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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일곱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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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일곱날들
(2008/Pastel Music)
7.4


01. 시작된 여행
02. 누가 만들었을까
03. ㄱㅅㅣㅣㄱㅛㅍ
04. 바다 앞 언덕에
05. 커피 타는 방법
06. 취생몽사
07. 물고기 종
08. 고창에서 의사를 만났네
09. 할머니
                                                         10. 바다 앞 언덕에 (Making Track)          
                                                         11. 누가 만들었을까 (Making Track)          
                                                         12. 물고기 종 (Bonus Track)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라는 셀프-타이틀 음반으로 그들이 첫 커리어를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들이 소포모어로 [입술이 달빛] 같은 (흥미로운) 음반을 들고 올 줄 예상한 사람은 없었지요. 비록 인디 씬에 한정된 이야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영민한 청자들은 꽤나 '팬시'하면서도 다분히 '로컬'한 [입술이 달빛]에 미소를 보냈습니다. 저야 뭐 조금 긴가민가하기는 했지만- '로컬'은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만 '팬시'는 한 번 더 심사숙고 해보아야 했거든요. 자칫 그들이 일종의 '브랜드'로 환원되어 버리지 않을까, 저금 조금 경계하고 있던 것입니다. 지금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때의 (약소한) 경계심은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다음 걸음들, 그러니까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와 요조의 데뷔 음반은 확실히 심증을 굳히게 만드는 것들이었거든요. 그 둘은 왠지 음악적이라기보다는, 브랜드화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결과물이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일종의 정체된 문화적 코드의 일종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불안했지요. 그들의 첫 두 음반들을 낮은 목소리로나마 지지했던 저로서는, 바라는 바가 아니었답니다.

그 때문일까, [일곱날들]을 처음 재생시킬 때- 저는 기대하고 있었지만, 꼭 그만큼 불안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훌쩍 건너뛰어 결과부터 말씀 드리자면, 최소한 이번부터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에 다시 베팅을 걸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다시금 (예의 '소규모'다운 포즈로) 멋진 돌파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 돌파의 중심은 그들의 스타일 변화나 편성의 변화 따위에 잊지 않다는 점이에요. 편성이야 조금 간결해졌을 뿐이고 스타일은 그들의 전작들 중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곱날들]의 노래들은 딱-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한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셈이지요. 그냥 간단히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스럽다'라고 일축해도, 할 말은 없어요. 그들이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기에, 그것은 아무래도 좋을 것. [일곱날들]을 결정짓는 키워드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거든요. [일곱날들]에서의 질감들이란 오히려, 그들의 노래 '바깥'들과 더욱 크게 연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트랙, <시작된 여행>부터 찬찬히 들어볼까요. 예의 단정한 송은지의 목소리와 민홍의 기타, 그리고 "우당탕탕" 같은 귀여운 노랫말들이 먼저 귀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같이 녹음된 그들 노래의 '바깥'들- 동시녹음된 빗소리와 밤 개구리 울어대는 소리, 자동차 소리들도 트랙이 연주되는 동안 그 존재감을 잃지 않습니다(친절하게도 그들은 부클릿에 '반주'라는 예쁜 단어로 그들에게도 이름을 부여하고 있지요). 뭐, 음악에서 이렇게 청관(soundscape)을 삽입하는 것은 모종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스케치하는데 효과적인, 클리셰한 방법이기에 특별할 것 없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커피 타는 방법>에서도, <취생몽사>에서도, <물고기 종>에서도 이러한 '바깥'은 어김없이 노래와 '함께' 들려옵니다. 심지어 깔끔한 스튜디오 녹음으로 먼저 선보여지는 <누가 만들었을까>와 <바다 앞 언덕에>도 음반 말미에 'Making Track'이라는 수사와 함께 '바깥'을 포함한 판(版)으로 다시 등장하지요. <할머니> 정도를 제외하고서, [일곱날들]의 트랙들은 모두 조금이나마 '바깥'의 소리들을 머금고 있습니다.

한 방향의 소리만을 집중적으로 받아들이는 다이나믹 마이크(예를 들자면, 노래방 마이크)가 아닌, 방향성 없이 모든 방향에서 오는 소리들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콘덴서 마이크로 녹음된 듯한 [일곱날들]의 트랙들은 그렇기에 기계 특유의 '객관'에 힘입어 '안(즉,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노래)'과 '바깥(그 외부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허물고 있습니다. 물론 이때의 객관이란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객관은 아닌데, 마이크가 놓인 곳이나 그들이 연주하는 위치, 그리고 녹음한 시간대에 따라 어느 정도의 주관이 포함될 여지가 존재하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최소한 그들이 그들의 시선을 더 이상 내부로만 순환시키지 않으려 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합니다. 새드코어를 지향하는 포크로 데뷔했던 처음에도, 그리고 그 이후의 작업들에서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죽- 내향적이며, 사색적이었으니까요. 바로 전작인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에서도 그들은 "내 삶의 전부인 너(<너>)"라며 노래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은 늘 관계와 소통 같은 주제들을 경유했지만 그것은 종종 1인칭에서 빙빙 돌거나, 조금 더 나아가봤자 1인칭과 2인칭 사이를 오갈 뿐이었지요. 하지만 [일곱날들]에서 그들은 지금까지 천착해왔던 I-You의 관계론으로부터의 벗어남,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제 '바깥'의 사물들, 사람들, 풍경들과 관계를 맺지 시작합니다. '바깥'의 소리들에 대한 전적인 수용은 그러니 일종의, 애티튜드지요.

그런 관점에서 <커피 타는 방법>이나 <고창에서 의사를 만났네> 같은 트랙은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들려오기도 합니다. 작법이나 편성 등에서는 그다지 변했다 할 것 없겠고 다만 그간에 없던 싱얼롱(sing-along)의 연출이 도입되고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는데, 작은 변화지만 이는 꽤나 효과적입니다. 특히 묘하게 맞지 않는 피치와 자꾸만 어긋나는 리듬이 오히려 따스한 <고창에서 의사를 만났네>에서의 싱얼롱은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트랙. 이러한 트랙들에서 그들은 그들이 '바깥'과 맺고 있는 '긍정적인' 관계를 보여주는데, 이 역시 줄곧 소외되거나([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시니컬했던([입술이 달빛]) 지난 작업들과의 분명한 변별점을 제공해주지요. "친구들과 함께 커피 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커피 타는 방법>이나 "친절하지 못하고 웃음도 서툴러 가끔 오해도" 받는 의사에 대한 <고창에서 의사를 만났네>처럼, [일곱날들]에 실린 대부분의 트랙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그들의 친구들, 가족들, 가만히 들려오는 소리들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주변(周邊)이지요. 또한 미시(微視)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그들답게, '바깥'에 대하여 논할 때에도 일을 크게 벌이지 않습니다. 그들이 떠난 일곱날 간의 여행에서 만났던 '소소한' 바깥들이 [일곱날들]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화장기 없이 담백한 얼굴이 자연스러워, 더욱 좋아요.

[일곱날들]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바이오그래피 중에서는 물론, 최근에 발매된 어떤 음반들보다도 따듯한 온도를 간직한 음반입니다. 혹자는 "그런 따듯한 음반들이야 널리지 않았냐"라면서 타박을 놓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막상 찾으려면 눈에 잘 띄지 않지요. 특히 요즘의 나오는 세련된 음악들에서는 더더욱 말이에요. 어쩌면 우리 세대라는 것 자체가 그런 '따듯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쳤던 소소한 일상의 벼리들이 우리로부터 처음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것들도 아니니까요. 다만 바빠서 지나쳤던 것들, 그리고 잊게 된 것들. [일곱날들]은 비록 조용한 음반이지만 그러한 소소한 삶, 그리고 삶 속에서의 순간과 순간을 긍정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음악이 부릴 수 있는 일종의 마술이겠지요. 그들의 마술이 성공적이라면, 아마 당신은 어느새 삶에 감사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 저요? 글쎄요- 그건 비밀이랍니다. (단편선/보다)


2008/10/02 00:00 2008/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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