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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페스티벌은 따로 치러졌다. 지난해까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음악 마니아들의 여름을 책임졌던 여름의 대중음악페스티벌은 이제 지산과 펜타포트로 양분되었다. 올해 초부터 떠돌던 소문은 끝내 사실이 되었고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코 번복되지 않았다. 오직 인천으로만 달려가면 되었던 지난 3년간의 여름과는 달리 올 여름엔 지산과 펜타포트를 양자택일해야 하는 괴로운 숙제가 던져졌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다시 펜타포트로 향했고 또 누군가는 낯선 지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 기록은 지산과 펜타포트를 모두 오고 간 한 음악 마니아의 후일담이다. 사진은 일부 권준경 씨의 작품이고 일부는 주최 측의 공식 촬영 사진이며 또 일부는 직접 찍은 것이다.

사실 지난 3년 동안 한국대중음악시장에서 음악페스티벌의 수와 규모는 급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 팀만으로 꾸려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 거의 유일한 대중음악 페스티벌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넘어가며 지자체와 음악전문가들이 결합된 페스티벌들이 속속 등장하며 음악 페스티벌의 시대를 예고했다. 광명과 자라섬 등에서 열린 대중음악 페스티벌들은 명확한 콘셉트와 꼼꼼한 기획을 통해 진일보한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모델을 보여주었으나 해당 지자체의 정치적 변화에 따라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기도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다수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키며 체력을 다지고 시장을 확인한 몇몇 기획사들이 1999년 트라이포트의 악몽을 깨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성사시키며 본격적인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해외 스타들의 공연을 연달아 볼 수 있다는 매력은 페스티벌이 계속되면서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는 문화로 발전해갔고 이처럼 적극적인 음악팬들의 호응은 특화된 콘셉트를 가진 다른 대중음악페스티벌의 탄생과 내한공연의 반복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한국대중음악 페스티벌의 발전에 가장 상징적인 역할을 했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분화된다는 소식, 게다가 두 페스티벌이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음악 팬들의 혼란을 반영하듯 페스티벌 전 두 페스티벌의 티켓 판매량은 모두 실망스러운 수준이었고 그래서 "한국은 안 돼." 식의 자조스러운 반응이 떠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페스티벌이 시작되었을 때 음악 팬들은 결코 등을 돌리지 않았고 어딘가로 향해 기꺼이 달려가 거대한 파도의 일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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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두 페스티벌의 대결 아닌 대결은 외견상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산의 승리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첫 날 스타세일러(Starsailor)와 위저(Weezer), 셋째 날 패티 스미스(Patti Smith)와 오아시스(Oasis)를 배치한 지산에는 펜타포트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호평이 쏟아졌다. 이것은 한국의 대중음악페스티벌이 여전히 해외에서 누가 오는지에 따라 흥행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였다. 지난 3년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주요한 동력이 플라시보(Placebo)와 뮤즈(Muse), 트레비스(Travis)같은 해외 헤드라이너였던 것을 부인할 수 없듯 이번에도 저 넷의 스타 해외뮤지션이 오직 데프톤즈(Deftons) 하나만으로 맞섰던 펜타포트를 눌러버린 것이다.

그러나 지산의 상대적인 대중적 호응은 단지 해외 라인업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펜타포트에서 열렸던 페스티벌이 장소의 열악함과 불편함을 병행했던 데 반해 올해 지산은 찾아오는 길이 다소 낯설고 불편했으며 알려진 교통편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던 단점은 있었지만 자연 속의 페스티벌라는 모토를 유감없이 실현해냈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기존 지산 리조트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공연이 열렸던 메인스테이지 무대와 객석, 그리고 뒤쪽의 휴식공간까지가 모두 편안한 잔디밭이었던 지산은 그 자체로 만족감을 주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위해서는 어떠한 불편도 감당할 수 있는 음악 팬들이지만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서 안락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초행의 지산을 단번에 친근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 특히 음악페스티벌 3일의 티켓 값과 숙식비용을 합쳤을 때 거의 여름휴가를 포기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안락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페스티벌과 휴가를 병행하는 만족감을 주며 앞으로 지산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음악공연의 유료 관객은 여성이 더 많은 현실에서 이처럼 여성들에게 호평 받는 공간을 획득했다는 것은 지산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이에 반해 펜타포트는 관록의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해외 록 스타를 섭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매력 없는 공간의 약점을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데프톤즈가 출연했던 둘째 날 말고는 확실히 관객들이 적었고 또한 그다지 큰 화제가 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펜타포트에 출연했던 국내 라인업을 재탕해놓은 듯한 지산의 라인업에 비해 올해 펜타포트의 국내 라인업은 매우 묵직하고 충실했다. 현재 국내 록 음악 씬의 정점들을 거의 대부분 포괄한 이 같은 라인업은 솔직히 지산 쪽의 해외 라인업과 합쳐졌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도무지 선정기준을 알 수 없는 지산 쪽의 국내 라인업에 비하자면 국내 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돋보이는 펜타포트의 국내 라인업은 '쌈싸포트'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진전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황금의 국내라인업도 해외 록 스타 한 팀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페스티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심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 지산이나 펜타포트 모두 페스티벌의 음악적 자기 지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원로와 중견, 신인 음악인들을 아우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포괄함으로써 공시성과 통시성을 획득해야 한다. 거장의 진가를 재확인함과 동시에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당대 음악의 지형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기획이 이뤄질 때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음악의 박물관이자 전시장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페스티벌은 모두 한정된 장르의 편중된 음악인들만을 중구난방으로 섞어놓는데 그쳤다. 물론 국내 라인업에서 펜타포트의 노력은 충분히 존중할 만하지만 이른바 헤비니스 씬이나 루츠 록 같은 장르의 음악인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특정한 시기, 특정한 스타일의 음악만 편중되어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어쩌면 이것도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록의 역사성을 가진 출연진이 겨우 패티 스미스 한 팀뿐이고 헤비니스 경향의 해외 뮤지션이 데프톤즈 하나뿐인 대신 10여년 전 히트했던 스타일이나 즉자적인 댄스가 가능한 팀들이 몰려있는 것은 지극히 편중되어 있거나 퇴행적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당대의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해외의 팀들이나 오랜 관록을 쌓고 있는 음악인들, 그리고 록음악의 다양한 자장을 포괄하는 음악 팀들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지산이나 펜타포트 역시 편중된 시장의 매개자로서 한정된 스타일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동네잔치에서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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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페스티벌은 언제나 가슴 뜨거운 순간들을 선사한다. 스타세일러와 위저, 데프톤즈, 오아시스가 아무리 살이 찌고 주름살이 늘었다고 해도, 그리고 그들의 노래가 기십년 전 노래라 해도 그 변함없는 멜로디는 우리를 녹아내리게 하고, 들뜨게 하고 불붙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같은 노래에 몸을 흔들고 또 몸을 부딪치는 경험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그래서 이미 오래전부터 아껴오던 음악인들이 눈앞에서 옛 히트곡을 부를 때 그들의 목소리가 어떻고 기타 톤이 어땠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다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음악평론가로서 잘하니 못하느니를 따지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본업이겠지만 모두가 그들의 팬인 공간에서, 그리고 이미 증명된 음악인의 점수를 매기는 일이 사실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26일 지산에서 만났던 패티 스미스와 그녀의 밴드가 펼쳤던 무대는 장대한 록 역사의 재현이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정신의 현현이었다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다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쉰이 넘어서도 패기를 잃지 않은 그 기백과 꽉 찬 사운드, 그리고 포효하듯 선언했던 말들은 우리가 뮤지션에게 기대하는 기대치 이상을 압도하며 3일간 펜타포트와 지산을 오가며 보았던 공연 아니 그 이전에 보았던 무수한 공연 가운데 손꼽힐 만큼 가슴 절절한 기억을 선사했다.

그리고 페스티벌을 찾은 음악 팬들은 자신이 가장 편안한 스타일과 열정적인 호응으로 페스티벌의 반을 채웠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환호성을 보내는 것은 기본. 다양한 메시지가 담긴 깃발과 장식으로 페스티벌의 아우라를 만들어주었고 또한 다양한 볼거리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아마 이러한 즐거움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펜타포트나 지산을 찾을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무척이나 허술해보였던 펜타포트의 진행이 내년에는 다시 탄탄해지고 지산의 라인업이 더욱 다양해진다면 우리는 더욱 다채로운 페스티벌을 즐기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같은 날 동시에 페스티벌을 열어 음악 팬들을 고민하게 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날,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콘셉트로 페스티벌을 열어본다면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 한국을 찾지 못한 무수한 해외 뮤지션들과 아직 선보이지 못한 다양한 기획 아이템을 발굴해본다면 두 페스티벌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서로 보완하는 의미 있는 동행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음악 씬과 시장에 좀 더 깊고 넓게 다가가는 기획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아직은 겨우 4년차, 할 일이 너무 많다. (서정민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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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7 16:00 2009/08/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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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위저 팬 2009/08/18 04:09  |  M/D  |  Reply

    위저 팬 총회였음

  2. 쿼모씨부인 2009/08/22 14:35  |  M/D  |  Reply

    지산 최고. 완전 반했어요.
    펜포는 항상 망설이다가 결국 3일은 엄두도 안났는데 지산 정도(환경, 라인업 사운드 등등)라면 기꺼이 매해 여름휴가로 고고씽할 맘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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