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Cab For Cutie [Narrow Stairs]
- Posted at 2008/06/10 00:00
- Filed under review/해외

Narrow Stairs (2008/Atlantic)
7.0
01. Bixby Canyon Bridge
02. I Will Possess Your Heart
03. No Sunlight
04. Cath...
05. Talking Bird
06. You Can Do Better Than Me
07. Grapevine Fires
08. Your New Twin Sized Bed
09. Long Division
10. Pity And Fear
11. The Ice Is Getting Thinner
"데스 캡 포 큐티가 인디 록에 끼친 영향은 런 디엠시(Run DMC)가 아디다스에 끼친 영향과 맞먹는다." (빌리지 보이스에 따르자면) 폭스(Fox) TV 쇼에서 어떤 극중 인물이 한 말이다. 글쎄, 데스 캡 포 큐티가 그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졌던가? 런 디엠시가 80년대 당시 보여줬던 엄청난 셀링 파워를 폄하하는 발언이로다. 하지만 너바나(Nirvana) 이후 서브 팝(Sub Pop) 레이블의 최고 판매고를 자랑하는 밴드이자, 인기 드라마 'The O.C'를 등에 업고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 데스 캡 포 큐티가 (모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와 함께) 메이저로 넘어간 뒤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세대의 (ex-인디 록 신의) 어떤 상징인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인디 신에서 활동하던 밴드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앨범을 발표하는 스토리의 결과물은 흔히 두 가지 케이스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메이저의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라는 장점을 취하되 음악적인 부분은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 다른 하나는 메이저 레이블의 기대에 맞게 음악을 수정하는 경우. 사람들은 흔히 전자의 경우 추켜세우고 후자의 경우 배반이라며 비난한다. 그렇다면 데스 캡 포 큐티의 앨범은 어디에 속할까. 답은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그들은 음악적 노선을 조금씩 수정하되 특이하게도 레이블에서 바라지 않을 법한 방향으로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 이분법의 근저에 깔린 비타협, 비상업주의에 대한 옹호에 따라 이 앨범을 지지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그러한 잣대로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따라가 보자.
데스 캡 포 큐티의 원형질을 담은 올-타임 쿼터백(All-Time Quaterback)이나 보컬 벤 기버드(Ben Gibbard)의 사이드 프로젝트인 포스탈 서비스(Postal Service)를 포함해서, 데스 캡 포 큐티는 인디 록 신에서 가장 팝적인 밴드였다. 브릿팝에 붙은 팝이라는 접미사는 오히려 데스 캡 포 큐티의 꼬리에 더욱 어울릴법했다. 인디 록 신에서 누구보다 높았던 팝 친화성과, 일부에서 '기바디즘(Gibbardism)'이라고까지 칭하며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게 만들었던 그의 가사. 데스 캡 포 큐티의 매력은 그 두 가지에 있었다. 그들은 이 장점에 무언가를 보탠 것일까? 아니면 이것들을 조금 희생한 대신 다른 무엇을 얻은 것일까?
벤 기바드는 이번 앨범의 몇몇 곡을 잭 캐루악(Jack Kerouac)이 생활했던 'Big Sur'(동명의 소설로도 유명하다)에서 만들었는데 앨범을 여는 <Bixby Canyon Bridge>는 잭 캐루악과의 정신적 교감이 나타난 곡이다. 예전부터 벤 기버드가 잭 캐루악에 대한 동경을 누누이 밝혀왔음을 고려하면 그 영향이 없지는 않겠으나, 소위 비트 문학을 대표하는 즉흥성이나 반체제성 등의 결정적인 영향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앨범의 가사가 전작들에 비해 더 어둡고 표현하려는 바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변화는 있지만 가사에 있어서 전작들과 큰 차이점은 없다.
그러므로 '기바디즘'은 잊고 음악에 집중하자. 하나는 앨범의 첫 싱글 <I Will Possess Your Heart>로 대표되는 실험이다. 이것을 과연 실험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지만 어쨌든 벤 기바드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러닝 타임이 긴 곡을 삽입하는 것은 이번 앨범에서도 반복된다. 이 곡의 러닝타임은 지금껏 데스 캡 포 큐티의 정규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긴 8분 25초인데 벤 기바드의 목소리는 4분 30초가 넘는 지점에서 등장한다. 그 전까지 베이스가 이끌어가는 4분여의 시간이 의미를 가지려면 뒷부분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드러나야 한다. 대곡을 지향하는 경향이 많은 포스트 록에서 지루하게 이어지는 부분들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포스트 록의 가장 일반적인-점진적으로 폭발을 향해 나아가는-구조라면 의미 없이 질질 끄는 듯 보이는 부분들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한때 펑크 록커였고 팝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벤 기바드답게 데스 캡 포 큐티의 곡은 대부분 간결한 구조를 가지는데, 여기에 별다른 특징 없는 4분을 붙여 놓는 게 과연 필요할까? 물론 음악과 영화의 작업은 다르지만 영화에서라면 이와 같은 부분은 가차 없는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데스 캡 포 큐티의 대곡들은 그저 곡 길이를 늘려놓았을 뿐, 의미 없는 신의 삽입이자, 음의 낭비이다.
또 하나의 비판은 이들의 음악적 수정이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변화가 곡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곡의 배치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Cath>, [Transatlanticism]이 연상되는 <No Sunlight> 등 전형적인 데스 캡 포 큐티 사운드 사이에 몇몇 새로운 시도의 곡들을 끼어 넣은 형국이다. 예전처럼 매력이 넘치는 싱글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몇몇 싱글은 그들 커리어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큼 캐치하다.) 이번 앨범을 두고 "그들의 뿌리를 껴안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추켜세울 정도는 아니다. 그 시도가 개별적인 곡 내부에서 이뤄졌다면 모를까, 각각의 곡을 합쳐서 만들어 놓았다면 그러한 찬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여, [Narrow Stairs]는 데스 캡 포 큐티의 매력이 여전히 빛나는 앨범이지만 새로 얻은 것은 아쉽게도, 시도 자체뿐인 앨범이다. (Da20ill/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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