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이의 소풍 <그런 얘기>
- Posted at 2009/11/25 00:00
- Filed under star track/국내

그런 얘기
라운지의 ㄹ만 들어도 경기가 일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더 어렸고, 내가 굉장히 잘난 줄 알았던 때였으니까. 그러나 '라운지'라 통칭되어 한국 구석구석을 돌던 당시의 음악들이 죄다 엇비슷했다는 것 역시 과장만은 아니다. 조금 더 나이를 먹어 나도 결국 별로 똑똑한 놈은 못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노곤해진 뒤로는 모든 것에 그러려니, 하는 탓에 ㄹ에 대해서도 그저 그러려니, 하는 것이지 ㄹ에 크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굳이 억지로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그런 주제에 한국에서라면 분명 ㄹ로 통칭될 것이 확실한 <그런 얘기>를 "좋다"고 감히 말하는 심보는 무엇일까? 글쎄. 말하자면 참을 수 없는 ㄹ의 지루함을 극복하고 있다, 정도가 될지? (그런데 극복이란 단어는 너무 무거운데.) 그러면 조금 더 가볍게, ㄹ을 지루하게 만드는 '무엇'들에 별 신경을 안 쓰고 자기 할 얘기를 하고 있다, 정도라면 될까? (여기서 '무엇'이라면 사운드 디자인, 트렌드 등등.) 확실히 라운지의 요소들을 채워넣는 것보다 '스토리텔링'에 더욱 방점을 찍는 것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냉장고를 열면 코끼리가 있고 / 코끼리 콧속엔 맛있는 팥빙수 / 팥빙수 색깔은 진한 분홍색" 이라며 발랄하게 상상을 펼치다가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 / 해 뜨고 눈 뜨면 하얗게 잊어버릴 얘기 / 그런 얘기" 라며 이내 자조하는 듯한 모습이. 자칫 '귀척'으로 몰릴 수 있는 이런 발상도 유발이, 그녀가 아직 소녀임에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그녀는 스물둘이다.
유발이의 소풍은 '유발이'라는 女1, 그리고 男2로 구성된 팀이며 최근 베이스가 가세했다 한다. (그 후로 공연을 보지 않아 베이스의 성별은 입수하지 못 했다.) 노래에 따라 남성 보컬 세션이 가세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팀을 꾸려갈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계속 공연을 하게 된 케이스라 한다. 하기야, 많은 밴드들이 그렇게 생겨나기도 한다. 음악이 들을만 하니 굳이 태클 걸 이유 없겠다, 패스. 음반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겨울 중 작업 예정에 있다 한다. 아주 특출날 것 없는 음악일지 몰라도, 사실 오래 남는 음악이 꼭 특출난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곰곰이 곰씹으며 수첩 한 구석에 슬쩍 이름을 적어놓아도 괜찮겠다. 곧 날추운 겨울이다. (단편선/보다)
커뮤니티 : club.cyworld.com/ubare (<그런얘기> 외에도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봐주세요>, <봄이 왔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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