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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 - 내가 할 몫은 음악뿐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요청으로 지난 8월 22일부터 31일까지 세실극장에서 '혼자 부르는 노래' 콘서트를 앞둔 시점의 싱어송라이터 안치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 달여를 쉬었던 안치환의 얼굴은 다소 피곤해보였지만 단단한 중심을 가진 아티스트의 말은 일목요연했다.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고자 하는 열정으로 성실한 그는 특정한 시대와 특정한 세대를 대변하고 있지만 그 울타리를 뛰어넘는 깊이와 품격이 살아있는 한국의 대표적 음악창작자임에 분명하다. 이해와 오해 사이를 조금은 거칠게 더듬었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어제와 다른 그의 진면목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시사IN'의 협조를 얻어 보다 상세한 인터뷰를 재수록한다.  

일시: 2008. 8. 11(월) 19:30~20:30
대담: 안치환 vs 서정민갑
정리: 김은선, 서정민갑
사진제공: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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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 건강이 안 좋았다고 들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안치환: 잘 지낸다. 공연 연습하고 몸도 다 나았다. 지나친 과음은 건강에 안 좋다. (웃음)

서정민갑: 촛불집회 때 노래도 만들고 집회에 참여도 했다. 소감이 어땠는가?

안치환: 촛불집회에서 386들이 느끼는 감흥과 비슷할 것이다. 초기에는 나조차도 여중생, 여고생들 보면서도 상황을 잘 몰랐다. 세상에 대한 긴장감이 여중생, 여고생들보다 못했다는 얘기 아닐까? (웃음) 난 그런 시위 문화에 익숙하지가 않으니까 조금 가볍고 코믹하게 느껴지고 처음엔 거리감 같은 게 있었다. 부끄럽지만 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구나' (웃음) 하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처럼 관심을 갖게 되면서 노래도 하러 나가게 되었다. 예전에는 거리에서 어떻게 놀았나. (웃음) 구호 외치고, 돌 나르고, 보도블록 깨는 게 시위였다. 그런데 이젠 저쪽에선 싸우고 이쪽에선 노는 문화가 허용이 되더라. 오히려 시민역량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와서 노래를 해달라는 제안도 계속 있었는데 내가 갈 자리인가 아닌가 망설여져서 우선 노래 <유언>을 만들었다. 그 노래는 음악성보다는 촛불집회에서 불리는 노래가 <헌법 제 1조>와 <광야에서> 같은 노래다보니 쇠고기에 대한 노래가 없어서 현장과 어우러지는 노래로 만들었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노래를 만들 때 나는 현장에서 불리고 나면 그만인 노래는 별로 지향하는 편은 아니다. 현장에서도 의미가 있고, 일상생활에 들어와서도 의미가 있는, 폭을 갖고 있는 노래가 좋다. 그러는 중에 한겨레 곽병찬씨 칼럼을 읽었는데 내가 진짜로 고민하고 생각했던 얘기를 썼더라. 엄숙한 노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금의 상황과 사람들의 정서에 맞는 노래, 내가 가볍게 생각했지만 나 또한 같이 놀았던 축제적인 저항문화가 같이 표현된 게 <삶이여 감사합니다>이다. 386이나 기성세대를 일깨워준 젊은 지성들과 젊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밝게 노래를 만들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 이후 상황은 더 무겁고 어둡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사람들의 참여가 떨어지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축제적인 문화와 정서들이 허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탄압의 강도도 물론 사람들을 떨어져 나가게 만들겠지만 처음에 만들어왔던 시위 문화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점점 더 무거운 시위문화 쪽으로 변하면서 어떤 거리감을 느끼는 상황도 되지 않았나 싶다.

서정민갑: 공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혼자 부르는 노래' 공연은 왜 하게 된 것인가?

안치환: 노래하는 사람이니까 하는 거다. 예전에도 했었다. 밴드로만 오래 하다 보면 음악을 짜임새 있게 편곡하고 연주하는 것이 굉장히 만족스럽고 좋지만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기타 하나로 노래를 시작했던 사람이고 노래는 기타 하나 가지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6년 전에 한번 그렇게 했고 그 공연을 다시 하자는 얘기도 많았는데 장사가 되니까 또 하자는 건 싫어서 한번으로 끝냈다.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또 하고 싶어졌다. 돈 내고 공연 보러 오는 분들은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이런 공연은 훈련의 시간, 개인적인 내공을 쌓는 시간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기타만 가지고서 관객과 만나는 자리라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사실은 그런 무대에 대한 향수도 있다.

서정민갑: 예전에는 이런 공연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 힘들지 않겠나?

안치환: 그렇게 하는 뮤지션들이 계속 새롭게 생겨나야 되는데 없는 것이다. 소극장 통기타 공연이 나에게는 향수이고 내가 가야 할 길이지만 전체적으로 봐도 그런 맥들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소극장 공연할 때는 200명 모아놓고 밴드로 때리기보다는 어쿠스틱 공연을 많이 했는데 공연은 록 버전이 있고 어쿠스틱 버전이 있고 또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 것이니까 콘서트 버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혼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게 많이 힘들다. 연습을 더 하게 된다. 기타 하나 갖고 혼자서 할 때와 직접 마이크 증폭을 해서 소리를 낼 때 지르는 느낌이 다르다. 기타 연주 기법도 달라질 수 있다. 관객이 차서 서로 기를 나누면 하는 사람도 김빠지지 않고 잘하게 되는데, 사람들이 적으면 초월한 듯 노래를 해야 되니까 굉장히 김빠진다. 그런데 혼자 하는 공연 할 때가 되었고, 한번 하고 나면 내적으로 좋은 게 많이 쌓인다.

서정민갑: 앞으로도 장기 공연을 해볼 생각인가?

안치환: 사실 이 공연은 세실마당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세실은 내가 성장한 곳이고 우리 세대 통기타 가수에겐 굉장히 특별한 곳이다. 학전보다 더하다. 힘들 때 거기서부터 터져 나왔던 극장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거기서 20일 동안 록 공연을 하루에 두 번씩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웃음)

서정민갑: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는가?

안치환: 혼자 부르는 노래 공연은 연주의 한계가 있어서 예전에는 포크적인 노래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록적인 노래도 통기타로 해보면서 기타 하나만 가지고 노래하는 힘을 보여주고 싶다. 어쿠스틱 기타, 스틸 기타, 나일론 기타가 보여주는 노래가 각각 다른 게 있다. 그걸 적절히 섞고 대금도 불까 하는데 어떻게 할지는 이것저것 고민 중이다.

서정민갑: 스스로 생각하는 포크 음악의 매력은 어떤 것인가? 

안치환: 기타만 들고 혼자서 하면 굉장히 정직해진다.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을 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테 몰리니까 부담감은 더 하지만 집중도가 있고 섬세한 소리의 강약에 의해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만큼 관객들과의 접합점도 많다. 포크라는 게 가장 가사에 의한 음악이지 않은가? 개인적으론 홈 커밍 같은 느낌도 있다.

서정민갑: 한국의 통기타 음악문화가 많이 죽어버린 듯하다. 

안치환: 미사리에 다 있지 않은가. (웃음) 자기 재생산력이 떨어진 거 아닌가 싶다. 자기 음악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고 후배들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통기타가 가지고 있는 지식인적인 음악을 이어가야할 세대들이 취직, 연애 같은 것에 얽매여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좀 안타깝다.

서정민갑: 새 앨범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안치환: 안치환 9.5집, 가칭 [정호승을 노래하다]는 정갈한 포크 록이다. 신곡은 두곡이고 나머지는 정호승 시인의 시로 쓴 기존 노래들 중에서 뽑은 것인데 녹음을 다 끝냈다. 그리고 10집 음반은 써둔 28곡 중에서 10곡만 리듬 가이드 녹음을 해두었다. 9.5집은 10월쯤에 내고 10집은 내년에 낼 계획이다. 이제 음반을 시기 맞춰서 내는 상황은 지난 것 같다.

서정민갑: 최근에는 특별한 히트곡이 없다.

안치환: 사람들이 <위하여>를 좋아하기도 한다. (웃음) 그런데 노래를 알리는 시스템 자체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그래도 하긴 해야 하지만 나는 방송 시스템에 엮여서 돌아가는 것은 포기해버렸다. 대신 노래 자체가 갖고 있는 힘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서정민갑: 최근 마이노스(Minos)의 힙합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다.

안치환: 노래가 나쁘진 않았다. 젊은 친구들이 그런 생각 충분히 할 수 있는 거고 노래도 괜찮아서 해보자고 했던 거다.

서정민갑: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안치환: 내 노래들 중에서 소규모 연주로만 예쁜 음반을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언젠가는 한번 하고 싶다. 다른 건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서정민갑: 예전의 팬들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면도 있다.

안치환: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연령을 넓혀가는 뮤지션이 누가 있나? 서태지의 예를 들어보자. 그가 전시나 설치를 한다 해도 팬 영역이 넓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가장 큰 힘이다. 영역을 넓혀 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그 세대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어 들려주거나, 정말로 대단한 노래로 넓혀 나가는 것인데 나의 능력 부족일 수도 있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자기 팬의 영역을 지켜나가고 같이 늙어가는 것, 계속 음악을 해 나가는 것, 자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할 때 고여 있지 않은 것. 이것이 힘인 것 같다. 노래를 계속 만들어서 좋은 음반 만들면 진짜 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은 알지 않겠는가? 내가 할 몫은 음악 하는 것뿐 그밖엔 다른 뭘 할 수 있겠는가?

서정민갑: 안치환의 노래는 항상 정답만을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안치환: 어쩔 수 없는 나의 음악적인 뿌리와 성향인데 계몽적인 것은 정말로 안 좋은 것이다. (웃음)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하고 방법이 조금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시를 가지고 노래를 만들기도 하는 것인데 아픈 건 아프다고, 슬픈 건 슬프다고 얘기하고, 슬프지 않은 것처럼 아프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고 싶진 않다. 그럼 다른 노래에서 아프지 않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 거고, 슬프지 않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서정민갑: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측면은 없는가?

안치환: 달라지는 건 염색을 한다는 거. (웃음) 나이를 먹어간다고 느끼는 것도 달라지고 최근에 만든 <삶이여 감사합니다>란 노래 가사를 보면 '젊은 벗들이여 감사합니다'라고 하는데 내가 이젠 젊지 않다고 얘길 하는 거다.

서정민갑: 나이 들면서 외롭진 않는가? 일부러 스스로를 폐쇄하는 느낌도 있고 자신에 대한 믿음도 분명해 보인다.

안치환: 노래를 진짜 직업으로 하면서, 노찾사를 나오면서 고독하다는 것에 대해서 숙명처럼 생각하자, 그걸 당연하다 생각해야 내 길을 갈 수 있다 생각했다. 스스로를 일부러 폐쇄해야 할 필요도 있다. 나는 팬에 대해서도 그렇게 고마워하진 않는다. 내가 잘하니까 날 좋아해주고 내가 못하면 금방 떠날 사람들이다. 내 나이되면 가족하고 지내는 시간도 필요하고, 혼자서 있을 시간도 필요하다. 그게 외로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감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요즘 <삶이여 감사합니다> 노래를 쓰고 새 노래를 안 썼다. 옛날에도 노래를 써야지라는 강박은 없었다. 삶이라는 게 갑갑해지면 뭔가를 하겠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나 자체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일상적으로 하나하나 나에게 주어진 길, 공연 하나하나를 잘 해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나를 믿는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흔들리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다. 가끔 1~2년 정도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은 있다.

서정민갑: 음악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안치환: 음악 한다는 아티스트라면 히트곡 몇 개 가지고 평생 먹고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자기가 할 일에 대해서 게으르지 않으면서 음악적인 삶을 끝까지 완성해나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그것만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음악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건 당연한 얘기지만 노래라는 게 껌인줄 알았는데 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정말 우리가 가야할 세상이 있고, 우리가 이루어야 할 희망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는데 나의 노래가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노래하면서 지겹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지겹다가도 무대 위에선 그냥 즐겁게 노래한다.


2008/09/05 10:48 2008/09/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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