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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코드] 8. 보컬리스트

부쩍 부지런해진 '스탭 코드' 여덟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주제는 간단하게 '보컬리스트'입니다. 한때는 '가객'이란 말과 함께 보컬리스트들을 찬양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최근엔 '고음병'이니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다소 기능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예전과 같은 경외감 같은 것은 많이 옅어진 듯 싶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만으로 전해지는 감동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번 '스탭 코드'에서는 바로 그런 감동의 목소리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보컬리스트들의 음반 한 장씩을 골랐습니다. 수없이 다양하고 아름답고 독특한 목소리의 바다에 빠져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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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연인] (2004/Toy Music)

내가 좋아하는 보컬은 뛰어난 기교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가창력보다는 목소리로 분류되는 쪽이고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지 않아도 마음을 움직이면서 울림을 주는 노래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번 주제를 보고 내 취향에서 조금 벗어나 전통적인 의미의 보컬리스트를 선택하고 싶었다. 천생 가수, 정말 노래 잘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보컬리스트. 그렇다고 취향에서 아주 벗어난 선택은 못하겠고 개인적 취향과 흔히 보컬리스트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기준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상을 찾으니 김연우가 나왔다. 김연우는 기본적인 음색이나 발성, 감정 및 가사 전달 외에 가수로서 지녀야 할 테크닉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것은 물론 열창을 해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가창력에 정확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김연우의 노래에는 소수점 몇 자리까지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있다. 상당히 명료하다. 그래서 기계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다소 과장스럽더라도 노래에 절절함이 묻어나는 걸 선호하는 보편적 기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연우의 노래에도 감정은 충분히 잘 살아있다. 워낙 다른 부분이 완벽하게 채워져서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질 뿐이다. 김연우는 정말 장점이 많은 가수다. (문정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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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nda Williams [Car Wheels on a Gravel Road] (1998/Island)

루신다 윌리암스(Lucinda Williams)는 단지 노래를 한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거나, 특정한 색깔을 띠고 있다거나 한 것이 아니다. 그저 정직한 목소리를 꾸준히 낼 뿐이다. 그래서 별 것 아닌 듯한 순간들이 계속 되지만, 노래와 목소리가 쌓이는 어느 순간에는 항복해야 한다. 당신이 옳다고. (서성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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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hti Bunyan [Lookaftering] (2005/FatCat)

이 세상에 좋은 보컬이야 무수히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김현식과 박인희와 시와와 오소영과 이소라와 전인권과 장필순과 한영애와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와 카펜터스(Carpenters)와 자니 캐쉬(Johnny Cash)와 린다 퍼헥스(Linda Perhacs)와 또 누구와 누구의 이름, 그 별처럼 무수한 이름들을 떠올리다가,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분노도 아닌 목소리를 고르기로 한다. 사실 형용사와 동사를 동원해서 감상적으로 음악을 설명하는 일은 갈수록 꺼려지는 스스로의 금기이지만 바시티 버니언(Vashti Bunyan)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육성 그 자체의 신비로운 힘에 대해 홀린 듯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포크 음악의 아름다움이라거나 숨겨진 신비의 30년만의 복귀라거나 그 어떤 말을 붙여도 좋고 그 어떤 말도 붙이지 않아도 좋은 그냥 아름다운 목소리이다. 아무리 들어도 아프지 않고 그때마다 늘 따뜻한 평화가 함께 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서정민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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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nie 'Prince' Billy [I See A Darkness] (1999/Palace Music)

적막한 <Nomadic Revery>를 불현듯 폭발시키는 황홀한 필살기. 아! 시몬, 너는 아느냐. 삑사리의 아름다움을. 삑사리가 작렬하는 순간, 준수한 포크 송이던 곡은 단숨에 악마적으로 변한다. 악보 위의 쓰인 곡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보컬리스트의 미덕이라면 윌 올드햄(Will Oldham이 여기 이름 올리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저 평면에 지나지 않던 어둠은 그가 "어둠을 보았다"고 말하는 순간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의 깊이로 우리를 집어삼킬 듯 살아 움직인다. (최훈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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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 And Garfunkle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1966/Columbia)

이들이 과연 '보컬리스트'라는 주제에 맞는지에 대해 약간의 의문과 불안함이 든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는 땀방울이 가득 맺힌 채 단어 하나 하나마다 열기를 담아 내뱉는 이들, 몸을 앞뒤로 흔들며 여흥구를 경쾌하게 소리치는-그러니까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나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가 연상되는-이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듯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타를 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근 조근 가사를 흥얼거리는 사이먼과 가펑클은 어찌 보면 이런 이미지의 대척점에 놓여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들의 목소리를 처음 듣던 순간의 느낌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Scarborough Fair>를 듣고 난 다음날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엄청나게 무서운 노래가 있다고. 그것은 얼마 뒤 생각해보니 공포가 아니라 애수였고 낙담이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 여전히 무지했던 중딩이 자기 밖의 세상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된 것은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서였다. (권민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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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i Yumi [Nisslim] (1974/Toshiba EMI)

마스토야 유미(松任谷由実), 결혼 전엔 아라이 유미(荒井由実)로 불렀던 일본 최고의 여가수. 21장의 앨범 오리콘 차트 1위, 앨범 판매고 4,200만 장이라는 객관적인 전력은 차치하고 노래만으로도 최고의 보컬이다. 일본 여성 보컬 특유의 가성과 애교 섞인 샤베트 같은 목소리, 거기에 시냇물같이 맑고 미야자키 하자오(宮崎駿)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소녀 같은 순수함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가히 마스터피스다. 그런 그녀가 나의 아버지와 동년배라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타고난 재능과, 중학교 때부터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무라카미 류(村上龍) 등과 교류하며 쌓은 인맥은 그녀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했고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기는 것을 가능케 했다. 국내에선 MC 스나이퍼(MC Sniper)가 샘플링해서 유명세를 탄 <春よ, 来い (봄이여 오라)>,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덕에 널리 알려진 <あの日にかえりたい (그날로 돌아가고파)> 같은 작품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1972~1979년 사이의 <たぶんあなたはむかえに来ない (당신은 마중 나오지 않겠지>, <中央フリーウェイ (중앙프리웨이)> 같은 초창기 곡들이다. 감수성 백 배의 가사와 애틋한 멜로디, 거기에 그녀의 절정의 노래 감각과 목소리로 지금까지도 팬들과 후배들에게 추앙받고 있다. 옥구슬 같은 목소리에 가성을 한껏 넣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가슴 한구석이 찡해오는 감동을 전해주는 그녀의 보컬. 나를 언제나 울컥하게 만든다. (김창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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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All That I Am] (1997/Jive)

누가 뭐라 해도 조(Joe)는 이 앨범이 짱이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 사안에서만큼은 MB 리더쉽을 발휘하겠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조의 가장 진하고 끈적끈적한 보컬이 황홀하게 담겨 있다. 김범수가 데뷔 전에 이 앨범의 모든 곡을 외울 정도로 연습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주제를 받고 김연우, 임재범, 장필순, 박용준, 최성원, 김보희, 케본 에드몬즈(Kevon Edmonds), 슬림(Slim), 크리셋 미셸(Chrisette Michele), 자힘(Jaheim) 등을 뻔한 혹은 뻔하지 않은 이유들로 떠올렸으나 결국 승리는 조의 것이 되었다. (김봉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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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은 [최도은 첫 콘서트] (2001/최도은)

'보컬리스트'라는 과제를 받아 안고, 누구를 써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이국의 가수들부터 수많은 옛 이름들이 오고갔다. 그 이름들이 생각보다 많았음에 새삼 감사했다. 잡히는 대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뒤로 요 몇 년 간, 그래도 나와 함께 해준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는 코드(code)이기도 했지만 그 전에 이미 감성적인 것들이었으므로 괜히 마음 센치해진 와중, 하나의 이름이 왔다. 정박(碇泊)이랄까, 그 이름 뒤엣것들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다. 최도은이었다.

최도은은 민중가수다. 1988년에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인천지역노래패연합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최도은 첫 콘서트]는 그 사이에 발표한 라이브 앨범이다. 정규 앨범을 놔두고서 라이브 앨범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것은, 이 음반이 일종의 베스트이기 때문이다. [최도은 첫 콘서트]에는 '최도은' 하면 기억나는 <불나비>, <혁명의 투혼>은 물론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의 노래 2>, <눈물꽃>, <내일의 여성을 위해>, <인터내셔날가>, <처음처럼> 같은 멋진 트랙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물론 여기까지는 사실관계들이다. 민중가수라고 높게 쳐줄 이유가 없다(같은 이유에서 민중가수라고 낮게 칠 이유도 없다). 좌파라고 높게 쳐줄 이유가 없다(같은 이유에서 좌파라고 낮게 칠 이유도 없다). 아마 최도은이라면 그런 '외적인 것'들을 모두 걷어낸다 해도 빛이 날 것이다. 그녀의 대명사와도 같은 <불나비>가 그렇다. "오, 자유여 / 오, 기쁨이여 / 오, 평등이여 / 오, 평화여"라 부를 때, 이어 "내 마음은 곧 터져버릴 것 같은 활화산이여"라 노래할 때 그녀는 정말 터져버릴 것 같다. 금방이라도 몸 바깥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 여기서 나는 어떤 '너머'를 확신한다. 역설적으로, 그런 그녀를 추동하는 동력은 그녀의 당파성, 혹은 민중에 대한 낙관과 신뢰가 아닐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실은 그녀의 당파성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부당한 것이다.

그녀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비단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중가요 진영 자체에 대한 자료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 불행한 일이다. 기재한 사진도 그녀의 앨범 커버가 아니다(콘서트 포스터로 알고 있다. 구글링을 해봐도 자료가 나오질 않는다). 구할 수 없는 음반이지만 다행히 웹에서 들을 기회가 있다(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이 곳에서다. 감사할 따름이다. (단편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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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lunstone [Some Years: It's The Time Of Colin Blunstone] (1995/Epic)

콜린 블런스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좀비스(The Zombies)의 보컬리스트라 소개하려 해도 국내에서 좀비스의 인지도는 봉중근보다도 미미하다. 결국 이쯤에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The Alan Parsons Project) 얘기를 꺼내야 한다. 그렇다. 콜린 블런스톤은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최고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Old And Wise>를 부른, 바로 그 꿈결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좀비스의 보컬로 [Odessey And Oracle]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지만 솔로로서도 [One Year]와 [Ennismore]라는 훌륭한 앨범을 연이어 만들어내며 경력을 이어갔다. [Some Years]는 이 두 장의 앨범에서 대부분의 노래를 선곡한 베스트 앨범이다. 아름답고 유려한 실내악 사이로 콜린 블런스톤은 자신의 아련한 목소리 결을 그대로 풀어낸다. 언제 들어도 좋지만 특히, 잠에서 깬 새벽녘에 들으면 한없이 아늑해진다. (김학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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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Shop Boys [Pop Art] (2003/Parlophone)

반찬이고 사람이고 별로 가리는 것 없고 싫은 것보다는 좋은 것을 먼저 떠올리려 하는 편이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 이런 요상스런 취향은 즐기는 것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마련. 커다란 스크린 위에서 각종 핏줄과 힘줄이 터져라 '열연하는' 배우들이나 무대 아래까지도 흠뻑 더워지는 뜨거운 무대매너와 함께 '열창하는' 가수들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이 턱턱 막혀온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내가 애정하는 배우들은 '생활형' 연기의 대가들이며, 내가 사모하는 보컬리스트들은 숨 쉬듯, 말하듯 노래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의 대마왕은, 누가 뭐래도 닐 테넌트(Neil Tennant)다. 다른 이름은 생각할 수도 없다. 대체 집에 뭘 숨겨놓고 먹고 있는지 외모마저도 좀처럼 제 나이대를 찾아가지 않는 그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늘 완벽하게 서늘하다. 노래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 3박 4일 쉬지 않고 노래를 시킨다고 해도 그동안 숨만 쉰 것처럼 그렇게 편안할 것 같지 않은가. 만일 그가 말년에 취향이 급변해 메탈이나 뽕짝에 인생을 건다는 폭탄선언을 하더라도, 나는 끝없는 지지의 하트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와 그의 목소리는 나에겐 이미 하나의 완성된 음악 장르다. 그런 닐 테넌트의 마성의 목소리를 지겹도록 들을 수 있는 앨범으로 [Pop Art]를 권한다. 펫 샵 보이즈의 마스터피스야 이 앨범 말고도 허다하지만, 3장의 CD라는 넉넉한 볼륨은 아마 다른 어느 앨범도 따라가기 힘들 테다. 둘이 듣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 정말. (김윤하/보다)


 

2010/02/09 00:00 201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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