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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신스(The Shins)를 한 장씩 손에 쥐셨습니까. 본 편을 넘어 보너스트랙 <Nothing At All>로 직행해봅니다. 언제나처럼 60년대 햇살 쨍한 멜로디를 기본으로 당장 머리에 꽃 꽂고 풀밭으로 달려 나갈 듯한 사운드의 팝송이 입으로는 염불을 외우고 있지요. 인생은 색즉시공공즉시색이요 우리 깨달음을 얻어 고뇌를 끊어보세… 어쩌구저쩌구 블라블라.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이 아니라 "큰스님 금강경 강의 버스 달려줄 대인배횽 없나연???"을 보고 황당해하는 우리에게 신스의 송라이터 제임스 머서(James Russell Mercer)는 변명합니다. "60년대 살다 온 적도 없건만 왜 이런다지, 어찌되었든 이게 다 나 때문이다." 그래,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 이게 다 신 머서 너 때문이다.

서브 팝의 산업역군, 팝송 전문점 신가네

플레익스(Flakes)로 음악 신에 등장할 적 제임스 머서는 인디 '팝'이 아니라 인디 '록'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팝송에의 끓는 피를 감추지 못하고 결국 곁다리 밴드로 신스를 시작했습니다. 기타 대신 키보드로- 록 대신 팝으로 무게이동 중이던 당시 머서의 음악적인 욕구는 점점 커져 밴드 내부 나름의 사정으로 플레익스를 접어야 했을 때 다른 록 밴드를 시작하지 않고 사이드였던 신스를 메인으로 끌어 올립니다. 잠시 잠깐의 무명시절은 1999년 모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가 신스에게 우리 같이 투어 하지 않으련가? 라고 러브 콜하며 끝납니다. 그 투어 중 샌프란시스코 공연에서 어디 괜찮은 밴드 없나, 하고 시애틀을 떠나 원정 암행 중이던 서브 팝 사장님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후 서브파퍼로 합류하거든요.

(인디 팝과 인디 록이란 단어를 가만히 쳐다봅니다. 우리 '팝'이가 아무 잘못도 없이 괜히 가볍고 오래 못 가고 생각 없이 만들고- 라는 혐의 아래 밀리는 듯한 이 느낌!) 팝을 팝이라 부르지 못하던 시절, 90년대의 히트상품 그런지를 발발시킨 서브 팝에서 "랄라라라 랄라라 랄라라라라라-" 라는 메인 팝을 내놓을 거라 예측 못 했던 시절, 신스는 바로 그런 시기에 서브파퍼로 합류했습니다. 인터뷰마다 "어쩌다 서프파퍼가 되었나요?"에 답해야 했던 그 때. 당시 입사 3년 차였던 홍보 담당자가 "제가 입사한 이래 롤링 스톤(Rolling Stone)에서 우리 레이블 앨범을 리뷰한 건 신스가 처음이에요"라 소회하는 2001년. 누가 7년 후 월드 와이드 백만 장 삼형제로 서브 팝 매출 1위를 기록한 주인공이 신스라는 걸 예측했겠습니까. 서브 팝의 건실한 산업역군, 신가네 사람들. (심슨즈는 심슨 가족이듯 신스는 신씨 가족입니다. 머서의 아버지가 좋아하던 뮤지컬에 등장하는 신씨 가족에서 밴드 명을 따왔다더군요.)

팝을 팝이라 부르지 못하던 시절에 합류하여 음악 면에서는 비치우드 스팍스(Beachwood Sparks)- 상업적인 영향력 면에서는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와 함께 '팝을 팝이라 부르는 서브 팝'이란 이미지 쇄신에 1등 공신이 된 신스는 말 그대로 팝송 전문점입니다. 60년대 비치 보이스와 버즈를 어버이 삼아 멜로디의 근간을 이루고 80년대 쟁글 팝과 뉴 웨이브를 사형으로 모셔 사운드를 조직했습니다. 가사는 현재 인디 신의 주류 감성인 '<파란 나라를 보았니 / 꿈과 사랑이 가득한 / 파란 나라를> 보았지만 그 나라는 딴 나라'를 기본으로 하지요. 멜로디, 사운드, 가사란 삼두마차를 적절히 배합해 복고적이면서도 '어쩐지 우리 편이야' 싶은 팝송을 전문으로 내놓습니다. 메뉴 중에서도 주력상품은 3분 팝송. 아무나 해도 요리가 되는 3분 카레와 달리 아무나 덤빈다고 써지지 않는 팝송의 스탠다드, 3분 팝송. 감질 나는 2분/늘어지는 4분을 경계하는 이 아리따운 3분의 미학.

멀리서 보면 코미디요, 가까이서 보면 슬픈 짐승이 사는 아수라장인 우리 인생을 옮겨 온 듯 멀리서 들으면 화사하니 발랄하고 가까이서 들으면 "(사는 게) 아프냐- 나도 아프다" 위로하는 신스를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리스너에겐 각각 미친 듯이 좋아 죽는 밴드가 있기 마련이고 신스는 그런 밴드는 아니지만 반대로 신스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라는 질문에는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지요. 2001년 데뷔작 [Oh, Inverted World], 2003년 [Chutes Too Narrow], 그리고 2007년 바로 이 앨범 [Wincing The Night Away]은 서브 팝 집계 각각 세계 판매 100만 장을 돌파하는 그야말로 인디 신에선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Garden State] 같은 영화와 [Weeds] 같은 미드를 (그리고 스펀지밥을) 물고,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되며 비-인디지역에 자신을 알릴 기회를 종종 가졌던 신스지만 놀라운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라는 질문에 "글쎄, 그런 사람도 있나?"라는 답을 얻어내는 밴드기 때문 아닐까요.

그나저나 이런 산업역군을 서브 팝이 영입할 수 있었던 속사정은 뭘 까요. 제임스 머서는 솔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네, 당시에는 우리한테 관심을 가진 레이블이 서브 팝 밖에 없었거든요." 인디 신의 블록버스터인 자신들의 판매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요. 다시금 제임스 머서의 말을 들어봅니다. "이런 성공은 영 의심스러워. 공정위원회에다 신고라도 해야 할 판이야."(<Spilt Needles>)

영업정지 4년, 신장개업 1년 만에 나온 [Wincing The Night Away]

지금 여러분이 손에 든 [Wincing The Night Away]은 [Chutes Too Narrow] 이후 4년 만에 나온 신스의 세 번째 앨범입니다. 공연도 했고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도 하고 완전한 휴지기는 아니었지만 멤버 각자의 사정으로 예기치 않게 영업정지가 길어진 경우입니다. 하지만 그건 신스 자기들 사정이고 앨범이 세상에 나오질 않았으니 듣는 입장에선 그냥 4년 입니다. (사정 봐주면 안 됩니다. 봐주니까 5년이고 10년이고 앨범을 안 내놓죠. 9년 만에 나타난 포티세드(Portishead) 보십시오. 다음엔 나 정말 5년만 기다릴 거에요, 포티세드.) 신스는 4년 중 마지막 1년을 꼬박 [Wincing The Night Away]을 작업하는데 들입니다.

[Wincing The Night Away]는 듣자마자 "어쩌자고 4년 동안…"이란 불만이 쏙 들어갈 만큼 열심히 만들었단 게 눈에 보이는 앨범입니다. 여기서 '열심히' 란 단어는 '고민 많이 해서'지요.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니 끝없이 정진하라는 부처님 말마따나 신스 표 팝송 역시 계속해서 살아남으려면 변이를 통한 진화가 있어야 합니다. 변화에 대한 고민, 멜로디와 사운드와 가사까지 총체적으로 점검한 '신스의 팝송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나'가 [Wincing The Night Away]의 화두일 겁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함께 가장 뜬금없는 질문인 "(삐리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두 명의 프로듀서 지원군이 작업에 함께 합니다. 벡(Beck),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외 기타 등등 숱한 수작을 매만진 프로듀서 조 치카렐리(Joe Chiccarelli)와 전설적인 프로듀서 잭 앤디노에게 사사하고 빌트 투 스필(Built To Spill), 모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외 기타 등등 역시 숱한 인디 신 수작을 매만진 프로듀서 필 익(Phil Ek)입니다.

결과는? 이거 어쩔 거야. 인정해야 돼. [Wincing The Night Away] 같은 작품만 나온다면 4년을 또 쉰다 해도 말리지 않겠어요. 마구 쉬어 팍팍 쉬어. 주력 상품이었던 3분 팝송에서 33%나 덩치를 늘리고도 완벽한 프로포션을 자랑하는 신스 표 팝송의 새 물결, 4분 팝송 3형제 <Australia>, <Phantom Limb>, <Turn On Me>의 아름다움이라니요. 진화한 신스의 멜로디, 프로듀서가 각자 할 일은 제대로 한 사운드, 모르고 들어도 좋지만 알고 들으면 금상첨화인 깜놀가사, 그리고 멜로디-가사-사운드가 호응하며 극대화되는 곡의 정서, 그 쩍쩍 붙는 호흡까지. '신가네, 진정 이 시대 팝송의 명가!'임이 증명되지요.

건전한 보수세력 <Australia>, <Phantom Limb>, <Turn On Me> 옆에는 온건한 개혁 세력인 <Sea Legs>, <Spilt Needles>, <Sleeping Lessons>의 3S가 있어 [Wincing The Night Away]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조 치카렐리가 "나 예전에 벡하고 일했다니까"라고 항변하는 듯한 <Sea Legs> (전 사실 걸죽하니 느끼하니-한 보컬과 가사 덕택에 스미스와 모리씨를 먼저 떠올렸어요), 신스 표 블랙뮤직 <Spilt Needles>, [Wincing The Night Away]에 불면증 앨범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를 들려주는 <Sleeping Lessons>의 뿌연 안개 속 싸이키델리아까지, 이 3S는 신스 표준 멜로디 없이도 아름다운 신스 송의 새로운 가능성을 들려줍니다. 어딘지 신스스럽지가 아니하다 싶은 사운드 변화가 곳곳에 있지만 이들이 완전 브랜드-뉴한 사운드는 아닙니다. 신스에겐 60년대 멜로디만큼이나 80년대 뉴웨이브, 쟁글 팝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었고 초빙한 외부 프로듀서 두 명은 이미 가진 단서를 증폭시켰지요.

1년의 고민 끝에 신스는 [Wincing The Night Away]에 세 가지 답을 내놓습니다. 신스팝(Shins Pop)의 진화형. 신스팝 아니어도 신스송은 가능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는 멜로디와 사운드, 그리고 가사가 한 몸으로 엮일 때 드디어 펼쳐지는 소우주로서의 [Wincing The Night Away]. 그렇습니다. 신스를 이끄는 삼두마차 중 가장 무시당해 온 가사. 이제야 발견한 이 깜놀가사.

작사가 제임스 머서, 그간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반은 삶에 대한 추상적인 이야기요, 반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다는 제임스 머서의 가사는 신스 팝(not synthpop- The Shins Pop)의 품격을 높여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유니크하고 입체적인 성질머리를 가진 캐릭터는 흥미롭지요. 화자를 하나로 두지 않고 시점을 자유로이 이동하며 가사 한 편을 여러 시각으로 보게 합니다. 성경과 불경, 또 인류 최초의 철학책인 신화를 대거 영입한 줄거리는 풍성한 상징과 은유로 다시 쓰여져 고대가 아닌 '모던 라이프를 사는 모던 피플'을 향한 한 편의 시가 됩니다. 게다가 가사의 의미가 그 곡 하나로 끝나지 않고 다른 곡과 만나 의미를 갱신하고 확장하는 순간은 놀랍고도 탁월합니다. 지상에서 하늘까지, 고대에서 현대까지, 불경강독에서 과학실험까지 넘나드는 가사는 때로는 '100분 토론' 버전으로, 때로는 하이킥을 날리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Wincing The Night Away]가 한 곡만 헤집어선 감질 나는 훌륭한 가사의 굴비줄이지만 지면 관계 상 <넘버 3> 조필이 하시었던 말씀 따라봅니다. "난, 한 놈만 패."

<Red Rabbit>으로 가사 한 피스 놓아봅니다. 한 너댓 살 먹은 사촌동생이 창밖을 보다 뭔가 물어봅니다. 질문도 우리 보기엔 말이 안 되지만 일단 질문이 하나면 다행이죠. 왜- 왜- 왜- 왜- 왜- 왜- 왜-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처럼 이어집니다. 항아리를 막아줄 두꺼비로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요정의 세계도 있단다"란 궁색한 변명을 해보지만 왜-의 촛불은 꺼질 줄 모르죠. 속으로 외쳐봅니다. '크면 안다. 모를 때가 속 편하다. 짜식아.' 이럴 때면 다만 무시 모드로 돌입하는 게 상책입니다. 귀찮은 건 귀찮은 건데 왜 화까지 나는 걸 까요. 우리도 모르는 답이 많고 언젠가 우리가 가진 답은 바닥 날 뿐 아니라 하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답도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크면 안다 했지만 사실 커도 아는 게 없었던 거지요. 이런 무서운 진실과 우리를 소개팅 시켜주니 한 주먹도 안 되는 녀석을 어쩌지는 못 하고 속으로 부글부글 끓지요.

<Red Rabbit>는 궁금한 아이와 답하는 어른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그 안에 숨은 매커니즘을 보여줍니다. '저걸 패지도 못하는' 어른은 답하면 답할수록 자기가 알고 있는 세상이 무너짐을 느끼고 아이가 살고 있는 순수의 세계를 질투합니다. 또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피 흘리고 죽은 토끼라는 세상의 어둠과 비밀을 처음 목격하고 충격에 빠집니다. 토끼가 부활하리라는 순진한 세계는 토끼가 솥에서 고아지는 현실 세계 앞에 참패하고 울다 지친 아이는 물가(지혜)를 쏘아봅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모를 때가 좋았던 시절이 생기고 마지막 가사처럼 위키와 지식검색이 접수한 세상에도 아직 요정들이 설명해 줄 영역이 남아있는 거지요.

하지만 <Red Rabbit>를 반전이나 테러 같은 현재 이슈로 보면 어떨까요. 노래는 지상과 지구의 핵(지옥) 경계에서 그러지 말라고 비는 사람을 결국 뜨거운 핵에 던져 버린 결정권자에게 묻습니다. 너는 그 곳에 가본 적이 있느냐. 앞으로는 가볼 거냐. 유령이 도사린 복도를 걷는 사람은 다시 묻습니다. "도대체 누가 사람들을 폭포로 노 저어 가게 하여" 물 밑으로 밀어 넣었는지를요. 이 때, 제임스 머서는 장동건 되어 말합니다. "부시야, 니가 가라 이라크."

<Red Rabbit> 속 질문에 지혜가 바닥나는 어른은 <Sleeping Lessons> 속 젊은이에게 죽음을 당하는 늙은 보초병과 겹칩니다. 이 때 우리는 '성장을 위한 파괴'였던 <Sleeping Lessons>를 늙은 보초병의 시각으로 다시 봅니다. 아이의 질문에 답하며 세상을 가르치고 기른 어른은 그 아이가 다 자라 자기 두 발로 서야 할 때가 오면 아이의 손에 죽게 됩니다. 내면의 성장은 이렇게 세대 간의 교체로 확장되고 여기에 <A Comet Appears>까지 겹쳐놓으면 아침엔 다리 넷, 낮엔 다리 둘, 밤엔 다리 셋인 인간을 스핑크스보다 세세히 보여줍니다. 성장을 위한 죽음과 죽임은 '내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그가 죽어야 했듯 그가 죽기 위해 내가 필요했다'로 진화합니다. 한 인간에 대한 심리 묘사는 사람과 사람, 그 관계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며 다시 세대와 세대, 세상과 세상, 과거와 현재에 대한 통찰로 진화합니다. 이거 어쩔 거야. 이 가사를 정말 어쩔 거야.

왜 우리는 이런 제임스 머서표 가사를 이제야 발견했을 까요. 나만 몰랐나요. 아는 사람은 다 알았나요. 그럼 치사하게 왜 자기들끼리만 알았을까요.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이런 건 퍼트려줘야 하는 아닙니까. '작사가' 제임스 머서 선생, 몰라 뵈어 죄송하고요. 그런데 선생의 팝송이 엔간히 좋아야죠. 뭐 딴 데로 한 눈 팔 기회라도 있었나요. 멜로디만 들어도 헬렐레- 사운드에 헤벌쭉.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 이게 다 신 머서 너 때문이다.

불면증 우주, 우리 사는 세상을 그린 환상 모형 [Wincing The Night Away]

<Phantom Limb>는 깡촌 시골에서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에게 은근한 거부를 당하는 두 레즈비언 소녀의 성장기입니다. 학교 가는 평일에서 교회 가는 휴일까지 1주일 내내 눈총과 무시를 당하는 두 소녀는 유령처럼 한 마리 날벌레처럼 보이지도 않고 하찮은 존재로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섬 같은 삶을 살지요. 하지만 애잔한 멜로디, 선두에 선 보컬 외 나머지 악기가 모두 한 발 뒤로 물러서 마치 뿌연 안개처럼 들리는 사운드에 실린 후렴구 허밍. "우우우우우 - 우우우우-" 마치 아무도 듣지 않는 라디오 주파수처럼 머서의 허밍이 허공에 뿌려질 때 그 어떤 가사보다 확실하게 먼 곳에 있는 레즈비언 소녀가 아니라 사람들 속에 살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듣지 않는, 소통할 곳 없이 역시 섬 같은 삶을 사는 우리 모두에 대한 노래임을 알게 되지요.

비단 <Phantom Limb> 뿐 아니라 11곡이 멜로디, 사운드, 가사가 호응할 때 겉으로 들리고 보이는 이야기와는 다른 또 다른 세상의 비밀을 토해놓습니다. 감히 그들 하나하나가 완결된 소우주라 말해 봅니다. [Wincing The Night Away]은 분명 콘셉트 앨범이 아닙니다. 노골적으로 싱글들이 하나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싱글 모음집도 아닙니다. 보이진 않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는 만류인력이 작용하는 일종의 작은 태양계입니다. 각자 궤도를 도는 싱글 하나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세상이 품은 비밀 하나를 알려 줍니다. 또 주기의 장난으로 월식과 일식을 가끔 일으키고 일렬로 서며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들이 모여야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통찰을 만납니다. 필연과 우연이 교차하며 흘러가고, 별의 별 인간 군상이 만나고 헤어지며, 지루한 일상과 폭발하는 희열이 공존하고,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이 감추어 놓은 비밀 하나가 또 터지는 곳. [Wincing The Night Away]은 세밀한 관찰, 은유와 통찰로 우리 사는 세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업 당시 머서가 불면증 걸렸던 탓에 처음 붙은 별명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면증 앨범이란 꽤나 그럴싸합니다. 꿈/현실이 교차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재빠르게 옮겨가는 장면과 꿈꾸는 듯 희미한 안개에 쌓인 싸이키델리아는 마치 불면증에 걸려 바라보는 세상 같지요. 불면증 걸린 소우주 [Wincing The Night Away]는 존중받아 마땅한 퀄리티와 스타일을 가졌으면서 신스가 언제나 그랬듯 삼디다스 쓰레빠에 츄리닝 바람으로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부담 없이 편안한 팝 앨범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다정하고 따뜻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난 평생 겁먹은 채 살아왔어. 준비가 안 됐을까,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건 아닐까, 내가 돼야 하는 사람이 못 됐을까 내내 겁내며 살아왔어.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넌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야. 그걸 아깝게 만들지는 마."

불면증에 걸려 슬픔과 어둠을 횡설수설하지만 사실 그 속내에 담긴 '너 자신으로 사는 삶, 그 환희를 두려워 마라'는 메시지. 사실 이 메시지는 이번 앨범만 아니라 플레익스 시절부터 시작해 3장의 신스 앨범을 관통합니다. 10여 년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그래서 어쩌면 제임스 머서 자신이 평생 품을 만큼 간절한 화두일지도 모릅니다.

본문에 넣기엔 인간이 쪼잔해 보일까 저어 되는 잡담

오렌지를 오렌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륀지 타령이니 신스를 신스라 부르지 못하고 쉬인스라 불러야 하나효. 단박에 신가네가 쉰가네로 둔갑. 팝송명가 쉰~가네 라니. 쉰내나요. 나, 쉰가네는 반댈세.

쉰가네든 신가네는 제임스 머서를 제외한 다른 신가네 사람들을 소개하지 않았군요. 마틴 크랜달(Martin Crandall/b), 데이브 허난데즈(Dave Hernandez/g, b), 제시 샌도발(Jesse Sandoval/d), 그리고 프루츠 팻츠(Fruit Bats)에서 건너 온 에릭 존슨(Eric Johnson).

[Wincing The Night Away]를 들으며 미드 'Six Feet Under'가 마구 겹쳐져 좀 놀랐습니다. 티내기 위해 해설지에서 대사도 인용! 특히 <Australia>와  <Phantom Limb>는 백조로 피어난 못난 아기 오리 클레어 피셔와 싱크로율 대략 97%. 필연이라 우기고 싶은 이런 우연은 도대체가! 역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고 명가끼리는 통한다?

세상에 마약떡볶이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Turn On Me>의 "Fond Of Y.O.U"는 은근히 중독되는 진정 마약구절.

무대에 선 신스를 보노라면 호빗 오형제 같아 '꼬질꼬질한 조끼를 입혀서 간달프 옆에다 합성하고 싶어라' 했는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니더군요. <Australia> 뮤직비디오를 보면 명백하게 신스는 자기들이 귀엽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런 여시 같은 횽아들. (최훈교/보다)


2008/08/01 07:00 2008/08/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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