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영 <그만 그 말 그만>
- Posted at 2009/10/09 00:00
- Filed under star track/국내

그만 그 말 그만
[a tempo] (2009/Sinis)
어떤 뮤지션의 새 음반을 소개할 때, 경우에 따라 '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이라는 수사를 붙일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선호하지 않는 수사인데, 실은 음반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소영의 8년 만의 신보 [a tempo]를 듣노라면,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그 클리셰한 수사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사람 참, 모순적이다.
초여름쯤 시니즈에서 장필순과 함춘호가 함께 한 CCM 음반이 나왔을 때, 간만의 신보 소식에 당연히 반가웠으되 막상 음반을 듣고서는 내심 피어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너무 나이브하다는 생각이었으니까. (좋지 않은 음반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요새도 종종 꺼내듣는다.) 그때도 같은 수사를 떠올렸었다. 물론 아주 좋은 의미로만 쓸 수는 없었을 터, 그러나 오소영에 이번 음반에서도 동일한 수사가 떠오른다면 이는 아마 무척 긍정적인 쓰임에 가까울 것이다. 이 음반, 아름답다. 우리가 오소영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참 정갈하다. [a tempo]라는 표제가 정확히 들어맞는다. "제 속도로". 그래, 오소영은 제 속도로 걷는다. 그 품새가 소담하니 좋다. 차분하니 아름답다.
요즘 들어 한국에서의 발라드가 도통 마음에 찬 적이 없다. 많은 훌륭한 곡들이 불려졌겠지만, 종종 그렇듯 내 귀에는 미처 닿지를 못햇나 보다. 서로에게 조금은 불행한 일이겠다. 대신 댄스가, 아이돌 뮤직이 자주 귀에 들어왔다. 멜로디도 어레인지도 (심지어는 외모도) 출중하니 즐거웠다만 가끔 피곤할 때 돌아갈 곳이 마땅찮았다. 때마침 <그만 그 말 그만>과 마주친 것은 모쪼록 다행인 일이다. 마침 가을, 점차로 서늘해지는 밤공기를 혼자 맞아내지 않아도 되게 생겼다. 8년 만의 신보를 한동안 꾸준하게 찾아들을 듯 싶다. 여러모로 감사할 따름이다. (단편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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