 뮤지션을 안 보게 되고 공간의 힘이 되어 버리는 것도 있지만 벨로주가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고 내가 잘 아는 뮤지션도 아니지만 "벨로주에서 공연을 하네? 그럼 가볼까?" 이런 것 말이다.
서정민갑: 그렇다면 실제 티켓은 얼마나 팔리고 있나?
박정용: 여기 공간 자체가 다 들어와봤자 최대 70명이긴 하지만 외부 평가도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예약제로만 받는데 거의 70~80% 이상의 공연이 매진이었고 아무리 못 와도 30~40명 정도는 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사실 진짜 인디 뮤지션들이 공연하고 싶다고 많이 왔는데 "아까 얘기했던 그런 공간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서 송영주씨 같은 대한민국 최고의 재즈 뮤지션이 와도 꽉 차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아직 벨로주가 뮤지션들의 힘에 기대면서 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찰만한 뮤지션들만 공연을 해왔다. 그래서 에반스 예를 들었듯 잘 모르지만 벨로주에서 하는 공연이면 좋을 것 같다고 믿는 팬들을 많이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면 좀 더 다양한 뮤지션들을 발견시키는 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자연스럽게 장르 다양성에도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 같고, 스스로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잘 몰랐던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공연을 기획해서 파는 것에서부터는 문제가 달라진다. '뮤지션에게 절대 민폐 끼치지 말자'가 내 원칙이다. 좋은 뮤지션을 섭외했으면 무조건 절반 이상 사람을 채우는 게 민폐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안 될 수도 있고 이러다 문 닫을 수도 있다.(웃음)
서정민갑: 어떤 팀이 잘 되었나?
박정용: 잘 될 만한 팀은 진짜 잘 된다. 70~80% 정도가 매진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어떤 팀이 잘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고 좋은 예 중의 하나가 두 번째 달 바드 같은 경우이다. 바드는 이 공간과 잘 맞았고 여기서 공연을 하고 아카이브를 만들기 위해서 동영상을 찍은 게 알려지면서 다음 공연을 바로 잡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자연스럽게 사진이나 동영상들이 퍼지면서 바드의 공연도 많아졌다. 우리뿐만 아니라 뮤지션한테도 도움이 되고 바드의 공연을 잡는 다른 공연장에도 도움이 된 것이다.
서정민갑: 티켓 판매와 본인의 취향 사이에서 많이 갈등하지는 않는가?
박정용: 취향 자체가 파퓰러해서(웃음) 갈등하지는 않는데 무슨 말인지는 안다. 예를 들어서 이 달에 정말 좋아하고 꼭 공연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는데 티켓 판매가 답이 안 나오면 티켓이 잘 팔렸던 뮤지션에게 다시 한 번 전화 해볼까,(웃음)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러지 않고 있다. 빨리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어쨌든 가게가 유지되고 지속가능해야 좋은 공연을 하든 나쁜 공연을 하든 뭐라도 한다. 그런데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아직 갈등을 하지는 않았다.
단편선: 공연을 하는 편이 가게 매상에 도움이 되는 편인가?
박정용: 돈으로 따진다면 도움 안 된다. 홍대 카페는 대부분 금토일 장사다. 특히 일요일에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요일날 다른 영업 안 하고 공연을 하지 않나. 공연을 해서 사람이 꽉 차면 모르겠는데 꽉 차도 뮤지션 페이 주고 나누다 보면 일요일날 정상 영업하는 것보다 잘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길게 보면 가게 콘셉트에 분명히 공연이 크게 기여하는 바가 있고 가게 아이덴티티에 공간의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리고 가게 매상을 떠나서 애초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안 그랬으면 왜 하겠는가? 회사 다니지.(웃음)
서정민갑: 몇 번 안 와봤지만 확실히 티켓 판매가 차이가 나기는 한다. 그럴 때 힘들지 않나?
박정용: 홍대에 있는 다른 공연장에서 한두 명 있었던 적도 많은데, 30~40명 와주면 고맙고 나쁘지 않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재즈 같은 경우는 커뮤니티가 분명하지 않나. 여기는 재즈 공간이 아니고 홍대 인디 씬의 커뮤니티 성격을 많이 갖게 되다보니까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서정민갑: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브 실력도 갖추고 있으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뮤지션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박정용: 동감한다. 별로 없다. 직접 공연을 준비하고 기획하면서 깨닫는 것인데 다음 달, 그 다음 달 공연 짜는 게 되게 힘들다. 그건 아까 얘기했듯이 이 공간의 한계일 수도 있다. 조금 더 유명한 뮤지션들은 이 공간에서 공연 안 한다. 그런 친구들이 아까 뱀파이어 위크엔드 얘기했듯이 이벤트처럼 해주면 벨로주뿐만 아니라 다른 공간들도 자연스럽게 선순환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없다. 딱 나눠져 있다. 정말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어서도 그렇지만 라이브 기회 같은 게 많지 않다보니까 라이브 실력이 떨어지는 팀도 분명히 있고 사람들이 보면 팬이 된다기보다는 팬이 안 되고 그냥 가버리는 더 안 좋은 효과가 나버리기도 한다. 지금 벨로주에서 하는 뮤지션들은 그 중간에 있는 뮤지션이다. 굉장히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아직 좋은 라이브를 하는 뮤지션의 폭이 넓지 않다.
서정민갑: 시장의 경계가 너무 뚜렷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 좋은 기획자의 부족, 좋은 공간의 부족, 뮤지션들의 열려진 마인드의 부족이 모두 아쉽다.
박정용: 세 가지가 다 작용한다는 것에 100% 공감한다. 어느 한 부분만 가지고 재단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공연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보니까 할 만한 뮤지션이 없고 좋은 뮤지션들은 좋은 공간에 대한 갈급함이 있고 그 두 가지가 아직 못 만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좋은 기획자가 또 필요한 것이다.
서정민갑: 벨로주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본다.
박정용: 제일 소중한 평가는 관객들이 네이버 카페(http://www.veloso.co.kr)에 올려주는 "벨로주에서 하는 공연은 다르다. 뮤지션들이 다르게 하는 것 같다"는 칭찬이다. 이런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내가 의도했던 것 중에 하나다. 그러니까 뮤지션들이 1순위이다. 사운드도 제일 중요한 사운드는 사실 모니터 사운드이다. 모니터 사운드가 제일 좋아야 뮤지션들이 좋은 음악을 한다. 뮤지션들이 자기 연주를 잘 하고, 좋은 연주를 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뮤지션들이 여기서 공연을 할 때 일일이 전화해서 이런 공연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리허설 때 나와서 같이 얘기하고 같이 세팅하고 커피 한 잔씩 따라주면서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기운이 뮤지션들한테 전해져서 여기 공연을 할 때 특별하게 왔다 정성껏 공연을 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관객들, 소비자들은 되게 무섭다. 그런 기운이 딱 모여지면 다 알아차린다. 공연하는 팀이 그냥 매너리즘에 빠져 공연하는지 아닌지를 금세 알아차리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면 반응이 달라진다. 그러면서 좋은 공연이 되는 것이고 벨로주에서 하는 공연은 뮤지션들이 다른 것 같다고, 이 사람 공연을 전에도 어디서 봤는데 연주는 여전히 잘 하는데 여기서는 뭔가 다르게 하는 것 같다고, 그게 느껴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칭찬을 종종 받을 때 제일 좋다. 그게 좋은 공연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뮤지션들의 평가도 굉장히 좋더라. 이제는 소문도 많이 나고 다들 한번쯤 공연 해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박정용: 처음에 공연 섭외할 때에 비해서 지금은 너무 행복해졌고 고마운 마음이다.
서정민갑: 공간 자체가 매력이 있고 사운드도 좋지만 뮤지션들을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다못해 커피를 끓여주고 빵을 제공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결산방식도 미리 상세하게 구축해서 얘기하기 때문에 일은 혼자 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박정용: 3호선 버터플라이 리더인 기완이 형(성기완)이 몇 달 전에 공연하러 왔었다. 그런데 우리는 뮤지션들이 사운드 체크하는 시간 전에 오면 항상 빵을 사서 커피와 함께 대접한다. 왜냐하면 공연 리허설 하다보면 밥 먹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 배려를 하면 그 배려가 느껴질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건데 기완이 형이 와서 빵 주는 클럽은 처음 봤다면서 굉장히 놀라더라.(웃음) 그런 것도 중요한 거 같고 민갑 씨가 얘기했던 것처럼 공연 섭외할 때 몇 명이 들었을 때는 비율이 얼마여서 얼마 준다는 시뮬레이션까지 해서 뮤지션들이 얼마를 가져갈 것이고, 우리가 얼마를 가져갈 것이라는 내용을 항상 문서에 남겨서 준다. 그걸 보면서 많이 놀라더라. 어차피 이 공간 자체가 큰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는 한번 공연해서 대박 치는 데가 아니다. 어차피 뮤지션들은 공연하러 오는 것이고 얼마를 벌었는지 얼마를 못 가져가는지를 아는 게 중요한데 다른 곳에서는 그게 잘 안 되었다. 왜냐면 실제로 버는 돈이 없었으니까 그랬겠지만 버는 돈이 없었으면 버는 돈이 왜 없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좋게 평가해줬던 것 같다.
서정민갑: 정산의 방식은 어떻게 되나?
박정용: 음료는 1 프리 드링크를 하는데 국산 맥주를 안 팔고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맥주를 찾다 보니까 음료 원가를 빼고 공연 수익에서 60%를 뮤지션 주고 40%를 우리가 가진다. 관객 숫자가 20~30명밖에 안 들면 카페가 조금 벌충하는 느낌이고, 대신 관객 숫자가 50~60명 이상 70명 정도로 많이 들면 뮤지션이 조금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인데 나름 치밀하게 계산한 것이다.(웃음) 여기가 전문 공연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헷갈린다. 일요일에 두 번 공연하다 보니 한 달에 8번, 10번 공연하는데 전문공연장도 한 달에 열 번 공연 안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여덟 번 공연하니까 전문공연장인가?(웃음) 헷갈리기도 하는데 전문공연장이 아니고 결국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심히 술 팔아서 일요일날 하고 싶은 공연한다는 게 콘셉트이기 때문에 사람을 꽉 채워서 돈을 남겨야겠다는 강박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적자라는 것.
서정민갑: 공연 홍보는 어떻게 하나?
박정용: 일단 벨로주 카페 회원이 5,000명 된다. 그 5,00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70명만 채우면 되는 거니까 특별히 다른 홍보하는 것은 아니고 블로그에 매번 공연하는 팀들의 포스트를 최대한 정성껏 올린다. 이런 팀이고 공연한 동영상이 이렇고 음원이 이렇다는 걸 포스팅하는 것, 그걸 벨로주 카페에 연결하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처음 공연할 때부터 동영상이랑 사진 아카이브가 굉장히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했던 일이 그쪽 비즈니스이다 보니까 홍보 때문에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카페뿐만 아니라 뮤지션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스테로(http://blog.naver.com/esthero)라고 홍대 인디 뮤지션 공연하는 사진 잘 찍는 친구에게 안면도 없었는데 메일 보냈고 와서 사진 찍으면서 친해졌다. 공연이 좋으니까 시간될 때마다 자연스럽게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대신 사진 원본을 뮤지션들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서 사진 파일을 뮤지션들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GPD(http://www.pd4web.com/)라는 친구도 어떻게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데 그 친구도 인디 뮤지션 동영상을 아카이브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같이 하자고, 동영상 원본을 뮤지션들한테 주자고 했다. 그러면 뮤지션들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건 뮤지션에게도 아카이브가 되지만 쌓이면 공간에 대한 홍보도 될 것이고 공연기획에 대한 홍보도 될 거라고 나름 치밀하게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초기에 빨리 알려지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서정민갑: 라이브 실황이 UCC에 올라가는 등 UCC가 대중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영향을 줄 거라고 보는가?
박정용: 아까 얘기했듯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찍었다. 공연 홍보라는 건 이미 모든 사람이 다 아는 뮤지션이 공연을 하면 공연한다는 사실만 알리면 되지만 여기는 그게 아니다. 홍대에서는 유명한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처럼 공연 많이 보는 사람도 아직 못 본 팀이 많다. 알아야 온다. 입장료 15,000원, 20,000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을 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결국 이 팀이 어떤 음악을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공연한 동영상 찍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그게 아카이브로 남으면 뮤지션에게나 벨로주에게나 다른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나 다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게 진짜 정보의 진짜 보고다. 자기가 만드는 콘텐츠를 휘발되지 않게 목적의식 있게 쌓아놓는 게 결국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한다. 초기에는 쌓는 게 되게 중요하다.
서정민갑: 지금까지 공연 운영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스스로 몇 점을 주겠나?
박정용: 진짜 90점 이상인 것 같다. 내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우려하고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풀렸다. 카페 공간 전체 운영에 대해서는 결국 수익이 말해준다면 사실 마이너스지만 공연만 놓고 봤을 때는 다행히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현재 벨로주 운영 상황은 적자라고 들었다.
박정용: 적자는 맞는데 크게 적자는 아니다. 사실 내 인건비 안 가져가는 정도다.

서정민갑: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꼈다거나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
박정용: 아까 얘기했듯 카페에 올라오는 칭찬이 정말 좋다. 사실 카페 운영은 되게 힘들다. 샐러리맨으로서 받는 스트레스와는 종류도 다르지만 강도도 다르다. 모든 걸 책임져야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곁에 두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는데 음악도 안 듣게 된다. 그럴 때 지쳐서 공연 준비를 하고 공연을 하는데 리프레쉬 될 때가 많다. 공연하면서 눈물 날 때도 많았다. 일주일 내내 공연하는 공연장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도 뭐든 일주일 내내 하면 매너리즘에 빠진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하는 건 개인에게 삶을 견딜 수 있게 하는 리프레쉬가 되고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효과도 있다. 공연 보기 전까지는 "오늘 사람 몇 명 올려나, 미치겠어." 이러다가 공연에 몰입하면 너무 좋고, "그래, 이거지 뭐." 그러는 거다.(웃음) 그래서 공연도 더 순수하게 좋은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서정민갑: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되거나 힘든 부분은 어떤 것인가?
박정용: 지지난주에 클럽 빵에 가서 (김)영등이 형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빵이 15년 되었다. "15년이나 됐네?" 그랬더니 이렇게 오래 할 생각도 없었고, 이렇게 오래할 지도 몰랐고, 언제까지 할지는 진짜 모르겠다고 하더라. 많은 게 담겨있는 이야기이다. 아까 얘기했듯이 나는 큰 욕심이 없다. 뭔가를 이루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뭔가 영향력을 갖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다. 그러려면 전 직장을 그만두면 안 됐다. 큰 욕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걸 유지하면서 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홍대에 있는 카페 사장들 대부분 큰 욕심 없다. 욕심이 있었으면 스타벅스 대리점 했겠지. 그저 자기 공간 가지고 싶고 돈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느슨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해서 가게를 여는 순간 낭떠러지다. 한국이 사회복지가 잘 되어있나, 뭐가 있나. 그러니 욕심 없이 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시장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살아남는 것도 무조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빵 같은 경우도 너무 놀랍고, 십 년씩 하는 것도 무조건 대단하다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즐겁고 의미 있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는 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계속 그럴 수 있을까? 잘 모르겠고 그게 제일 걱정이다.
서정민갑: 아직 같이 해보지 않았지만 꼭 같이 해보고 싶은 팀이 있다면?
박정용: 80년대의 포크 뮤지션들. 이정선 씨, 권진원 씨, 정태춘 선생님, 이런 분들도 너무 너무 같이 공연하고 싶고 양병집 씨, 김두수 씨, 조동익 씨, 이런 분들 너무 하고 싶다. 그런 분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서 이런데서 공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카페가 좀 더 자리 잡으면 내년에는 한번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도 한다.
서정민갑: 그밖에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박정용: 일단 이 공간 처음 잡을 때 최소한이나 최대한 5년으로 잡았다. 돈 들여 인테리어를 다 해놓았는데 5년 안에 접으면 엄청 손해다. 돈을 못 벌어도 어쨌든 5년 있으면 나름 생활을 했다는 거니까 뽑았다 생각하고 이 공간에서 계속 지금처럼 잘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리고 5년이 지나면 공간을 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지금도 2층이어서 좋은 점도 많지만 2층이라서 답답한 게 많다. 사운드를 못 키운다. 한계가 명확하다. 사실 요즘은 강남쪽 문의도 많이 온다. 강남에서 공연하는 건 거의 재즈인데 스테이크 썰면서 누구 나오는지 관심도 없이 배경음악 듣는 데가 대부분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요구가 생기는 것 같다. 여력이 안 돼서 못 하는데 의미는 있는 것 같다. 강남에 산다고 이런 음악 안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거리의 장벽이 꽤 크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홍대에만 이렇게 바글바글 모여 있을 필요 없지 않나? 홍대 인디 뮤지션들이 가끔 강남 카페나 클럽 같은 데서도 공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 앞가림부터 하는 게 일단 1순위인 것 같다.
서정민갑: 요새 카페 공연들이 늘어났다. 그런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박정용: 아유, 무조건 환영이다. 벨로주 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DGBG나 빵 같은 클럽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들이 많이 온다. 여기 공연이 좋고 그 뮤지션이 DGBD나 빵에서 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곳에도 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라이브 클럽이라는 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폐쇄적인 게 있는데 그걸 넓히는 역할을 한다. 카페에서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이 부차적인 게 되고 카페 홍보 이벤트처럼 하게 될 수밖에 없지만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대규모 페스티벌이 주는 효과도 물론 있겠지만 카페 공연은 굉장히 밑에서 변화를 이끄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오래 갈수도 있다, 런던 혹스턴 스퀘어에서 되게 놀랐다. 그때 뱀파이어 위크엔드가 엄청 떴을 때였는데 어쨌든 지금 한국에서 뜨는 친구들은 작은 클럽이나 작은 카페에서 공연 안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 큰 공연장에서 할 때는 큰 공연장에서 하고 작은 데서 재미있게 할 땐 재미있게 하면서 공연을 본 사람이 페스티벌에도 가는 순환구조가 있었다.
서정민갑: 앞으로도 카페 공연이 늘어날까?
박정용: 의미 있고 좋다는 생각을 하는데 늘어날 거라면 잘 모르겠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벨로주 같은 경우는 카페에서 공연을 한다기보다는 애초부터 그것을 설계하고 고민한 음악공간이라는 컨셉이다 보니 그런 것이지 일반 카페가 이벤트처럼 공연하는 게 쉽지가 않다. 그리고 카페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은 정말정말 안 알려지고 정말정말 유명하지 않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반향도 별로 없고 사람도 별로 적게 오고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꽤 괜찮은 뮤지션들이 그냥 쿨하고 편하게 작은 공간에서 즐겁게 이벤트처럼 공연하는 문화들이 더 있었으면 좀 더 퍼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현실로 돌아가면 쉽지 않을 것이다. 공연장도 안 되는 판국인데 카페 공연이 늘어날 거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서정민갑: 음악 얘기를 좀 해보자. 올해 인디 씬이 주목을 좀 받았는데 씬 전체가 확장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박정용: 그게 끝나버리고 말았다고 단정 짓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자우림이나 크라잉 넛(Crying Nut)이 나왔을 때 붐처럼 생각했던 것이나 금세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둘 다 좀 오버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것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분명히 긍정적인 것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만약에 벨로주를 7년 전에 한다고 했다면 공연할 팀이 없어서 엄청 갑갑했을 것이다. 그런데 라이브도 잘 하고 자기 색깔을 가진 팀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시장은 아직 커지지 않았지만 뮤지션들의 폭이나 실력은 확실히 달라졌다. 발전된 것이다. 그걸 주목하면 절망하거나 비관할 건 아닌 것 같다.
서정민갑: 홍대 씬에도 빛과 그림자가 분명하다고 생각하는데 가까이서 지켜보니 어떤가?
박정용: 공감한다. 은근히 폐쇄적이다. 그런데 주류는 더 심하다. 사실 홍대 인디 씬만 그렇겠나? 어디든 다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문제를 의도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노력은 별로 의미 없는 것 같고 결국 더 실력 있고 다양한 자기 색깔을 가진 뮤지션들이 많아지는 것이 1순위인 것 같다. 나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서정민갑: 아직까지도 오버그라운드와 인디 씬이 많이 분리되어 있는데 음악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섞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박정용: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주류 음악과 인디 음악은 기본적으로 음악의 본질이라는 면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태생이 다르고 소구 대상도 다르다. 인디 음악이라는 분류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디 음악은 '자기 음악'이다. 그렇다고 주류 음악을 자기 음악이 아니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단지 대상이 좀 다른 것 같다. 그러니까 구획을 짓는 것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고민하는 문제인데 잘 모르겠다. 음악이라는 게 온전히 상품은 아니지만 분명 문화적으로 볼 때는 상품일수밖에 없고 많이 팔리는 것과 적게 팔리는 것의 구분은 생길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구분과 강박을 갖는 게 문제인 것 같고 그런 것이 없어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음악 씬도 주류와 인디의 갈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그룹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서정민갑: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평론 쪽에 관여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의미 있는 기획을 해내고 있고 다른 공연 현장도 많이 다니는데 한국의 대중음악 평론 문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박정용: 대중음악에서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평론가의 역할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 남아있기도 한다. 결국은 가이드다. 그 가이드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하는 방식이나 매체는 안 바뀌었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은 안 바뀐다는 것이다. 대부분 평론가들이 절대 꼰대가 아니다.(웃음) 굉장히 열려있는데 잡지가 웹진이라는 형태로 바뀐 것뿐이다. 평론하시는 분들 생각은 열려있는데, 평론이 수행하는 시대적 역할도 바뀌었는데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이 그대로인 게 문제인 것 같다. 역할이 바뀌었으니 방식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처럼 음악애호가와 평론가들이 서로 동의하지 않는 문화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마지막 질문이다. 카페 벨로주를 찾았던 혹은 찾지 않았던 음악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박정용: 이건 그냥 하소연일수도 있다. 공연을 해보면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만 찾아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 공연만 찾아와도 박수를 쳐야 될 일이긴 한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게 있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음악이라도 조금 더 한번 트라이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사실 비난할 것도 아니고 그런 공연만 찾아와도 너무 고맙기 때문에 결국 기획자와 공간의 역할인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와서 공연하면서 느낀 게 음악이 좋다고 공연에 많이 오진 않더라. 물론 결국 음악이 좋아야겠지만 자기 콘텐츠가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더라. 그 콘텐츠라는 건 자기 색깔일수도 있는데 자기 색깔, 자기 커뮤니티, 자기 콘텐츠가 갖춰지면 다르다. 혼자서 CD 듣는 건 음악에만 반응을 하겠지만 직접 공연장을 찾아오는 일은 그 팀만의 콘텐츠를 만나러 온다는 생각이다. 정말 뮤지션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음악 더하기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 커뮤니티가 생긴다. 의외로 "나 이렇게 음악 열심히 하고 이렇게 음악 좋은데 왜 안 알아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아쉽더라. 그래서 민갑 씨 같은 기획자나 평론가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 요새는 많이 한다. 벨로주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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