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 - 우리 같이 갈까요?
- Posted at 2009/10/22 00:00
- Filed under interview/국내

코코어의 4집 [Fire, Dance With Me]를 들으면서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해체했다는 소문 속에서 나온 앨범이었지만, 그렇게 나온 앨범이 오히려 더 '해체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기 때문이다. 그 앨범은 굳이 2장의 디스크로까지는 나오지 않아도 될 앨범이었다. 멤버들간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앨범은 멤버 각자가 만들고 연주한 곡들을 실으면서 방대한 양이 되었다. 하지만 앨범의 마지막에 수록된 곡 <Fire, Dance With Me>는 코코어의 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속옷밴드) 출신의 정지완을 새로운 드러머로 맞이한 코코어는 그와 함께 한 잼 연주를 앨범의 마지막에 실은 것이다. 밴드는 합주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고, 밴드 본연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 5집 [Relax]는 그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앨범이다. 예전과 같은 뜨거움은 없지만 지금 가장 안정적인 코코어의 상태가 그대로 반영된 앨범이다. (※ 기타리스트 황명수는 외국 여행으로 인해 아쉽게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일시: 2009년 9월 4일(금) 17:00~18:30
장소: 카페 '벨로주'
대담: 코코어 vs 김학선
사진: 컵 뮤직, 코코어 홈페이지 제공
김학선: 3년 만의 새 앨범인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이우성: 우리가 세 번째 앨범 내고서 좀 정체가 돼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속옷밴드가 해체됐단 소식을 듣고 지완이에게 잽싸게 연락을 해서(웃음), 같이 하지 않겠냐고 꼬셨다. 지완이가 흔쾌히 승낙을 해줘서 같이 하게 됐고, 각자가 작업한 것들을 모아서 네 번째 앨범을 냈다. 그리고 공연 활동 계속 하면서 한 2년 전부터 5집 앨범 작업도 하게 됐다.
정지완: 2007년 말인가 그때부터 새 앨범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녹음 들어간 건 2008년 늦가을쯤이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형들이 데모 만들어놓은 걸 모아놓은 수준이었고 실제로 작업에 들어간 건 그쯤이었다.
이우성: 표면적으로 많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 공연은 해왔다.
김학선: 3집 발표 이후에 코코어가 거의 해체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들이 있었다.
이우성: 밴드가 너무 정체돼있는 것 같았고, 서로 너무 바쁘다 보니까, '에이, 그만 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좀 지쳐있었다. 나 혼자서 생각이 왔다 갔다 한 측면도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변함없이 한결 같았는데 나 혼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 거다. 그러다가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을 다시 해보니까, 역시 밴드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멤버들에게 다시 연락을 했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해줘서 다시 하게 됐다. 대신에 내가 속옷밴드 드럼을 꼬시겠다,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김학선: 4집 [Fire, Dance With Me] 같은 경우엔 쌈지와의 계약 때문에 낸 측면도 있는 건가?
이우성: 계약 같은 거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지완이와 다시 음악을 한다는 의미에서 그 전의 것들을 털어버리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전까지의 관계들이나 모아놓은 작업들을 털고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가 있었다. 그 앨범을 내고, 이제 우리가 직접 레이블을 하면서 앞으로 같이 잘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김학선: 4집이 더블 음반으로 나왔는데 이게 멤버들 간에 조율을 거쳤다기보다는 그냥 멤버 개개인이 각자 작업한 걸 모아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재권: 맞다. 서로서로 데모 작업해놓은 걸 모아놓은 거다. 자기 곡들은 대부분 자기가 다 연주를 하기도 했다.
김학선: 그 앨범 들으면서 생각했던 게, 만약 이 앨범을 2집이나 3집처럼 서로 합주를 하고 의견을 교환해서 작업했다면 더블 음반으로 나오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였다.
김재권: 그랬을 것이다. 줄일 건 줄여가면서.
이우성: 근데 그것도 많이 줄인 거였다.(좌중 웃음) 재권이 곡이 워낙 많았다. 엄청나게 많은 곡을 썼었는데 재권이 스스로 좀 떨궈냈다.
김재권: 지완 씨가 들어오면서 밴드로서의 결속력이 많이 강해졌다. 그동안 드러머가 많이 바뀌었는데, 멤버들의 결속력을 이끌어주는데 지완 씨가 많은 역할을 했다.
이우성: 지완이가 들어오기 전까지 드러머 자리가 항상 불안했었다. 드러머들이 항상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웃음) 겉도는 경향이 좀 있었다.
김학선: 정지완 씨는 4집 때부터 참여한 건데, 실제로 4집에서 녹음에 참여한 건 <Fire, Dance With Me> 한 곡이었다.
정지완: 들어왔을 때 이미 형들이 다들 곡을 가져와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Fire, Dance With Me>라는 원-테이크 라이브 버전으로 처음 녹음을 했다.
김학선: 그 전에 속옷밴드에 있었는데, 음악적인 지향점이나 이런 부분에서 문제 되는 부분은 없었나?
정지완: 내가 원래 어느 한 부분만을 파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하는 스타일인데, 코코어 같은 경우는 거의 모든 음악적 요소들을 갖고 있는 밴드니까 문제될 건 없었다.
김재권: 나도 처음에는 지완 씨가 포스트 록이나 여러 실험적인 음악들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통적인 록 음악을 오히려 더 좋아하더라. 남미 음악이나 레게 음악 같은 리드미컬한 음악들도 좋아하고, 굉장히 다양하게 듣는다. 귀가 굉장히 넓은데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김학선: 정지완 씨는 제의 맨 처음 받았을 때 어땠나?
정지완: "이게 웬 떡이야." 그랬다.(웃음) 코코어에 가입하기 전부터 팬이었다. 당시에 속옷밴드가 시한부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활동을 하고 끝내자는 얘기를 하면서 마지막 공연을 할 때쯤이었는데 그때 연락이 왔다. 그때는 이미 속옷밴드는 거의 다 정리가 돼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코코어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김학선: 코코어 멤버들은 정지완 씨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이우성: 그냥 한눈에 좋았다. 이 사람이 뭐가 좋고 그런 걸 머리로 따졌다기보다는 공연하는 걸 보면서 그냥 깜짝 놀랐었다. 공연을 보면서 '야, 저런 드러머도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다.

김학선: 새로운 드러머도 들어오고 밴드가 다시 안정이 되면서 다섯 번째 앨범 [Relax]가 나왔다.
이우성: 우리가 처음 앨범 작업에 들어갔을 때에는 콘셉트가 지금과는 좀 달랐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아무래도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고 다른 경험도 더 쌓이고 하면서 방향이 바뀌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짧은 시간에 곡들을 다 쓴 편인데, 곡을 쓸 당시에 이런 분위기에 굉장히 꽂혀있었다. 그렇게 곡을 만들고 나서 멤버들에게 "야, 우리 처음 콘셉트랑 만든 곡이랑 다른데 이거 어떡하냐?"고 얘기를 했다.(웃음) 멤버들이 그냥 거기에 맞춰서 하면 되지 않겠냐고 얘기를 해서 지금의 앨범이 나오게 됐다. 재권이나 명수가 원래 콘셉트의 곡들을 미뤄두고 새로운 곡들로 작업해줬다. 나도 원래는 처음 콘셉트로 만들어놓은 곡이 있었는데 그것도 미뤄뒀다.
정지완: 곡들이 워낙 많아서 그걸 다 앨범에 넣었다면 더블 음반으로도 모자랐을 거다. 거기에서 원래 생각했던 부분들을 조금 들어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방향성 때문에.
김재권: 원래 생각했던 거는 스케일이 큰 콘셉트 앨범이었다. 좀 더 방대한 스케일에 형이상학적이고 입체적인 그런 음반을 만들려고 했다. 프로그레시브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멋있어 보여서 프로그레시브 음반을 만들어보자고 얘기를 했었다.(좌중 웃음)
이우성: 우주적인 걸 해보자고 해서 처음에는 우주적인 걸로 콘셉트를 잡았었다. 그렇게 작업을 하다가 옆길로 좀 새서 결국 다른 게 나온 거다.
김학선: 애초 방향대로 나왔어도 멋있었을 것 같다. 그건 나중에라도 다시 시도할 생각인가?
이우성: 물론이다. 버린 건 아니다. 그 콘셉트는 너무 거창해서 조금 뒤로 미뤘다고 보면 된다.
김재권: 앨범을 소개하자면, 옛날 빽판(해적판)을 소재로 해서 디자인을 했고, 각자가 해변가에 있는 사진들을 모아서 속지를 제작했다. 사진들을 보면 다 쉬어가는 분위기이다. 어젯밤에 자면서 왜 제목을 'Relax'로 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지금 현재 상태가 릴렉스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는 거고, 어찌 보면 하나의 이상향 같은 걸 수도 있는 거다. 지금 릴렉스가 아닌 건 분명하다.
정지완: 나도 제목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는데, 릴렉스로 가기 위한 준비 단계인 것 같다. '저기로 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다.
이우성: 어찌 보면 지금 현실과는 반대의 방향인 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릴렉스와는 거리가 아주 많이 머니까. 여기서 우리가 릴렉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이런 얘기이다. 세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아티스트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차원의 이야기이다.
김재권: 들어보면 지난 앨범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위안을 주는 부분이 있다. 가사가 주는 느낌이나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나이가 됐다는 것도 앨범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내가 결혼한 지 거의 4년 가까이 되는데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나 말고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을 점차 하게 되고 배워가는 것 같다.
김학선: 그게 배려 차원의 이야기인가?
김재권: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게 조금씩 느껴진다.
김학선: 전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만을 했던 건가?
김재권: 음악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예전에는 나 위주로만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옆 사람이 재미있어하면 나도 재미있다는 걸 알게 돼가는 것 같다. 음악에서도 예전 내 곡에서는 "같이 한다"는 말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가사를 쓰기도 한다. 또 이제는 앨범에 곡을 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곡을 쓴다.
김학선: [Relax]란 타이틀은 누가 정했나?
이우성: 내가 정했나?(웃음)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정지완: 아까 얘기한 것처럼 지금이 릴렉스 상태가 아니라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그 제목을 정한 거다.
이우성: 내가 MBC 라디오에서 했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모아서 꽤 오랫동안 들었다. 그걸 들으면서 옛날 우리 소리들에 릴렉스 정서가 굉장히 풍부하게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게 무척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우리가 그런 정서를 많이 잊어버린 것 같았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분위기가 릴렉스와는 아주 멀리 있기 때문에 그걸 복원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좀 있었다. '놀자'는 얘기도 있고, '노동의 고단함'이나 '구박 받는 며느리의 설움'을 얘기하면서도 그 안에 깔려있는 릴렉스의 정서가 굉장히 우아하게 느껴졌다. 그런 정서를 얘기하고 싶었다. 제3세계 음악에서도 그런 정서가 많이 느껴지는데 거기에 계속 꽂혀있다 보니까 곡들도 그렇게 나오고, 계속 놀러 가게 되고, 바다로 가게 되더라.(웃음) 이거 어떡하냐고 멤버들에게 얘기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하자고 멤버들이 릴렉스하게 받아줬다.(웃음) 작업할 때만큼은 릴렉스하게 한 것 같다. 어떤 스트레스 없이 마음 편하게 즐겁게 작업했다.
김학선: 그럼 김재권 씨나 황명수 씨는 이우성 씨가 만들어온 곡에 맞춰서 다시 곡 작업을 한 건가?
김재권: 그렇진 않다. 그 전에 만들어놨던 곡들 가운데서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을 다시 골랐다. 사실 뭐, 대충 맞추다 보면 얘기는 다 된다.(웃음)
이우성: 정 안 맞으면 들어내기도 하고.(웃음)
김재권: 계속 붙어있진 않아도 주기적으로 만나곤 했으니까 서로서로 말을 안 했어도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들이 공유가 됐을 거다.
이우성: 아까 재권이가 했던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게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공감을 했다. 그런 얘기를 서로 해본 적이 없는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나도 요즘 그런 비슷한 생각을 자주 했었다.
김재권: 그런 부분들이 물리적인 나이가 주는 미덕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학선: <뱃놀이 타령> 같은 노래가 아까 얘기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의 영향을 받은 노래인가?
이우성: 그렇다. 그 노래가 그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노래일 것이다.
김학선: 앨범이 컵 뮤직에서 나왔는데 코코어의 독립 레이블인 건가?
이우성: 그렇다. 4집을 끝으로 계약 관계가 다 정리가 되면서 굉장히 홀가분하고 자유로웠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다들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하자고 얘기를 했다. 기존 레이블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는 있지만 직접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레이블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고 멤버들도 흔쾌히 동의를 해줘서 컵 뮤직을 만들게 됐다. 부족한 점이 아직 많은데 멤버들 모두 불평하지 않고 몸과 마음으로 지지해주고 있어서 즐겁게 하고 있다. (※ 컵 뮤직의 공동 대표인 이우성과 이정은은 부부로 현재 싸지타를 함께 하고 있기도 하다.)
김학선: 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끼리 해보자고 얘기를 했다는 건 어찌 보면 기존 레이블에서 활동하면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우성: 우리가 그동안 앨범을 내면서 여러 레이블들과 함께 했었는데, 그분들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우리가 워낙 개인적인 면들이 강하다 보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쪽에서 원하는 걸 우리가 못하고, 우리가 원하는 걸 그쪽에서 못하고. 그런 부분들이 지속되면 불만들이 쌓이는 거다. 아마 그쪽에서도 우리가 무척 못마땅했을 거다.(웃음) 말 진짜 안 듣는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 부분들에서 에너지 소모가 있는 것 같아서 그럴 바엔 그냥 우리가 해보자 생각을 하게 된 거다.
김학선: 지금 앨범 들어가 있는 곳이 향뮤직이나 퍼플레코드 정도인 것 같은데 기존 유통사를 끼지 않고 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
이정은: 현재는 향뮤직이랑 퍼플레코드, 예스24에만 시디를 넣고 있다. 원래는 향과 퍼플에만 넣었었는데 보다 대중적인 곳에도 넣어줬으면 하고 바라는 분들이 계셔서 예스24에도 넣게 됐다. 예전에 유통사를 끼고도 해봤지만, 사실 그런 일반 사이트들에서 우리 음악을 찾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넣었다가 다시 반품 들어오는 것보다는 우리 음악을 원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 몇 군데만 넣는 게 나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현재로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우성: 이게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굉장히 편하다는 거고 명확하다는 거다. 우리는 우리 음악을 사는 사람들이 이제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을 한다. 지금 같은 방식을 취한다고 해서 그분들이 우리 음반을 사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김학선: 인터뷰 오기 전에 향이랑 퍼플 사이트에 들렀었는데 음반 판매가 1위더라.
김재권: 그런 효과도 있는 것 같다. 거기에서밖에는 판매하지 않으니까. 여러모로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이우성: 기존에 있는 환경이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될 때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지금이 만들어가는 과정인 건데, 일단은 차트 순위를 봐서는 성공적이라는 판단이 든다.(좌중 웃음) 다음 주에 앨범 판매 수익금의 첫 분배가 이루어질 거다.
김학선: 2집에서도 조짐이 보였고, 3집에서 멤버들 스타일이 확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이번 앨범에서 이우성 씨 스타일은 또 한 번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이우성: 나는 계속 변하는 것 같다. 나도 나 자신을 모르겠다.
김학선: 전에 3집 내고 했던 인터뷰에서는 올드 록 쪽으로 방향을 굳혔다고 얘기하기도 했었는데.
이우성: 그게 또 아닌가보다.(좌중 웃음) 계속해서 변하게 된다. 무언가에 한 번 꽂히면 몇 년을 좌지우지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서프 록 쪽에 꽂혀있는 상태다. 근데 또 바뀔 것 같아서 이제는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웃음)
김학선: 반면에 김재권 씨나 황명수 씨는 한결같다.(웃음)
김재권: 나도 요즘은 편한 음악이 좋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해도 편하고 미니멀한 게 좋고, 남미 음악이나 브라질 음악도 많이 좋아한다.
이우성: 멤버들이 모두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듣고 다양하게 듣는다. 멤버들이 모두 나에게 좋은 것만 골라서 던져주고 난 그것들을 받아서 듣는 편이다.(웃음) 그러다 보니까 서로 영향도 많이 주고받는다.
김학선: 그래서 그런가? 이번 앨범에서 이우성 씨가 만든 음악을 들으면 황명수 씨 느낌도 묻어난다.
이우성: 그런가? 영향을 많이 받긴 할 거다. 명수뿐만 아니라 재권이, 지완이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3집부터였던 것 같은데,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졌다기보다는 그때부터 각자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된 거라고 보는 게 정확할 거다. 우리는 밴드지만 그 안에서 개개인이 하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밀어주고자 한다. 음악적인 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데, 그런 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있는 밴드의 모습이다. 내가 코코어를 다시 하게 된 건 '오래된 게 좋은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과 함께 오래 같이 가고 있고, 서로 지켜봐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를 밴드를 쉬는 동안 깨닫게 됐다.
김학선: 지금까지 코코어 음악의 한 축을 이룬 게 이우성 씨가 만들어왔던 로큰롤 음악이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선 <Here Comes The Wave> 정도를 제외하면 그런 부분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우성: 나이가 먹어서 로큰롤이 잘 안 나온다.(웃음) 그래도 내 나름대로의 로큰롤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Here Comes The Wave>는 앞으로 그런 스타일의 곡은 쓰지 않을 것 같아서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 만든 곡이다. 싫어서가 아니고 이제 그런 스타일의 음악은 힘들어서 못하겠다.
김학선: 그게 물리적인 나이와도 관련이 있는 건가?
이우성: 관련이 있다. 진짜 힘들다.(웃음)
김학선: 라이브에서 많이 지르는 스타일 아닌가.
이우성: 이제는 힘들다. 진짜 힘들어서 요즘은 센 곡들을 연속으로 못한다.
김재권: 체력적인 것도 체력적인 거지만, 정신적으로 계속 이렇게 에너지를 쏟으며 삶을 산다면 금방 닳아버릴 것 같다. 그렇게 강력한 에너지를 냈던 사람들은 지금 보면 단명하거나 일찍 사라진 것 같다.
이우성: 그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사실 그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한다. 힘들다는 게 단순히 체력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Here Comes The Wave>는 좀 너바나(Nirvana) 스타일인데, 예전에 사람들이 우리 보고 너바나를 많이 따라한다고 했었는데 '그럼 진짜 너바나 스타일 보여주고 끝낼게'라는 생각으로 만든 거다. 녹음도 한 번에 끝냈다.
김학선: <유체이탈>에서 나레이션한 분이 김재권 씬가?
김재권: 그렇다. 우성이 형이 그 부분을 적어줬다.(웃음)
김학선: 웃기기 위한 의도로 한 건가?
이우성: 나는 나름 되게 진지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웃더라. 그걸 보면서 이게 되게 재미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김재권: <유체이탈> 같은 경우는 굉장히 위로가 되지 않나? 곡 스타일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위로하는 부분이 많다.
김학선: 처음 듣고서는 좀 헷갈렸다. 이게 웃기려고 한 건지, 진지하게 한 건지.
이우성: 아까도 얘기했던, 옛날 우리 소리들이 갖고 있는 정서에 그런 부분들이 많다. 고통을 희화화한다고 해야 하나. 해학의 정서가 있다. 그런 것들이 너무 좋아서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음악에 담긴 유머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명수가 많이 얘기하기도 했었다. 말씀해준 것처럼 사람들이 그렇게 느껴준다면 나로서는 굉장히 성공한 거다.
김재권: 근데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같은 음악들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나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음악이 그런 것 같다. 나도 옛날에는 블루스 음악을 못 들었는데, 이제야 조금 알아가고 있다. 그릇이 안 되면 받아들이기가 힘든 거다. 그런 면에서 그렇게 계속 한계를 깨나가는 것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중에 이 앨범을 갖고도 '아, 그때 멤버들이 얘기하려는 게 이거였구나'라고 알아주는 사람이 한두 명이라도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김학선: 문제의 <주기도문> 얘기를 하자면,(웃음) 황명수 씨가 예전 3집에서도 <축복> 같은 노래를 만들었었다. 황명수 씨가 평소에도 종교적인 것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는 편인가?
김재권: 아무래도 그런 편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우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되게 위트 있다고 생각했다.
정지완: 명수 형이 직접 한 얘기였는데, 그쪽을 까고 그러려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의 진솔한 기도를 한 거라고 했었다.
김학선: 황명수 씨가 개신교인인가?
정지완: 아니다. 신이 누가 되든 나름대로의 기도를 담은 노래였다고 한다. 기도를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는 법은 또 없지 않나.
이우성: 명수는 실제로 진지한 유신론자다. 나는 무신론자인데 나와 그 문제에 대해서 한참을 얘기하면서 나를 설득하려고 했었다.(웃음)

김학선: 이제 코코어 음악은 뭐라고 정의 내리기가 어려워졌다.
김재권: 지난번에 어떤 프로듀서 하시는 분이 지나가는 식으로 "정의가 안 되는 게 바로 밴드 음악이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전부터 록 음악이 갖는 형태적인 포맷이나 클리셰 같은 것들은 조금씩이라도 다 갖고 있지만, 이제 우리 음악은 그냥 코코어 음악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정지완: 형태적인 모습이나 장르로 나눠서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어떤 음악이 나오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보다는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음악을 하고자 한다. 그걸 어떤 형태로 보여줄 지는 우리도 모르는 거다.
김학선: 그럼 음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그런 요소가 강한 건가?
정지완: 그렇다. 다운되는 것보다는 좀 더 즐겁고 마음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음악을 한다.
김학선: 이우성 씨가 쓴 가사를 봐도 '즐겁게 살자'는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이우성: 아까도 얘기했지만, 내가 즐거워서 그런 가사를 쓰는 건 아니고 그런 것들을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는 거다. 우리 주변, 우리 환경, 우리 사회가 많이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그거를 문제제기하기 위해서 쓴 거다. 어떤 분들은 '놀자판'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받아들여줘도 좋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서 얻는 즐거움이 틀림없이 있는데, 그 즐거움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은 거다.
김학선: 예전에 반전(反戰)에 관한 메시지도 홈페이지에 올린 적이 있고, 또 얘기를 들어보니 조선일보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런 정치적인 부분들을 노래에 직접 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이우성: 우리는 전하고 싶은 정치적인 메시지는 다 전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여기에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험난하지 않나. 그런 경험들을 겪으면서 다 정치적인 판단들을 하고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면 다 충분히 말을 하고 다른 방식으로도 풀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재권: 어떤 잘못된 게 있을 때 그걸 언급하지 않고 다른 생뚱맞은 걸 언급한다고 해도 나름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얼핏 본 건데, 테레사 수녀 같은 경우는 반전 집회에 나가자고 할 때 거기에 안 가고 어린이를 돕는 모임에 나갔다고 한다. 우리를 '놀자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세상이 고단하다고 계속 고단하다고만 얘기할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지완: 우리 충분히 정치적이지 않나?(좌중 웃음) 그거를 너무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가사는 내가 쓰지 않았지만 많은 공감을 했다. 이런 거를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여주면 좋은 거고, "얘네는 왜 이렇게 놀자판이야?" 하면 할 수 없는 거다. 어떻게 받아들이든 좋다.
김학선: 김재권 씨는 전에 '내가 하는 음악이 밴드 음악으로 적합한 건가'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은 정리가 좀 된 상탠가?
김재권: 나는 코코어가 아니면 밴드 음악 못 할 것 같다. 나보다 밴드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멤버들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편안하다. 난 양념처럼 넣고 하는 게 재미있다. 창작자로서보다는 디제이 개념으로 뭔가를 조합하거나 잇거나 하는 게 나에겐 더 잘 맞고 끌린다. 개인적으로 좀 편해졌고, 이제는 대충 정리가 됐다. 이제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씩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김학선: 코코어에서도 양념 정도의 역할로 만족하는 건가?
김재권: 그 정도가 좋은 것 같다.
이우성: 근데 어떻게 보면 4명 다 마찬가지다. 다른 나머지 멤버들이 한 명의 음악에 맞춰서 음악을 한다기보다는 서로서로 양념이고 재료가 되는 거다. 그게 밴드 음악인 것 같다. 대부분 밴드들을 보면 주도적인 리더가 있어서 리드를 하고 음악적인 영향을 다른 멤버들에게 유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특이하다면 특이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우리들이 다른 밴드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내 세계관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랬으면 좋겠다. 밴드라는 것도 작은 사회이고 작은 조직인데, 우리는 서로 존중해주면서 우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학선: 그럼 밴드 활동과는 별개로 다들 개인 활동도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김재권: 조금씩 하고 있다. 정리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서 '해볼까?'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
이우성: 싸지타도 곧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갈 거다.
김재권: 지완 씨도 흑인 음악과 남미 음악 계열의 음악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멤버가 따로 있다.
정지완: 아직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예전에 같이 부나비란 팀에서 같이 활동했던 제희라는 친구와 함께 완전 흑인 음악은 아니고 바운스가 있는 음악을 하려고 하고 있다. 아직 멤버를 다 구하지 못해서 일단 작업실만 만들어놓고 녹음만 하고 있는 상태다.
이우성: 작업물이 상당히 많이 쌓여져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멤버들 가운데 스튜디오도 유일하게 갖고 있다.(웃음)
김학선: 황명수 씨도 생각을 좀 하고 있나?
이우성: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항상 생각하고 있다.
김학선: 아까 잠깐 얘기도 나왔지만 이우성 씨는 싸지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코코어의 음악과 확연히 구분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우성: 그렇다. 코코어와 싸지타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싸지타에서 할 거 코코어에서 하라고도 하는데 둘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면 이렇게 따로 하지 않았을 거다. 물론 음악이란 게 하다 보면 이리로 갈 수도 있고 저리로 갈 수도 있는 거라서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두 밴드의 모습은 다르다. 두 밴드 모두 즐겁게 하고 있는데, 한편으론 개인 솔로 활동도 해보고 싶고, 또 다른 밴드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되게 많다. 몸이 하나다 보니까 다 할 수는 없는 건데, 가능한 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싶다.
김학선: 다음 앨범쯤에선 정지완 씨의 곡을 만날 수도 있는 건가?
정지완: 마음은 있는데 아직까진 능력이 안 된다.(웃음) 그리고 속옷밴드 때도 그랬는데,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도 내 이름이 기록되진 않았지만 다 나의 곡이라고 생각을 한다. 잘 되든 안 되든 다른 사람이 했으면 지금과는 다른 음악이 나왔을 것이다. 나 때문에 더 구려졌을 수도 있는 거고, 더 좋아졌을 수도 있는 거다.
김재권: 스튜디오가 되게 자유로운 곳이어서 녹음 작업을 하면서도 서로서로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편곡 부분에 있어서도 지완 씨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곡의 틀의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눈 후에 녹음은 원-테이크로 많이 갔다.
정지완: 형들이 가져온 데모들 가운데서 이미 틀이 잡혀져 온 곡들도 있었는데 그런 건 그렇게 수가 많지는 않았고,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한두 번 들어보고 합주를 했기 때문에 어디로 튈 지는 다들 아무도 몰랐다. 아까 우성이 형이 "개개인이 하고자 하는 걸 권장한다"고 했는데 그 얘기가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웃음) 나는 뭔가를 치밀하게 미리 짜놓고 연주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그냥 순간적으로 뭔가 생각이 나면 그걸 그대로 한 번 해보는 스타일이다. 코코어에 들어와서도 그런 경우가 있을 때마다 의견을 제시하면 그대로 해보자고 수용을 해준다. 난 무조건 그대로 하자는 게 아니라 이런 건 어떨까 하는 정도의 의견을 말한 건데도 흔쾌히 받아들여주니까 이게 아닐 수도 있는데 하면서 오히려 더 겁날 때가 있다. 그런 과정들이 앨범 안에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다.
이우성: 사실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연주를 그냥 막 해서 녹음했다는 거다.(좌중 웃음) 사실이 그렇다. 그렇게 녹음을 할 때 가장 많이 리드했던 게 지완이다. 우리는 멤버 한 명이 곡의 아이디어 정도, 곡의 리프 정도만을 가져오면 그 위에 노래와 가사를 얹는 방식으로 작업을 많이 한다. 사실 작사·작곡이 1/3을 차지한다면 나머지 2/3는 넷이서 같이 그 자리에서 자기 느낌대로 연주한 거다. 내가 밴드를 하면서 가장 꿈꿨던 밴드의 모습이 그런 거였다. 이번에 그렇게 할 수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결과물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다.
김재권: 또 녹음 환경이 편해서 마음대로 쉬었다 할 수도 있고, 맥주 한 잔 마실 수도 있고, 편하게 녹음했다. 그런 게 대형 스튜디오에선 할 수 없는 소규모 스튜디오만의 매력일 것이다.
정지완: 그래서 곡이 되게 많이 나왔다.
이우성: 많이 들어냈지.(웃음)
김재권: 그래서 산으로 가고.(좌중 웃음)
김학선: 그럼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랑 확 바뀐 곡들도 꽤 있을 것 같다.
이우성: 그렇다. 그냥 잼을 했는데 완성된 곡도 많고, 너무 긴 곡들도 꽤 있었는데 그런 건 합주를 하면서 잘라냈다. 연주를 시작하면 30분은 다 넘었던 것 같다.(웃음)
정지완: 스튜디오 운영하시는 분이 많이 양해를 해주셔서 녹음실을 여유롭게 쓸 수 있었고, 일요일 같은 경우는 그냥 통째로 썼다. A란 곡을 녹음하려고 세팅하다가 갑자기 30분짜리 잼을 해버리고 하는 식이었다. 작업이 좀 이상했다.(웃음) 그래서 오래 걸린 것 같다.
김학선: 3집 나오고 나서는 앞으로 녹음까지도 다 코코어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을 할 줄 알았다.
이우성: 녹음까지 직접 하면 에너지 소비가 너무 심하다. 연주에 치중하고 싶었다. 이번에 톤 스튜디오에서 믹싱을 했는데 너무 잘 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자신의 색깔을 내면서 믹싱을 해주니까 그게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됐다.
김학선: 3집 녹음할 때 재미를 많이 붙이지 않았었나?
이우성: 그때는 한창 재밌을 때였다. 정말 재미있어서 우리가 다할 거라고 얘기했었다.(웃음)
김재권: 이번 앨범을 하면서는 음악 외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에 집중하고, 녹음은 우리보다 더 잘 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김학선: 녹음을 '801 스튜디오'에서 했던데 이게 기존에 있던 스튜디오인가?
이우성: 새로 생긴 스튜디오이다. 큰 곳은 아니고 개인 스튜디오에 가까운 곳이다.
김학선: 믹싱을 김대성 씨가 했다. 김대성 씨와는 예전부터 함께 작업을 했는데 잘 맞는 편인가?
이우성: 1집 때부터 함께 했는데, 그때는 대성 씨가 보조 엔지니어였고 2집 때부터 본격적으로 같이 했다. 정말로 뛰어난 엔지니어다. 감각도 굉장히 좋고, 우리랑 작업 안 한 몇 년 동안 실력이 더 좋아졌다. 한 번에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좋다. 우리 음악을 들려주니까 바로 이해를 하셨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하고 싶다.
김학선: 2집 때는 신윤철 씨가 프로듀서를 해주기도 했다.
이우성: 매체에는 그렇게 홍보를 했는데 사실 3곡만 윤철이 형이 해주셨다. 처음에는 앨범 전체를 부탁을 드렸었는데 너무 바쁘셔서 3곡만 해주셨다.
김학선: 그걸 제외하면 멤버들이 다 자체적으로 프로듀싱을 담당했는데, 신윤철 씨와 작업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나?
이우성: 그때는 우리가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윤철이 형과 짧은 시간 동안 작업한 거지만 그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 이외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항상 해왔기 때문에 전문 프로듀서와 작업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정지완: 영화로 치면 프로듀서가 감독 아닌가. 뮤지션은 배우인데 배우들이 직접 감독하기보다는 전문 감독이 해줄 때 우리들이 못 보는 걸 봐줄 수 있고 판단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다를 것이다.
김학선: 가사에 보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뉘앙스의 얘기들이 종종 나오는데 현실을 반영한 건가?
이우성: 계속 먹고 살기 힘들다.(웃음) 멤버들이 다 음악 외에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데 일단 노동 시간이 다들 다 긴 걸로 알고 있다.
김학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선 걸 봤는데 무척 즐거워 보였다. 무대에 서는 게 즐거운가?
이우성: 즐겁다. 최고다. 그런데 그날은 기분이 한참 올라가다가 장비에 이상이 생겨가지고 급다운됐다.(웃음) 무대에 서면 그런 사고가 자주 생기는데, 다른 일들에 시간을 많이 뺐기니까 항상 기름을 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시간을 쏟지 못하니까 항상 그런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무대에 서는 건 항상 즐겁다.
김학선: 그런 즐거움 때문에 음악을 포기 못하는 건가?
정지완: 나 같은 경우는 홍대 앞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꾸준하게 연주하고 무대에 서왔다. 무대가 크든 작든, 관객이 많든 1명이든 계속 연주를 해왔는데, 공연을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기분이 다운된다. 공연을 안 하면 몸이 아프다. 그런 걸 해소하기 위해서 무대에 계속 오르다 보니까 이제는 이게 일종의 중독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연주를 하다 보면 뭔가 해소되는 게 있다.
김재권: 마치 '한풀이' 같다.(좌중 웃음)
김학선: 김재권 씨도 비슷한가?
김재권: 난 그런 건 없다.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는 게 아주 막 재미있는지 않다.(웃음) 공연장 소리가 맘에 안 들어서일 수도 있다. 합주할 때 소리가 더 좋으니까 오히려 그때가 더 기분이 좋고,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는 열악한 시스템이나 그런 문제들 때문에 흥이 안 날 때가 많다.
김학선: 코코어가 홍대 1세대 밴드로 분류되는데, 크라잉 넛(Crying Nut)이라든가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 언니네 이발관처럼 코코어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했던 밴드들은 이제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코코어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사람들에게 잊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게 밴드가 의도한 측면도 있는 건가?
이우성: 글쎄, 이상하게 우리들은 매체에서 그리 다뤄주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좌중 웃음) 우리들이 거부하거나 한 적은 없다. 그런데 큰 페스티벌이나 유명한 매체들에서는 우리에게 접근을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우리가 기획사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까 현재까지 온 것 같다.
김학선: 왜 그런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
이우성: 글쎄, 잘 모르겠다. 왜 그런 것 같나?
김학선: 그럼 밴드 멤버들의 정서가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나?
이우성: 나 스스로 내 정서가 일반 대중들과는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울리지 못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안에도 여러 가지 음악들이 있다. 하지만 TV에서 인디 밴드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에서도 연락 한 번 오지 않는다. 그런 곳에 나가지 않다 보니까 점점 더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런 매스컴의 힘이 가장 큰 이유인데, 나에게 왜 그런 것 같냐고 물어보면 난 또 되물어볼 수밖에 없다.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밴드들을 어떻게 선택하고 어떤 목적으로 다루는지, 우리는 왜 거기에서 항상 누락이 되는지 궁금하다. 매체에서 밴드를 접근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거나, 시도조차 안 해본 우리에게 잘못이 있거나, 뭔가 막힌 게 있다는 게 느껴지기는 한다.
김학선: 2집이나 3집 같은 훌륭한 앨범을 발표했음에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해서 지친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좀 든다.
이우성: 사실 지친 것도 있다. 음악을 하면 그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바라는 건 당연한 건데 너무 반응이 없으니까 지치는 면이 있다. 그래도 그런 걸 다 겪으면서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거니까 이제는 그런 것들에 특별히 좌절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다.
김학선: 먼 훗날에 코코어가 사람들에게 어떤 밴드로 기억됐으면 좋겠나?
정지완: 내가 김두수 씨를 잘 몰랐다. 김두수 씨도 그렇고 배호 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분들 음악처럼,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어느 순간 음악이 흘러나오면 '저런 좋은 음악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음악들이 있다. 코코어도 그렇게 음반으로도 남아있고, 동시대에 살면서 우리 공연을 봤던 사람들에게 순간적으로라도 기억에 남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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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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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유 2009/10/28 22:30 | M/D | Reply
코코어는 인터뷰만 했다하면 오년전이나 지금이나
당신들은 왜 인기가 없는가 이런 질문을 반드시
받는것 같아요..
정말 그게 세상 탓 뿐인걸까요? ...-
echo 2009/11/03 15:52 | M/D
우리 모두의 탓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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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기 2009/11/11 23:04 | M/D | Reply
작년 사운드데이 때, 코코어 공연을 보려고 홍대에 갔는데,
정말로 딱 코코어 볼려고 간건데, 사람 진짜 없더라.
그래서 되려 더욱 신나게 놀았지.
그런데, 이우성씨는 인터뷰 하는 것 보면 되게 달변이신 것 같은데, 공연 때 멘트는 뭐랄까 부끄러워서 그러신가? 재미가 없어요-_-;;;;;;
어쨌든 저쨌든, 허클베리핀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밴드인데, 인기가 없다니...전혀 몰랐습니다. 저 위에 쓴 사운드 데이때는, 클럽데이랑 사운드데이랑 합쳐져다 다들 댄스클럽 가있어서 사람이 없는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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