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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im [The Seventh S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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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im
The Seventh Seal
(2009/SMC)
6.5


01. How To Emcee   
02. Walk These Streets
03. Documentary Of A Gangsta   
04. Man Above   
05. You And I   
06. Won't Be Long   
07. Holy Are You
08. Satisfaction Guaranteed   
09. Workin' For You
                                                         10. Message In The Song          
                                                         11. Put It All To Music          
                                                         12. Psychic Love        
                                                         13. Still In Love          
                                                         14. Dedicated


"First of all what the fuck have you been doin last 12 years? I been waitin all these motherfuckin years. I could made better album than this if I was given 12 fuckin years just doin music. MC Ren 2009 album > Rakim 2009 Album. This album is not garbage its bout 3/5 or 3.5/5 but shit... I waited 10~11 years back than I was 15~16 now I got a job and shit every fucking time I heard rakim new I was mad hyped up but this is just cold bullshit."
"헐, 12년 동안 대체 뭘 한 거지? 나는 그 시간 전부를 기다려왔다. 그 마더*킹 타임을 말이다!! ㅅㅂ, 내가 12년 동안 음악 했어도 이거보단 더 잘 만들겠네. 차라리 MC Ren 신보가 이거보다 낫다(필자 주: N.W.A.의 멤버였던 엠씨 렌도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새 앨범을 냈다). 물론 이 앨범이 쓰레기는 아니야. 3/5점 혹은 3.5/5점을 받을 만하지. 그런데 난 15~16살 때부터 10~11년을 기다려왔다구!! 이제 난 취직도 했다. 그동안 라킴 소식 들을 때마다 졸라 기대했었는데, 이게 뭐냐??"

기어코 강산이 변한 후에야 세상에 나온 라킴(Rakim)의 새 앨범에 대한 외국의 반응을 살피다 발견한 댓글이다. 나름 뉘앙스에 충실하게 해석해봤다. 리플러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제 취직도 했는데, 이런 앨범을 내? 물론 헛소리고, 외국 사이트를 둘러보며 느낀 건 역시 이 앨범은 '십 년의 기다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잊을 만하면 주기적으로 나오는 떡밥이 계속되어 온지도 십 년이 넘었다. 심지어 나는 새롬데이터맨으로 접속해 나우누리 흑인음악 동호회 SNP의 운영진을 하던 시절에도 라킴의 새 앨범 루머를 접했다.

하지만 지난 십 년의 기다림을 이 앨범의 감상에 여과 없이 투영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다. 기본적으로 뮤지션이 앨범을 내는 건 자기 의지다. 냉정한 말이지만 계속 음악을 해주면 고맙고 아니면 아닌 거다. 강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낸다 안 낸다 계속 반복하는 바람에 약 오른 건 있다). 더욱이 뮤지션이 공백기 내내 쉬지 않고 앨범을 만들어야한다는 의무 같은 건 어디에도 없고, 실제로도 그러지 않는다. 라킴도 딸과 놀아줘야 하고(참고로 그의 외동딸 Destiny Griffin은 이 앨범에 참여했다), 취미생활도 해야 하며, 때로는 기나긴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십 년을 기다렸으니 그 기다림을 고스란히 보상할만한 우주 최강의 앨범을 내지 않으면 널 가만두지 않겠어!!' 같은 태도는 일종의 오류인 셈이고 이는 팬 자신에게도 라킴에게도 그리 좋을 게 없다. 그냥 십 년이란 시간을 머리에서 지우고 자신이 가진 '엠씨 라킴에 대한 데이터'에 따라 새 앨범을 평가하는 게 어쩌면 가장 공정하고 정확하다(물론 나는 이와 동시에,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를 지속할 생각이 있었음에도 무려 십 년 간이나 앨범을 발표하지 않은 건 라킴의 명백한 자충수였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해 높아진 기대치에 따른 팬들의 실망과 질타를 감당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라킴의 운명(?)이라고 본다).

1980년대에 이미 문장과 문장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복합적인 라임 배열과 안정되고 세련된 플로우로 랩을 하나의 청각적 예술로 완성한 랩-교과서. 수가 많지는 않지만 피쳐링을 했다 하면 곡의 스팟라이트를 훔치는 랩-도둑.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엠씨가 존중해마지 않는 랩-스승. 무려 나스(Nas)가 자신의 정규 앨범 수록곡 하나를 할애해 바이오그래피를 달달 읊은 랩-대가. 이것이 라킴에 대한 내 머릿속 데이터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프로덕션의 부분적인 아쉬움 때문에 '힙합 클래식'이라고 부르기엔 각각 5%, 10% 부족했던 두 장의 솔로 앨범 [The 18th Letter]와 [Master]가 있다. 그래서일까, 사실 나는 라킴의 세 번째 솔로 앨범에 대단한 랩 클래식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난 두 장 만큼만 나와도 그럭저럭 만족할 참이었다. 그런데 이걸 어쩐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기준을 내밀어보아도, 앨범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지난 두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로는 유일하게 닉 위즈(Nick Wiz)만이 다시 라킴을 도왔고, 클락 켄트(Clark Kent)나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빈자리는 제이크 원(Jake One), 넛츠(Nottz). 니오 다 매트릭스(Neo Da Matrix)같은-앨범 크레딧을 보는 습관이 있는 리스너라면 지금껏 어떤 엠씨들과 작업했고 어떤 스타일의 비트를 만드는지 대충 알만한-B+급(?) 프로듀서들이 채웠다. 이름값으로 음악을 예상하는 일만큼 멍청한 짓도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은 프로듀서진의 이름값에 준하는 딱 그만큼의 음악을 담고 있다. 만듦새가 헐겁거나, 헐겁지 않으면 다소 전형적이라 큰 감흥이 없는, 다시 말해 '평균이거나 평균을 조금 웃도는' 비트의 향연 속에서 <How To Emcee>, <Walk These Streets>, <Holy Are U> 같은 곡이 그나마 귀를 잡아끈다. 특히 <Walk These Streets>는 곡의 구성과 사운드가 닥터 드레(Dr. Dre)의 그것을 쏙 빼닮았는데, 이 곡의 프로듀서가 드레의 스튜디오 조력자 중 한명인 니들즈(Needlz)임을 상기한다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우리는 이미 스캇 스토치(Scott Storch)나 멜-맨(Mel-Man)의 단독 프로듀싱 곡에서도 익숙한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 앨범은 또 다시 프로덕션의 아쉬움으로 인해 힙합 클래식에 도달하지 못하고 마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부정적인 뜻에서. 이 앨범은 랩에도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라킴의 랩은 대체로 조금 더 건조하고 낮은 톤으로 변화했는데, 활기가 눈에 띄게 줄어 결과적으로 더 매력이 없어졌다. 혹시라도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귀에 불을 켜고 재차 들어보았지만 <It's Been A Long Time>이나 <Guess Who's Back> 같은 차진 플로우를 앨범 내에서 찾기란 쉽지가 않다. 흡사 래퀀(Raekwon)이나 프로디지(Prodigy)의 랩 변천사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쩐지,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 앨범에 참여한 벌스가 딱히 특출하지가 않더라니.

앞서 이미 비슷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나는 기나긴 기다림과 옛 영광의 기억으로 이 앨범을 필요 이상으로 폄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앨범은 비트와 랩 모두 전작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The 18th Letter]와 [Master]에도 '평균이거나 평균을 조금 웃도는' 곡은 있었다. 하지만 이 앨범에는 평균이거나 평균을 조금 웃도는 곡'만' 있다. 이 앨범이 <It's Been A Long Time>이나 <When I B on Tha Mic>같은 곡을 한 곡도 품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사소한 차이일 수도 있으나 동시에 결정적 차이이기도 하다. 기억할 노래가 없는 앨범은 아무도 되돌아보지 않으니까.

확실히, 시대는 변했다. 라킴도, 디제이 프리미어도, 피트 락(Pete Rock)도 과거의 자신과 견줄 때는 물론 동시대의 뛰어난 후배들과 견주어도 특별히 비교우위에 설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 아니, 가슴이 쓰리지만 비교열위가 맞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일까. [The Seventh Seal]을 통해 나는 찬란했던 한 세대의 쓸쓸한 뒷자락을 보고 있다. (김봉현/보다)


2009/11/26 00:00 2009/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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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NaS 2009/11/26 14:34  |  M/D  |  Reply

    로마나 라킴이나.

  2. 멋쟁이 2009/11/28 01:33  |  M/D  |  Reply

    아 정말 쓰라리게 공감가는 리뷰...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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