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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c Street Preachers [Journal For Plague L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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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c Street Preachers
Journal For Plague Lovers
(2009/Sony Music)
8.0


01. Peeled Apples
02. Jackie Collins Existential Question Time
03. Me And Stephen Hawking
04. This Joke Sport Severed
05. Journal For Plague Lovers
06. She Bathed Herself In A Bath Of Bleach
07. Facing Page: Top Left
08. Marlon J.D.
09. Doors Closing Slowly
                                                         10. All Is Vanity          
                                                         11. Pretension/Repulsion          
                                                         12. Virginia State Epileptic Colony        
                                                         13. William's Last Words


1995년 2월 1일 아침, 한 20대 젊은이가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섭니다. 청년의 팔에는 몇 년 전 면도날로 파낸 '4REAL'이라는 글자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었습니다. 호텔을 나온 청년은 어디론가 차를 몰았고 2월 17일, 청년의 소재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그의 차만이 한 휴게소에서 버려진 채 발견됩니다. 그 휴게소는 자살로 악명 높은 다리 부근에 있었고, 사람들은 간혹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곤 했던 청년이 자살한 것이 아닐까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평소 "자살이란 단어는 내게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보다는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약하지만, 고통을 견딜 수는 있다"고 말하던 청년을 이야기하며 그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 믿어왔지만, 이제 15년이 가까이 되는 오늘날까지 청년의 소재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았고, 2008년 11월, 영국 법원은 청년의 가족이 낸 청원을 받아들여 그에게 사망 추정 선고를 내립니다. 청년의 가족에게도, 공식적 기록으로도, 이 리치 제임스(Richey James)라고 불리던 청년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활동하던 밴드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Manic Street Preachers) 역시 이제 그를 보내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 앨범, [Journal For Plague Lovers]는 리치 제임스의 이른바 '백조의 노래'이자, 많은 이들이 지금껏 사랑해왔던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가 남기는 마지막 송가입니다. 리치 제임스를 보낸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는 더 이상 그 이전과 같아질 수 없을 것이기에.

리듬 기타라는 애매한 포지션을 맡고 있긴 했습니다만, 리치 제임스가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에서, 그리고 밴드의 팬들에게 있어서 실제로 차지하는 의미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을 훨씬 뛰어넘고 있습니다. 리치 제임스가 팀 동료 니키 와이어(Nicky Wire)와 함께 쓰곤 하던 가사는 초창기 제임스 딘 브랫필드(James Dean Bradfield)가 주도하는 힘차고 날카로운 로큰롤 사운드와 함께 제법 많은 이들이 밴드의 숭배자를 자처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고, 리치 제임스의 실종 이후 발표된, [Everything Must Go]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앨범들이 우울하고 공격적이던 밴드의 음악적인 색조를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것 역시 그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흔히 이야기되는 리치 제임스의 전설은 1994년에 발표된 밴드의 세 번째 앨범 [The Holy Bible]에서 시작됩니다. 니키 와이어가 이후 언급했듯 대부분의 가사를 리치 제임스가 쓴 이 앨범에서 매닉스 스트릿 프리쳐스는 이전의 두 앨범을 통해 예상되던 행보를 벗어나('지나치게' 앞서나갔다는 말이 더 잘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적인 우울과 거식증과 혁명에 대한 회의를 노래합니다. 그리고 당시는 1990년대였습니다. 80년대를 주름잡던 LA 메탈이 마치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던 그 시절의 반항을 대표했고, 그 이전 70년대의 반항이 클래쉬(Clash)가 그랬듯 세상을 뒤엎어 놓기 위한 혁명이었다면 90년대의 반항은 아마 반항할 기력조차 없는 무기력함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I'm a looser(나는 잉여야!)"라고 말하는 벡(Beck)과 "I am one of those melodramatic fools neurotic to the bones(나는 뼛속부터 신경질적인 병신이지)"라고 외치는 그린 데이(Green Day)와 [The Holy Bible]의 리치 제임스에 공감했고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The Holy Bible] 이후 의문의 실종으로써 리치 제임스의 전설은 완성됩니다. [The Holy Bible]과 리치 제임스의 전설이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가 떨쳐내야 떨쳐낼 수 없는 그림자로 남은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물론 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리치 제임스의 마지막 흔적을 담은 [Everything Must Go]와 그 다음 앨범 [This Is My Truth, Tell Me Yours]이후 밴드의 행보가-[The Holy Bible]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다소 아쉬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이 초창기 팬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애써 자신들의 감정을 쥐어짜낸 데서 나온 결과인지 어떤 창작적인 한계에 부딪힌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들의 로큰롤이 예전만큼 단순하지 않지만 그만큼 매력적이지도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 상황에서 밴드가 시도한 것은 (어찌 보면 안일하게도) [The Holy Bible]로의 회귀였습니다. 2007년의 앨범 [Send Away The TIgers]에서 그들은 다시 R을 거꾸로 표기하기 시작합니다. [The Holy Bible]에서 그랬듯이.

그리고 이제 이 앨범의 차례입니다. 지금까지 이 리뷰에서 [The Holy Bible]은 무려 5번이나 언급되었는데 그만큼 이 앨범은 [Journal For Plague Lovers]를 이야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Journal For Plaugue Lovers]가 리치 제임스를 추모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앨범을 위해 니키 와이어는 리치가 실종되기 얼마 전 자신에게 건넨 한 묶음의 가사와 시를 다시 꺼내었고 제니 섀빌(Jenny Saville)의 섬뜩한 그림을 다시 앨범의 표지로 활용했습니다. 제임스 딘 브랫필드도 꾸준히 변화하는 밴드의 모습을 보이려는 듯하던 한동안의 노력을 이 앨범에서는 버리고 아낌없이 그 시절의 음악으로 돌아가는 데 힘을 아끼지 않습니다. 레코드 엔지니어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의 분명한 방향 제시 역시 물론 한몫을 했겠지요.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이유들이 하나가 되어 [Journal For Plague Lovers]는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가 오랜만에 내놓은 단단한 앨범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노래 <William's Last Word>까지 듣고 났을 때 적어도 이 앨범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만큼은 분명해지니까요.

다만 이 앨범은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의 한계 또한 분명히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이 앨범으로 지금까지의 부진을 모두 다 털어냈다! 라고 말하기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석연치 않습니다. 리치 제임스의 실종 이후 밴드는 무려 10년이 훌쩍 넘도록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또 다른 모습의 매닉 스트릿 프리쳐스를 선보이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리치 제임스를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팬들이 밴드로서는 원망스러웠겠지만 (그리고 저로서도 밴드의 심정에 안타까운 공감을 느끼는 바이지만)  리치 제임스의 공백은 그저 멤버 교체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만한 결과물이 그들에게는 없었고 결국 [The Holy Bible]로의 점진적인 회귀를 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Journal For Plague Lovers]가 리치 제임스를 떠나보내는 송가라면, 송가를 두 번 부르는 것은 다소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앨범은 이로써 매닉스 스트릿 프리쳐스의 한 시기에 마침표를 찍는 앨범이 되었지만, 이것이 책의 완전한 마침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새 문장의 시작점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말줄임표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권민기/보다)


2009/10/13 00:00 2009/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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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mr.e 2009/10/13 01:16  |  M/D  |  Reply

    아 매우 반가운 리뷰네요.

  2. 릴리슈슈 2009/10/17 01:08  |  M/D  |  Reply

    잘 보았습니다.
    사실 매닉스의 음악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데뷔앨범을 만들겠다"고 단언하던
    1집 앨범을 들었을 때도 그랬거니와, 희대의 명반(이라고 하는)
    홀리바이블 앨범도 그랬고, 왠지 선뜻 귀에 감기지 않던 밴드..

    이번 앨범 역시 제 취향이 아닐 것 같긴 하지만
    앨범 자켓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오랫만의 리뷰도 너무 반갑습니다 ^^;
    보다는 다 좋은데 리뷰가 너무 드문드문 올라와서 ㅠㅠㅠㅠㅠㅠ

  3. 까룩까룩 2009/10/29 02:13  |  M/D  |  Reply

    [This Is My Truth, Tell Me Yours]를 종점으로 해서 밴드 자신의 역사=서사를 완결지어버린 그런 면이 좀 있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그 후부터는 밴드 이름이라도 바꾸고 다시 시작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고.

    이번 앨범이 좋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역시 다음 앨범은 이보다 못할 거라고 짐작합니다. 솔로 작업물들이 나쁘지 않았으니까(주관적 판단이겠지만) 각자 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말이죠...

  4. 행인 2009/11/01 22:28  |  M/D  |  Reply

    앨범 아트를 하신분의 이름은 Jenny Saville이네요.
    Jane Saville은 운동선수 같은데요..ㅎㅎ

    1. 권민기 2009/11/02 21:36  |  M/D

      아 죄송합니다. 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네요....

  5. 어라 2009/11/04 09:35  |  M/D  |  Reply

    착오가 있었다면 바로 본문을 수정까지 해 주시는 센스를 발휘함이. 저 역시 앨범의 이름 보며 어라 이름이 다르네, 했다가 댓글들 보고 알았어요~

    1. 보다 2009/11/04 09:43  |  M/D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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