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 진트 <자고가요>
- Posted at 2008/08/06 00:00
- Filed under star track/국내

자고가요
[누명] (2008/Overclass)
[무명](2007)은 당혹스러웠지만 내심 반갑기도 했다. 버벌 진트(Verbal Jint)는 2004년부터 다양한 방법론으로 여러 가지 선택권을 제시한 바 있고 [Favorite](2007)은 그렇게 나온 괜찮은 성과였지만 [Modern Rhymes EP](2001)의 제대로 된 연작을 기대했던 입장에서 [무명]은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누명]까지 들으니 당사자 입장에선 무척 고단했음이 전해진다. 지금의 문법으로 2004년 이전부터 이어진 답보 상태를 얘기한다는 게 결국은 소모이고 퇴보였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건 불행이었지만, [무명]을 이끌어낸 건 존재하지 않는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싹에 의해 여전히 반복된 현재였다. 아이러니한 건 이 연작의 진정한 가치 역시 그 불행한 현재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편견과 얕음을 마주한 작가주의가 낳은 에피소드들은 하나로 귀결된다.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그 에피소드들이 사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연결 고리로 묶여 있고 참으로 인상적인 낱말들로 채워져 있다. 그 중 내가 택한 건 어딘지 모르게 근사한 한마디 '자고가요'. 고단했을 텐데 자고 가요. 그리고 우리 내일 다시 얘기해요. (문정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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